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축제의 동물 학대를 중단하라
화천 산천어 축제는 진짜 이름은 <화천 산천어 학대 축제>이다. 2km가 넘는 얼음 벌판 축제장에 뚫린 구멍만 수천 개. 매해 축제 전까지 굶긴 약 80만 마리 산천어들은 도망가지 못하도록 쳐놓은 테두리 속에 갇혔다가 잡혀 죽는다. 맨손잡기 프로그램에서는 공개된 장소에서 어린이들이 보는 앞에 동물이 폭력적으로 다루어지다가 죽음에 이른다. 운 좋게 살아남은 개체들도 굶거나 상처가 곪아 이내 폐사되어 어묵공장으로 향한다.
생존을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유흥과 오락을 위해 수십만의 생명이 단 몇 주 안에 죽어나가는 해괴한 이벤트. 축제라고 부르는 이 동물 지옥은 사실상 집단 폭력과 살상의 현장에 다름아니다.
산천어 축제는 특히 가족단위 참가자가 많아,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약자에 대한 폭력과 학대를 체득하게 된다. 맨손 잡기 등의 비교육적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 고통을 느끼는 존재를 입에 물고 자랑스럽게 기념사진 찍는 법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한 어른으로 성장한다.
이미 무수한 과학 연구들이 어류도 고통을 지각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맨손잡이 체험 시 어류는 공기 중에 노출되어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고 신체에 손상을 입는다. 낚시 바늘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물고기의 안면 조직은 손상될 수 있으며, 눈 안을 파고들기도 한다. 유흥이 아니라 평상시 식용이더라도 가능한 덜 고통받도록 법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지만, 화천군은 이런 세태에 대한 인식 조차 없어 보인다. “계곡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은 산천어의 아름다움이 축제 기간 동안 음미되는 시간은 1초도 없다. 대신, 잡은 즉시 15분 안에 생선을 구워먹을 수 있다는 즉물적 충동질만 넘쳐난다.
재미로 하는 살상이라는 사실 만큼이나 불편한 것이 그 방식이다. 화천 지방에서 살지도 않는 동물을 억지로 공수 해놓고 “지역축제”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점은 차치하고서라도, 지역 생태계, 특히 하천을 파괴하면서 조성한 거대 어항에 동물을 억지로 가두고 취미 삼아 잡아 죽이는 행위가 과연 2020년의 의식있는 시민으로서, 또 아이들 앞에 선 부모로서 자랑스러운 행동일까, 아니면 수치스런 행동일까?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민간도 아닌 지자체가 나서서 국민 세금으로 추진하고 무비판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축제가 타 지역에서 모방되면 될수록, 더 많은 동물 학대와 생명 낭비로 이어지고 각 지역 하천의 생태계 파괴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이 된다.
이에 산천어 살리기 운동본부는2018년에 <동물축제 반대축제>를 개최하였고, 2019년에는 화천군에 민원(신청번호 1AA-1903-175172)을 제기하였으며, 올해는 축제가 동물학대로 현행법상 저촉되는 부분을 지적해 정식 고발장을 제출하는 바이다.
우리는 지역 축제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답사 결과, 눈썰매나 얼음 스포츠 등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는 비폭력적인 행사장들에서 훨씬 더 긍정적인 반응을 체감할 수 있었다. 우리는 화천군이 아래의 요구 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축제가 산천어의 존재를 기념하는 진정성 있는 축제로 조속히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동물/환경 단체들의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화천군>
• 맨손 잡기 프로그램을 즉시 중단할 것.
• 살아있는 동물을 학대하거나 착취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없애고, 동물친화/생태축제로 전면 개편할 것.
• 화천천을 토종 어류가 정상적으로 서식하는 생태계로 복원시킬 계획을 마련할 것.
< 정부>
•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또는 관련 동물보호법)에 의거해, 전국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학대 방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준수하도록 관리/점검할 것.
• 축제가 지역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전문적인 사전/사후 평가를 의무화할 것.
2020년 1월 9일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 (이하 11개 단체)
녹색당동물권준비워원회, 동물구조 119, 동물권 행동 카라, 동물을 대변하는 목소리 행강, 동물을 위한 행동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동물해방물결, 동물자유연대, 생명다양성재단, 시셰퍼드 코리아, 정의당 동물복지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