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기사펌]한국은 동물학대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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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펌]한국은 동물학대 공화국

  • 이옥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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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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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은 동물학대 공화국
[경향신문] 2007년 05월 30일(수) 오후 05:58   가| 이메일| 프린트

지난 22일 국방부 앞에서 벌어진 ‘특전사 기무부대 이천 이전에 반대하는 규탄대회’에서 경기 이천시가 분노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로 새끼돼지의 사지를 찢어 죽인 사건에 대해 충격과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런 야만적인 동물 학대에 대해 이천시가 추모 행사를 방해하고 폭력을 휘둘러 놀랍다. 이천시는 지금이라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속죄해야 한다. 부동산 개발로 인한 경제적 가치의 상승이나 도자기 도시로서의 홍보보다 더 추락한 도시의 명예 손실이 얼마나 클 것인가? 이천시의 명예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사과문을 띄우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나아가서는, 진실로 동물 학대 방지와 생명 존중을 지방행정의 주요 의제로 삼아서 생명을 존중하는 도시로 거듭나는 길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동물 학대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보편적 현상이며, 한국 사회가 이러한 사태를 막을 적절한 제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이다. 특히 최근에 농림부가 마련한 각종 제도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인색하다. 우리나라에는 매년 6만마리 이상의 개들이 무책임하게 버려지고, 이런 유기견들은 극도로 열악하고 제대로 감독 받지 못하는 보호소에 방치되어 있으며, 그런 유기견의 대다수가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비참하게 생을 끝낸다.

또 애완동물의 문제만큼 실험동물의 학대 문제도 심각하다. 한국은 ‘동물실험의 천국’이라 불리고 정당성도 없는 온갖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영장류의 실험은 제대로 된 실험 가이드 라인도 없다. 배아복제의 연구윤리에 대해서는 일부 사회적 검증이 이루어졌지만 동물실험의 연구윤리는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련한 실험동물에 대한 규제들은 민주사회 제도로서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결여되었다.

농장동물의 경우 이천의 시위에 참살당한 돼지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돼지들이 일상적으로 함부로 몸이 잘려지고, 약물을 먹히고, 사육되고 도살되고 있다. 면도칼을 이용해 어린 돼지의 그곳을 잘라내고, 이빨을 몇 개만 남기고 펜치로 부러뜨리고, 구더기가 끓는 구역질나는 환경에서 키우는가 하면, 병든 돼지를 곡괭이로 쳐죽여 퇴비더미 속에 던져버려지는 일이 적지 않다. 농림부는 동물사육에 대해서는 어떤 지침도 의무 조항으로 하려 하지 않고, 대형 도축사업장에서마저 비인도적 도살을 규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이천 사건이 아니더라도 하루가 멀다하고 개풍녀사건, 대못 박힌 고양이, 호르몬제를 이용한 제주도 투마대회 등 각종 학대사건이 속수무책으로 일어나는 한국은 동물의 아우슈비츠이다. 인권과 민주주의가 없이는 아무리 잘살아도 선진국가가 될 수 없는 것처럼 국민소득이 제아무리 2만달러가 되더라도 이런 동물 학대가 계속되는 한 문명국가가 될 수 없다. 동물이 학대되는 사회에는 인간도 동물처럼 취급되며 학대를 받는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청와대 등 고위정책당국이 귀를 막는 것은 물론이고 농림부조차도 최소한의 복지와 공정성이 보장된 제도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동물보호관련법의 개정을 앞두고 협의를 진행하는 정부정책당국의 각성을 촉구한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