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구조] 당산역, 울면서 사람을 따라다니던 만삭의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위기동물

[구조] 당산역, 울면서 사람을 따라다니던 만삭의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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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3.2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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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산역 3번 출구앞에 지나가는 사람들을 올려다보며 울면서 따라 다니는 만삭의 고양이를 구조했습니다.

지난 주말 지나가던 사람들이 가던길을 멈추고 안타까워 하던중 누군가 고양이를 데리고 갔지만, 어찌된 일인지 다음 날 그 장소에 다시 나타났다고 합니다.




<사람들에게 경계심없이 다가오는 당산역 앞 만삭고양이>

사람을 많이 따르는 고양이여서 자칫 위험에 노출 될 수 있고, 차량이 많이 드나드는 당산역 부근 교통 상황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활동가들이 당산역으로 향했으나 고양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처 옷가게에 혹시나 고양이가 다시 나타나면 연락해줄것을 부탁드리고 일단 돌아와야했습니다.

그 날 밤 만삭의 고양이가 다시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고 인근에 살고 있는 활동가가 저녁 11시경 당산역 앞 옷가게로 향하다보니

저만치서 한 눈에도 해산이 가까운듯 불룩한 배의 고양이가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버스정류장 앞에서 종종거리며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활동가가 부르자 금새 쪼르르 달려왔고, 간식을 내밀자 아무런 경계심 없이 맛있게 받아먹었습니다.

얇은 담요로 감싸 안았을때도 별 다른 반항이 없다가 케이지에 넣는 순간 잠깐 야옹~~하고 몸에 힘을 주었으나 그리 어렵지 않게 포획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를 케이지에 실어 당산역을 출발하려고 보니 출구 바로 옆 국수가게 앞에 고양이를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이 눈에 띄었고, 마침 그 앞에 나와있는 국수가게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부터 나타난 만삭의 고양이가 너무 안타까웠지만,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밥이라도 챙겨주고 계셨다고 합니다.


밥을 챙겨주던 분들을 보자 케이지 안에서 반가운듯 눈을 반짝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야옹~하고 인사를 건네었습니다.

"이제 안전한 곳에서 몸을 풀고, 길 생활을 하지 않게 될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동안 밥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을 드리고 작별을 했습니다.

구조한 다음날은 갑작스레 요란스러운 비가 내렸습니다. 만일 그날밤 만나지 못했다면  비 속에 울고 있었을텐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한편 만삭의 고양이를 당장 보호할 장소가 문제였습니다. 

남양주 반려동물복지센터에는 현재 너무 많은 고양이들이 있는데다, 장애묘들이 많아 더 이상 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게다가 곧 아기 고양이들이 태어나게 될테니 보호할 공간이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다음날 기본 진료를 위해 방문한 동물병원에서 해산할때까지 자리를 내어주셨습니다.

신정동 서울탑동물병원은 동물자유연대의 소식지 '함께 나누는 삶' 2018년 겨울호에 소개된 병원으로 화재가 났던 시흥 불법번식장, 최근 구조된 치와와들의 치료와 임시보호를 맡아주신 고마운 병원입니다.

불법번식장 구조 치와와들을 맡아주고 계신 가운데 또 어렵게 자리를 내어주신 병원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코 끝에 까만 점이 콕 찍혀 있어서 코점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얻게 된 개냥이 예비 엄마는 현재 병원에서 많이 안정된 듯 편안하게 해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검진 결과 앞으로 2주 정도 후에 해산을 하게 될것이고, 뱃속에는 4~5마리의 아기들이 있다고 합니다.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는 코점이>



코점이가 왜 당산역앞에서 울면서 사람들을 따라다녔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많이 사랑받고 자란듯 경계심 없이 만져주면 금새 골골송을 부르는 코점이는 자칫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었던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만, 

그렇게 집을 나왔다해도 보통 임신한 경우에는 집으로 찾아가는 고양이 습성을 생각했을때 혹시 버려진것은 아닌가 조심스레 짐작해봅니다.

그래서 코점이는 당산역 출구에서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가족들이 혹시나 다시 데리러 오진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던것은 아닐까 하고...

아기를 갖게되자, 갑작스런 몸의 변화에 이제 한살 전후의 어린 코점이는 많이 당황스러웠을겁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좀 데려가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던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지나가는 사람들을 울면서 따라다니며 밥을 구걸하지 않아도 되고,

따뜻하고 안전한 장소에서 아가들을 낳게 된 코점이는 그래도 참 운이 좋은 고양입니다.


지금도 거리에는 코점이처럼 길을 잃거나 버려져 당황한 고양이들이 있을것이고,

녹녹치 않은 길 생활을 하며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고 있을 길고양이들이 있을것입니다. 

그들 모두에게 한켠에 밥과 물 한그릇 준비해주는 인정이라도 배풀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젖소냥인듯 턱시도냥인듯 묘한 모색에 사람을 너무도 좋아하는 낙천적이고 애교많은 코점이

스코티시 폴더를 닮은 얼굴과 작은 귀의 코점이가 낳을 아가들이 얼마나 예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코점이 아가들이 태어나면 다시 소식 알려드리겠습니다. 

코점이와 코점이의 아가들이 꼭 좋은 가족을 만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