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길 위에서 살아가는 길고양이한테는 모든 순간이 위기로 다가옵니다. 곧 붕괴될 건물, 쌩쌩 지나다니는 차와 오토바이, 친절한 얼굴로 다가오는 사람들. 삶의 모든 순간에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합니다. 지난 31일,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어린 고양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재작년, 제보자는 공장단지에서 태어난 새끼 고양이한테 ‘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랑이는 어미인 ‘삼색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제보자님이 챙겨주시는 밥과 간식, 깨끗한 물을 먹으며 지냈습니다. 어느 지역의 공장단지는 고양이가 상자에 흠집을 낸다며 쫒아내지만, 랑이가 지내던 곳은 달랐습니다. 한 구석에 바람과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천막을 설치해주었고 마음 놓고 밥을 먹을 수 있는 밥자리도 마련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랑이와 삼색이, 그리고 동네 고양이들은 제보자님과 공장 직원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냈습니다. 하지만 찰나의 평온함이었는지 지난해 삼색이가 로드킬로 세상을 떠나고, 랑이는 상처 투성이인 얼굴로 발견되었습니다. 제보자는 로드킬로 세상을 떠난 삼색이로 인해 마음이 무너져내렸지만, 삼색이가 세상에 남긴 랑이를 살리기 위해 마음을 다잡아야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집에는 고양이를 쫓는 습성이 있는 진돗개 세 마리가 있어 직접 구조하기가 어려웠고,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보호처를 구해보았지만 아픈 고양이를 보호해주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호처를 구하지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상처는 더욱 심해졌고, 설상가상으로 랑이가 앞이 잘 안보이는 듯 밥자리를 냄새로 겨우겨우 찾는 모습까지 포착되었습니다.
이에 동물자유연대는 구조와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하여 지난 31일 늦은 저녁 시간 포천으로 달려갔습니다. 현장에서 본 랑이의 모습은 처참했습니다. 얼굴이 피와 농으로 가득했고, 이마에서부터 시작된 상처가 눈까지 내려와 한쪽 눈을 거의 사용하지 못하는 듯 했습니다.
심각해 보이는 랑이의 모습에 마음이 조급해졌지만 해가 다 저버린 늦은 시간에 다른 고양이들까지 모여있어 개체 식별이 어려웠습니다. 이 때문에 활동가들은 랑이를 구조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보다 더 빨리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랑이가 제보자님한테 경계심이 크게 있지 않았고, 제보자님이 어두운 곳에서 개체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제보자님의 도움 덕분에 안전하게 구조된 랑이는 현재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고 있습니다. 이마의 상처는 오래되었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영역 다툼으로 인해 생긴 교상일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습니다. 정수리부터 안면부 안쪽까지 염증이 가득해 한쪽 눈이 안 떠질 정도로 부기가 심했던 얼굴은 점차 회복되고 있습니다.
랑이가 하루빨리 완쾌되어 좋은 가족을 만나 행복하기를 다 같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