12월 1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서천군 사육곰 생츄어리 조성을 위해 9억원의 예산 증액이 확정되었다. 올해 초 예산이 통과되어 현재 설계 진행 중인 구례군 사육곰 보호시설에 이어 충남 서천에도 사육곰 보호를 위한 시설이 건립되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사육곰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해 의지를 보여주고 있음에 환영을 보낸다.
동물자유연대는 약 10년 간 정부와 국회에 사육곰 보호 대책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사육곰 현장조사 및 인식조사,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 예산 통과 촉구 기자회견 등 여러 활동을 이어온 결과 올해 초 몰수 개체 보호시설 예산이 통과되었고, 서천군에도 사육곰 생츄어리 조성을 위한 예산이 확정되었다. 40년 간 방치되어온 사육곰 정책이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은 사육곰이 주목받지 못하던 과거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온 시민사회의 역할이 크다.
충청남도는 옛 장항제련소가 위치했던 부지를 활용해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유산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복원형 사업의 일환으로서 사육곰 생츄어리 조성을 계획 중이다. 좁은 철창에 갇혀 죽음만을 기다리던 사육곰들에게 자유로운 삶을 선사해줄 생츄어리 조성은 서천군의 생태복원형 사업에 중요한 축이 되리라 기대한다.
사육곰 생츄어리 조성이 갖는 의미는 단지 사육곰을 안전하고 자유로운 시설에 보호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정부 기관에서까지 동물의 처우와 복지 증진이 안건으로 대두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예산이 반영되었다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동물의 사회적 지위가 보다 상승되었음을 알리는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이 시설이 동물과 인간의 관계 회복에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동물의 자유와 본능이 충족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환경부 확인 결과 서천군 사육곰 생츄어리는 내년에 설계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구례에 조성 중인 시설보다 규모를 확대해 사육곰 뿐 아니라 갈 곳 없는 야생동물을 함께 보호하는 시설로 생각하고 있다는 계획을 전했다. 40년 간 이어진 국내 사육곰의 서글픈 역사가 온전히 정부로 인해 비롯했다는 점에서 사육곰 보호 대책 마련 의무 역시 정부에 있었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적극적 대처보다는 최소한의 역할만을 고수해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사육곰 보호에 의지를 드러낸만큼 이제라도 동물의 복지와 습성을 최우선으로한 생츄어리 건립을 통하여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모범 사례 구축에 앞장서기를 바란다.
오랫동안 사육곰에게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러온 우리 사회는 이제서야 그들을 위한 첫 발자국을 떼었다. 사육곰 생츄어리 건립은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육곰 산업 종식을 전제로 한 로드맵을 구상하여 농가 전폐업 유도를 포함한 단계별 절차를 밟아나가야 한다. 동물자유연대는 지금껏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해 분투해왔듯 앞으로도 생츄어리 조성을 포함한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21년 12월 3일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