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아닌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퇴근 후 집으로 향하던 활동가는 인도에 쓰러져 가쁜 숨을 몰아쉬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던 시민들을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2024년의 마지막 날이었고 다음 날은 2025년 1월 1일 신정이었습니다. 지자체는 당장 출동할 수도 없고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 고양이를 관청에 데려다 놓으면 신정이 지나고 나서 처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은 고양이가 죽도록 그냥 내버려두겠다,는 표현과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활동가의 집까지는 거리가 꽤 됐기에 현장에 있던 시민분들께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양이를 이송할 박스를 현장에서 급히 구했고 병원까지 이송해 줄 분도 현장에서 구해야 했습니다. 시민분이 집에서 가져다준 수건과 근처 마트에서 구해 주신 종이박스에 고양이를 옮겨 차에 태우고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송곳니 골절과 안면부 골절 외에 척추나 사지 등에 큰 골절이 없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폐출혈. 폐와 비강, 구강의 출혈이 심했고 앞으로 사흘간이 고비가 될 것이라는 수의사의 진단이 있었습니다. 고양이가 치료에 얼마나 잘 협조해 줄지에 따라 위험도가 달라질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부디 고양이가 의료진을 믿고 잘 버텨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오토바이가 친 것이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었다면 과연 오토바이 기사는 이번과 마찬가지로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그냥 가 버렸을까? 하는 의문이 계속 들었습니다. 연말이 아닌 신정이 아닌 평일 업무 시간이었다면 관할 지자체는 어떻게 했을까 하는 의문도 떠올랐습니다.
오토바이에 치여 도로에 쓰러져 있던 고양이를 인도로 옮긴 것은 반려견과 산책하던 시민이었습니다. 도와 달라는 수십 통의 전화를 한 것도 고양이를 옮길 박스와 수건을 구한 것도 병원으로 서둘러 이송해 주신 것도 지나가던 어느 시민이었습니다. 연말연시 쉬지도 않고 24시간 노력한 의료진까지, 고양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미비한 제도와 관련 법령은 차치하고라도 생명을 대하는 태도가 너무나 극과 극인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도 선한 사람들의 힘이 더 크다고 믿습니다. 2025년 새해에도 선한 사람들의 힘이 계속 더 커지길 희망합니다.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애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