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예산안이 처리되며, 사육곰 및 반달가슴곰 보호시설 설계비 예산 2억 5천만원이 확정되었다. 사육곰 및 반달가슴곰 보호시설은 불법증식 개체 및 사육 포기 사육곰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로 1981년 정부가 곰 사육을 권장한지 40년만에 비로소 불법증식 및 도살 등으로 얼룩진 사육곰 문제 해결의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전체 사육곰이 아닌 불법증식 및 사육 포기 사육곰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여전히 아쉬음으로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사육곰산업에서 비롯된 부작용과 불법행위를 막고, 직접 보호시설 마련에 나선다는 점에서 적극 환영하는 바이다.
이번 보호시설의 예산 반영은 지난 십여년 간 사육곰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끈질기게 이어온 시민사회의 노력의 결과이다. 2012년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한 민간협의체 구성 시점부터 시민사회는 사육곰 산업 정책의 폐지와 보호시설을 통한 사육곰의 보호를 주장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사회적 합의, 재정적 부담 등을 내세우며 최소한의 복지도 보장받지 못한 채 방치된 사육곰을 외면해왔다. 여전히 4백 여마리의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사육곰으로 사육되고 있으며, 최근 5년간 농가에서 불법으로 증식된 반달가슴곰이 모두 36마리에 이르지만 정부는 방법이 없다며 방치해왔다.
그러나 더딜지라도 변화는 분명했다. 지난 6월 동물자유연대가 확인한 사육곰의 비인도적 도살과 불법 취식 문제가 알려지며 사육곰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브라질 등 외신까지 보도되었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에는 3만 명의 시민이 함께 하였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야생동물과의 접점 관리 문제는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사회 문제로 대두되어 보호시설의 정부예산안 반영으로 이어졌다.
또한 1억 증액에 그치기는 했으나, 국회 심사과정에서 이루어진 예산안 증액 논의 또한 고무적이다. 단순 몰수·보호시설이 아닌 야생동물 생츄어리의 필요성과 야생동물 복지 증진의 당위성이 논의되며, 해당 상임위인 환노위 뿐 아니라 예결위에서도 생츄어리 조성을 위한 증액 의견이 이어졌다. 국회에서도 야생동물을 가두고 이용하는 그릇된 관계의 재정립과 인간과 동물의 공존이 보편타당한 규범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가 마련하는 첫 중대형 포유류 보호시설인 만큼 이제 제대로 된 설계와 마련이 중요하다. 말 그대로 사육곰 보호시설은 사육곰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보장하기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당연히 지자체의 관광자원도 정부의 면책성 시설도 아니다. 곰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공간 구성과 운영 전반에 있어 곰의 복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보호 곰의 자연적 감소 이후에도 중대형 야생동물 보호시설로서 기능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부터 병용 및 전환, 확장 가능성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
보호시설을 위한 예산 마련으로 국내 사육곰 문제는 새로운 전기에 접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 이로써 정부의 책임이 끝난 것은 아니다. 농가의 전폐업 유도와 용도변경의 단계적 시효 적용을 통한 실질적인 사육곰 산업 종식 로드맵과 함께 할 때 보호시설은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이를 위해 동물자유연대는 사육곰 산업 종식과 모든 사육곰이 보호받는 그날까지 지금까지 그래왔듯 시민들과 함께 하며 매 순간 최선을 다해 문제 해결에 임할 것이다.
2020년 12월 2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