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곰 보호시설이 지자체 공모를 마치고 지자체 선정과 설계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1월 말 희망지자체 공모는 완료되었으며, 환경부는 2월 중 지자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바탕으로 지자체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당초 환경부는 국내에 처음으로 마련되는 중대형 포유류의 보호시설인만큼 지자체 선정에 앞서 동물보호단체 등과 정부의 공모 및 설계 방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테이블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보호시설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만의 사업이 아닌, 시민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구상된 진정한 생츄어리로서 기능하기를 바라며 다음과 같이 제안합니다.
1. 사육곰의 복지를 우선으로 한 설계
환경부는 지자체 선정 기준으로 △사업내용 타당성 △사업추진 용이성 △사업효과를 평가할 예정입니다. 사업계획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 지자체가 얼마나 추진의지를 갖고 있는지, 부지 확보 여부 및 환경영향평가 등 제약은 없는지 등을 주로 평가하겠다는 것인데요. 그 예산 규모가 크고, 무엇보다 대형 시설을 마련하는 사업이라는 관점에서는 적정해보입니다.
다만 그 시설에서 보호받을 대상이 사육곰이라는 생명이며, 우리가 목표로 하는 바는 정해진 예산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가가 아니라 사육곰들이 제대로 된 복지를 보장받는가에 달려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예산 90억, 보호두수 75마리라는 숫자 뒤에 가려진 사육곰의 복지 수준과 함께 보호시설의 확장 및 변용 가능성 등이 함께 평가되어야 합니다.
환경부는 효율성과 경제논리에만 매몰되어 지자체를 선정하여서는 안되며, 지자체 또한 사육곰 보호시설 설치사업이 지자체의 개발사업이자 관광자원이 되어줄 것이란 기대로 접근해서는 안됩니다.
2. 사육곰 보호시설 그 이후, 남은 사육곰을 위한 대책 마련
사육곰 보호시설은 불법증식되어 몰수되거나, 사육포기된 사육곰을 그 대상으로 최대 75마리 규모의 시설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 수년간 불법증식된 개체와 사육포기 의사를 밝히고 있는 농가의 곰으로도 그 최대 수용규모의 70% 정도가 차며, 실제 운영에 있어 여유공간이 필요함을 고려하면 사실상 추가 개체가 보호받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즉 여전히 400여마리의 반달가슴곰은 아무런 기약 없이 사육곰 농가에 남아있게 됩니다. 사육곰 보호시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육곰 산업의 종식과 남은 사육곰에 대한 후속 대책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4년 중성화 사업 결정 당시에도 중성화 사업 이후의 후속대책을 제시하지 못하였고, 사육곰 문제는 해결되지 못한 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사육곰 보호시설 그 이후, 사육곰 산업 종식 계획 없이 남은 400여마리의 반달가슴곰은 농가에서 도살되거나 자연사하는 것 외에는 고통에서 벗어날 길이 없습니다. 용도변경의 단계적 시효 적용, 농가의 전폐업 유도 등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없다면 결국 농가가 사육포기 단계에 이르러 남은 사육곰을 모두 도살하거나 방치하는 최악의 상황만이 놓여있을 뿐입니다.
사육곰 보호시설이 진정한 생츄어리로 기능하기 위해 사육곰 산업 종식을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멸종위기종의 보호를 우리의 책무라 말하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을 도살하여 그 웅담을 보신에 활용하는 구시대적 관습을 묵인하는 우리 야생생물법의 모순을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사육곰 보호시설의 마련이 사육곰 문제의 완전한 해결로 나아가길 바라며, 동물자유연대 또한 정부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