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기사 펌] 인간이 쥐를 낳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쥐

사랑방

[기사 펌] 인간이 쥐를 낳았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쥐

  • 이기순
  • /
  • 2013.11.29 09:52
  • /
  • 3814
  • /
  • 285

기사 일부 발췌 : 뉴트리아는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 남미에 사는 동물이다.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은 버블 경제를 맞이한 한국 농가들이 또 다른 수익 사업에 열중하던 시기다. 소와 돼지 말고 다른 동물들을 키워서 부수입을 올리고 싶었던 농가들은 타조, 오소리 등 많은 외래종을 한국으로 들여왔다. 뉴트리아도 그중 하나였다. 2001년 정부가 뉴트리아를 축산법상 가축으로 지정할 당시에는 470여 농가에서 무려 15만 마리를 사육했다. 사람들은 뉴트리아를 먹지 않았다. 모피도 사지 않았다. 아무리 ‘민물물개’나 ‘늪너구리’라는 애칭을 지어준들, 사람들 눈에 뉴트리아는 거대한 쥐일 뿐이었다. 수익이 안 나오자 많은 농가들은 사육을 포기하고 뉴트리아를 축사에서 내보냈다. 뉴트리아는 열대 동물이다. 기온이 영상 5도 이하로 떨어지면 동상에 걸려서 죽거나 생식 능력을 잃어버린다. 뉴트리아를 내보낸 농장주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차피 다 얼어 죽거나 스스로 멸종할 테니 그냥 내보내도 큰 문제는 없을 거라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생명은 신비하다. 인간이 적응하듯 동물도 적응하고, 인간이 진화하듯 동물도 진화한다. 야생화된 한국의 뉴트리아는 몇 세대를 지나오면서 겨울에 완전히 적응을 한 채 급속하게 퍼져나갔다. 수천 마리가 낙동강을 중심으로 번성하기 시작했다. 2009년 6월 환경부는 결국 뉴트리아를 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했다. 축산법상 가축으로 지정한 지 겨우 8년 만의 일이다.

언론에 A씨 혹은 B씨로만 등장하는 뉴트리아 사냥꾼들은 한 달에 100~200마리를 잡는다. 마리당 3만원이니 한 달에 300만에서 600만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이들은 석궁이나 몽둥이, 골프채 등을 사용해서 뉴트리아를 때려잡는다. 뉴트리아는 순하고 동작이 굼떠서 잡기 그리 힘들지 않다.

(덫을 놓아 잡은) 뉴트리아를 철창에 넣으려다 가져온 당근을 하나 던져줬다. 앞다리가 잘리고 하반신이 올무에 걸린 채로 뉴트리아는 허겁지겁 당근을 먹어치웠다. 나는 어떤 존재가 그토록 무언가를 비참할 정도로 급히 먹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곧 죽을 것을 예감하고도 생존에 대한 욕망을 뿌리치지 못해 애절하게 목숨을 이어가는 존재를 이처럼 눈앞에서 똑똑히 본 적이 없다.

뉴트리아를 괴물로 만든 건 인간이다. 우포늪에 괴물 쥐가 산다는 종편 프로그램은 틀렸다. 우포늪에는 괴물 쥐가 아닌 슬픈 쥐가 산다. 인간의 어리석은 결정이 낳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쥐 말이다.

기사 전체 보기 : http://www.geekmag.co.kr/magazine/magazine_view.asp?topCategoryNo=1&midCategoryNo=4&idx=0&boardNo=1201




댓글


홍현신 2013-11-29 10:28 | 삭제

몇일전 공중파방송 한 코너에서도 방영한적이 있어요. 이분은 아니시고 다른 분이신듯하구요.. 자신이 농작물 피해를 입어 시작했다며.. 뉴트리아를 때려잡는 모습과 손수레에 싸여있는 사체까지.. 돈 받는다는 이야기는 쏙 빼고 완전 영웅 처럼 보도하더군요.. 화가나고 끔찍했지요..
슬픈 쥐.. 맞네요..인간의 육식과 모피에 대한 탐욕이 만든 이상황에서 힘겹게 자신의 생존을 지켜가는 게 괴물이 되는 길이 라는 걸 어찌 알까요.. 힘없는 저 동물들이..ㅠㅠ 답답하고 가여워서 눈물이 납니다..


김유리 2013-11-29 11:46 | 삭제

정말 괴물은 뉴트리아가 아니고 인간입니다. 너무나도 불쌍하고 슬픈현실입니다.


이경숙 2013-11-29 11:58 | 삭제

저도 이 방송을 보면서 분노했습니다
넘 잔혹하게 죽이더군요
다른 어느 방송에선
남미 어느 나라 도심 호수가엔
뉴트리아가 평화로이 새끼들도 낳고 살고
주민들도 뉴트리아에게 먹이도 주고
아이들하고도 어울리는 사랑스런 모습이었어요
가여운 생명을 괴물쥐라는 이름을 붙여서
생태계 혼란 초래니 농작물 훼손의 원흉이니 하면서
무참히 죽이는 모습...정말 속상합니다
우리 나라에 살고 있는 뉴트리아들
그들이 무슨 죄일까요?
인간들이 이렇게 만들어 놓고 처단하다니...


안혜성 2013-11-29 12:59 | 삭제

기사 원문에 실린 사진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최지혜 2013-11-30 11:54 | 삭제

아..끔찍하네요..
몽둥이,골프채로 때려 잡는다니,,
동물들에게 제발 말이라도 할수 있는기능을 주세요.신이시여!
죽기전에 살인자에게 욕이라도 실컷하게요..
인간의 이기심의 끝은 어디 일까요??
미안하다..세상의 모든 동물들..ㅠㅠ


장지은 2013-12-05 09:38 | 삭제

여전히 인간은 참 잔인해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건 그 누구도 아닌 사람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쥐라는 말에..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네요..
참 씁쓸하고 마음이 아퍼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