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기사펌]미신은 미신일뿐..

사랑방

[기사펌]미신은 미신일뿐..

  • 이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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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04.11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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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9일 잠실구장 본부석에 나타났던 고양이가 다음날 두산 실내연습장에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두산은 2승을 거뒀다. 고양이는 11일 자취를 감췄다>

[베이스볼 포엠] 때를 기다린다   - 박동희 칼럼

야구만큼 미신과 징크스가 통하는 곳도 없다. 미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는 경기 전 라커룸 한편에 앉아 기도를 하곤 했다. 그래야 신의 힘으로 홈런을 칠 수 있다고 믿었다.

통산 도루 1,065개를 기록한 일본의 도루왕 후쿠모토 유타카는 경기가 끝나면 오토바이를 몰고 바람을 갈랐다. 그래야 다음 경기에서 몸이 바람처럼 투명하게 돼 상대 야수의 글러브에 닿지 않을 것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루스는 독실한 신자가 아니었고 당시 후쿠모토는 운전면허가 없었다. 홈런과 도루를 기록할 수만 있다면 두 선수는 언제든 개종을 거듭했을 것이고 절벽 앞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것이다. 야구를 인생 이상으로 받아들이면 그렇게 된다. 야구는 그런 것이다.

시즌 초반 6연패를 기록 중이던 두산도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 정도 연패면 팀 전체가 갖가지 미신과 징크스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과거 모 감독은 평소보다 늦게 구장에 나오곤 했다. 어느 감독은 신발을 신고 첫발을 내딛을 때 ‘왼발이냐, 오른발이냐’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선수들은 닭집에 모여 10인분이 넘는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한 뒤 닭날개만 부러뜨려 먹었다. 프런트는 ‘연’을 보면 일부러 눈을 감기도 했다. 모두 연패를 끊기 위한 노력이었다.

두산은 어땠을까. 4월 10일 잠실 한화전을 앞두고 두산 선발투수 김명제가 실내연습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그때였다. 김명제가 히터에 손을 댄 듯 눈을 크게 떴다. 실내연습장 그물망 위에 고양이가 앉아 있던 것이다.

야구계에서 고양이는 불길한 징조다. 여우처럼 ‘재주를 부린다’해서 웨딩케이크에 달라붙은 바퀴벌레만큼이나 환영받지 못한다. 6연패 중인 두산이나 시즌 첫 승을 노리는 김명제에게는 재앙의 예고였다.

그러나 아무도 고양이를 쫓아내려 하지 않았다. 야구공을 던지거나 배트로 으름장을 놓지도 않았다. 그랬다면 고양이는 그물망 위가 아니라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을 것이다.

\"괜찮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명제는 조용히 미소만 지었다.

두산 선수들과 프런트가 한 일이라곤 사다리 위에 음식을 올려놓고 고양이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바라는 것뿐이었다. ‘언젠간 내려오겠지’하는 믿음으로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어쩌면 고양이를 향한 두산의 기다림은 자신들의 색깔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일지 몰랐다.

두산은 지난해도 올해처럼 연패를 거듭하며 시즌을 출발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감독은 “자신의 야구를 이해하지 못 한다”며 선수 ‘탓’을 하고 선수들은 “기용과 작전이 엉망”이라며 감독 ‘탓’을 하기 마련이다.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사과를 집어먹다 걸린 이브처럼 큰 죄를 짓기라도 한 듯 고개를 숙였을 일이다.

그러나 두산은 달랐다. 김경문 감독은 찻주전자처럼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묵묵히 선수들을 바라봤고 선수들은 조용히 훈련에만 매달렸다. 프런트는 평소대로 자신들의 일을 했다.

전날 김동주의 투런홈런을 발판으로 6연패를 끊었던 두산은 이날 김명제의  5 2/3이닝 5피안타 2실점(1자책)의 호투로 연승에 성공했다.

야구에서 미신과 징크스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두산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다. 바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