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가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 개정으로 올해 5월 11일부터 고래고기 유통 규제 방안을 고시했다. 이전에는 혼획된 고래류 외에 좌초・표류・불법 포획된 고래류에 대한 식용 유통을 허용했으나 이제는 혼획된 고래류만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기에도 제한은 있다.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해양생태계법)’에 명시한 해양보호생물의 경우는 금지되는데 고래류는 10종이 지정돼 있고 혹등고래를 비롯해 제돌이와 같은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등이 해당된다.
얼핏 보면 고래 고기 유통에 대한 정부의 조치가 강화된 것으로 보이나 실상은 그렇지않다. 그동안 법을 비웃듯 불법포획으로 고래고기가 유통된 것을 생각해보면, 고래 식용을 완전 금지하지 않는 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고래고기 환부사건이다. 고래 불법포획으로 압수한 약 27톤 40억원 상당의 고래고기를 울산지검은 불법으로 단정하기 힘들다며 약 30억원 가량의 양을 유통업자에게 돌려주었다.
당시 알려진 바로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에 보관된 합법 고래고기 유전자와 압수한 고래고기 유전자는 불일치했다. 따라서 압수한 고래고기는 불법으로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고래연구센터가 시중에 있는 고래고기의 유전자 모두를 보관한다고 볼 수 없으니 압수한 고래고기를 불법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논리였다.
무려 27톤 분량이나 되는 고래고기가 합법 유통 중에 채취한 유전자와 일치하는 것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가능한 것인지, 검찰의 논리는 상식적으로도 전혀 이해되지 않다. 이렇듯 고래고기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손’은 우리 사회에 위력적으로 드리워져 있다.
한편, 정부는 개정된 고시 실행과 더불어 고래류에 대한 해양보호생물 지정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존 10종에서 더 나아가 국내에서 자주 혼획되는 큰돌고래 낫돌고래, 참돌고래 등을 차례대로 지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에는 국내에 고조된 고래고기 반대여론과 더불어 미국의 ‘해양포유류보호법’에 따른 수산물 수입규정에 따라야 하는 점이 작용했다. 미국은 2023년 1월부터 해양포유류의 혼획 위험이 있는 어업수산물과 수산가공품의 수입을 금지하게 된다. 이는 자국 어업인들에게 시행하고 있는 것과 동등한 수준의 해양포유류 혼획 저감조치를 국제사회에 요구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조치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닐 만큼 자국 수준의 동등성을 요구하는 것은 수산물뿐만이 아니다. 유럽연합은 2013년에 화장품 동물실험을 완전히 금지하는 데, 실험을 금지하는 수준에서 머물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쳐 생산한 화장품에 대해 아예 판매금지를 못 박았다. 그러다 보니 유럽연합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전 세계의 화장품업계는 관행적으로 해왔던 동물실험을 중단하며 대체실험을 모색했고 우리 화장품업계들도 자발적으로 동물실험을 중단했다. 이렇듯 환경과 동물복지는 국제무역 관계에서 점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나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한가운데를 파고 들어가는 우리 사회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국민 72.3%는 고래고기 식용에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고 2018년에 환경운동연합이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국민들도 고래를 식용으로 이용하는 것을 반대한다. 정부의 혼획 저감조치로서 고래고기 유통 제한은 높은 국민적 요구의 반영이기도 하다.
그런데 고래고기를 둘러싼 울산 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정부의 계획을 무력화하려는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일부의 지역 이기주의가 국민과 국제사회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통식문화 규제’로만 인식하는 것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된다.
울산시는 부산시가 구포시장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시장 상인들이 합의를 만들어 나간 사례를 살펴보길 바란다. 우리 사회에서 음식으로 논하자면 개식용 만큼이나 민감하고 갈등 깊은 이슈가 또 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 인식 변화의 거센 바람을 막아낼 수 없었던 대표적 사례이다. 또한 해외의 많은 고래잡이 도시들이 고래사냥을 멈추고 관광지로 변화한 사례들을 가벼이 보지 않은 것 역시 ‘시민과 다시 뛰는 울산’의 면모를 만들어 가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