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사육곰] 22마리 구조에 이르기까지 동물자유연대가 걸어온 사육곰 종식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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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곰] 22마리 구조에 이르기까지 동물자유연대가 걸어온 사육곰 종식 활동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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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21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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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사육곰이 있었어?”


최근 용인시 사육곰 농장에서 곰 두 마리가 탈출해 그 중 한 마리가 총으로 사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 못해 살고 싶어서 탈출한 곰이 결국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가슴 아파했습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국내에 수백 마리 곰들이, 그것도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알려지면서 사육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육곰은 아주 오랜 시간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습니다. 1981년 농가 소득 증대를 목적으로 정부 권장 하에 시작한 사육곰 산업은 동물보호 여론 확산과 멸종위기종 수입, 수출 금지 조항에 막혀 경제성을 잃었습니다. 오로지 돈벌이를 위해 들여온 사육곰은 경제적 가치를 잃음과 동시에 존재의 목적 자체를 상실했습니다. 애물단지가 된 사육곰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정부는 먼저 웅담 채취를 위한 도살을 허용했고, 그 다음에는 도살 연령을 25살에서 10살로 낮추었습니다. 처음 국내에 사육곰이 수입된 후 40년 간 지옥과도 같은 사육곰의 삶이 이어졌습니다. 합법적 죽임이 가능한 10살이 될 때까지 텅 빈 철창 안에서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일 말고는 어떠한 선택지도 주어지지 않은 삶이었습니다.


22마리 사육곰을 구조하기까지 동물자유연대의 곰 사육 종식 활동


긴 시간 사회에서 존재가 지워져 온 사육곰 구제를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2010년대 초반부터 곰 사육 종식을 위한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2012년 국내 사육곰 실태 조사와 관리대책 수립을 위해 환경부가 수립한 협의체 참여부터 몰수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 예산이 통과된 올해까지 정부의 사육곰 정책 수립 과정마다 동물자유연대가 있었습니다.



사육곰 생츄어리 예산 통과 촉구 활동


사육곰에 대한 전반적인 정책 개선을 목표로 활동하며 사육곰들의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수록 철창 안에 갇힌 생명 하나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찾아주는 것이 단체의 역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에는 곰과 같은 대형 포유류를 수용할 시설도 마땅치 않은 현실에서 사육곰 구조를 결정한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전부가 어려우면 일부라도, 국내가 불가능하다면 해외라도, 우리의 힘으로 단 한 마리의 사육곰이라도 구해보자는 결심 아래 사육곰 구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육곰 구조를 결정한 후 2020년 동물자유연대는 국내 사육곰 농장 중에서도 특히 환경이 열악한 농장을 선정해 농가에 폐업을 설득하고 22마리 사육곰 구조에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미국 생츄어리(TWAS,The Wild Animal Sanctuary)와의 이주 협약 또한 마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민들도 단체의 사육곰 구조 활동에 지지를 보내주셨습니다. 22마리 사육곰들이 뜬장에서 탈출해 본능과 습성에 맞는 자유로운 삶을 맞이하는 날이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미국 동물 검역 절차가 마비되었고, 이주가 확정된 사육곰들 역시 발이 묶여버렸습니다. 단체에서 매달 사료를 지원하고 주기적으로 농장에 방문해 행동풍부화 활동을 하고 있지만, 계획과는 다르게 아직 농장에 남아있게된 사육곰들은 언제나 마음 한 편을 짓누르는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행동풍부화를 위해 제공한 얼음을 가지고 노는 사육곰의 모습


지난 716일에는 활동가들이 모여 단체에서 구조한 22마리 사육곰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작년까지는 참여를 원하는 시민들을 모집해 행동풍부화 활동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며 올해는 내부 활동가들끼리만 농장에 방문했습니다. 준비해간 짐을 챙겨 발걸음을 옮기자 한여름 뜨거운 땡볕 아래 뜬장에 갇힌 사육곰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서둘러 배설물 청소를 하고 과일과 얼음을 준비하다보니 열기에 얼굴이 달아오르고 온몸에는 땀이 흘렀지만, 올 여름을 이곳에서 지내야 할 사육곰을 생각하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더위는 사소하게만 느껴집니다. 준비해 간 과일과 얼음을 사육장에 넣어주자 코로 냄새를 맡아보거나 손으로 집어 들고 아삭아삭 씹어먹으며 생각보다도 훨씬 더 즐거워했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생츄어리에서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어야 할 곰들이 철창 속에서 더위를 견디며 얼음 한 조각에도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기쁨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활동을 끝마치고 사육곰들와 헤어지는 길, 철창 속 사육곰을 바라보며 조용히 약속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가 꼭 방법을 찾겠다고. 지금의 삶이 너희에게 주어진 생의 전부는 아니라고.



 "너희가 철창 밖 자유를 찾는 날까지 포기하지 않을게"


몰수 사육곰 보호시설 건립 시작, 그러나 남겨진 사육곰은?


동물자유연대는 단체의 의지 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구조한 사육곰들의 생츄어리 이주 방안 물색과 동시에 남겨진 사육곰들의 대책 수립을 위한 협의체에 참여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입니다. 사육곰이 처한 현실은 당장에 바꿀 수 없고, 답안을 찾는 과정 역시 녹록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점점 더 높아지는 사육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느끼며 다시 한번 희망을 얻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오랫동안 사육곰 보호 시설 마련을 촉구해온 결과, 드디어 올해 정부가 '사육곰 불법증식 몰수 개체 수용 시설' 건립을 시작했습니다. 사육곰 대책 수립에 나선 정부의 움직임이 반갑고 다행스럽습니다. 해당 시설이 완성되면, 지금처럼 불법 증식 개체가 분명함에도 수용할 공간이 없어 범법자에게 곰을 돌려보내야하는 일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러나 시설에 수용할 수 있는 개체수는 일부 뿐, 철창 안에 갇힌 곰들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22마리를 포함,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사육곰은 398마리입니다. 그들은 웅담 채취를 위해 도살되거나 자연적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동안 굶주림, 무료함과 싸우며 형벌과도 같은 삶을 버텨내야 합니다. 몰수 개체 수용 시설을 시작으로 국내에 남은 사육곰들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 역시 수립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육곰들이 새로운 삶을 맞이하는 날까지 올 여름 무사히 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동물자유연대는 언제나 그랬듯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며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