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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위기동물 입양 에세이 1편 - 보호소를 탈출해 '집으로 돌아온' 너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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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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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담쓰담 입양키트 선정 유기동물 입양 에세이 첫번째 주인공은 '공주'입니다. 


동물자유연대는 공주와 공주를 가족으로 맞아주신 구조자께 입양키트를 선물로 보내드렸습니다. 



드디어 떨지 않게 된 우리 '공주'

2019년 5월 21일. 나는 이날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공주가 드디어 다리를 떨지 않게 된 날이기 때문이다. 작년 9월 우리 집에 온 공주는 몇 달 동안 저녁만 되면 식탁 의자에 앉아 뒷다리를 심하게 떨었다. 병이 있나 싶어 병원에 데려가 검사를 받았지만, 병원에서는 이상이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공주는 저녁이 되면 나쁜 마법에라도 걸린 듯, 겁내는 모습으로 몸과 다리를 떨었다. 그런 공주를 볼 때마다 나는 죄책감과 분노에 휩싸였다. 도대체 저 작은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일정한 시간이 되면 마치 정해놓은 일처럼 몸을 떠는 것일까. 혹시, 내가 너를 보호소로 보내지 않고 바로 입양했더라면 이렇게 떨지 않았을까. 



입양된 후 더러운 털을 모두 정리하고 집에서 쉬고 있는 공주


캠퍼스에서 우연히 발견한 강아지 

어느 날 학교 캠퍼스를 헤매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다. 나는 순하고 착해 보이는 그 강아지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했지만, 타지에서 자취를 하고 있던 나에게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낮에는 강아지와 함께 수업을 듣고, 밤에는 집주인 아저씨 몰래 자취방에서 강아지를 보살폈다. 그러나, 그렇게 생활한 지 3일 만에 강아지의 주인을 찾지 못하고, 보호소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강아지는 보호소 계단에 묶인 채 떠나는 나를 보며 머리가 아플 정도로 짖었다. 큰 소리로 애절하게 짖어대는 강아지에게 “공고 기간이 지나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꼭 데리러 올게. 기다려줘.”라고 말해 주었다. 강아지는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슬픈 표정에 얼굴에 염증이 있는 깡마른 유기견이었던 공주의 구조직후 모습


공주는 가까운 유기견 보호소에 맡겨져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강아지, 보호소를 탈출하다

강아지를 보호소에 보내고 며칠 후, 조교님이 “학교 주변에 저번 그 강아지랑 아주 닮은 강아지가 돌아다니던데, 혹시 그 강아지 아니야?”라고 알려주셨다. 그 강아지는 지금 보호소에 있는데, 어떻게... 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며, 보호소에서 자원봉사하는 학교 친구에게 강아지가 보호소에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그 강아지 없어졌어. 저번에 보호소 대청소할 때 동물들 다 마당으로 꺼내고 펜스를 쳐놨는데, 그때 탈출한 것 같대. 그런데, 내가 너희 자취방 근처에서 걔랑 정말 많이 닮은 강아지가 서성거리고 있길래 유기견 같아서 우리 집으로 데려왔어.” 


친구의 집으로 가보니, 그 강아지였다! 우리 학교 바로 앞에 있는 보호소이긴 하지만, 산속 깊은 곳에 있는데 대체 거기서 어떻게 자취방까지 찾아온 것인지 아직도 감히 감을 못 잡겠다. 나와 함께 한 3일 동안 무슨 정이 들었다고 그 위험한 탈출을 감행했을까. 


용감하고 영리한 공주는 보호소를 탈출해 자기를 구조해 주었던 소녀를 찾아갑니다.


내 마음을 알아줘 공주야

나는 절대 함부로 정을 주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었는데, 강아지와 나, 우리 둘 모두에게 그건 무리였나 보다. 그렇게 공주는 우리 가족이 되었고, 가족이 되어서도 몇 달 동안 떠는 증상을 보였다. 그럴 때마다 우리 가족은 옆에서 쓰다듬어주고 안아주는 것밖에 할 수 없어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는데, 드디어 더 이상 공주가 다리를 떨지 않는다. 이제 공주는 눈치 보지 않고 간식도 먹고, 배를 드러낸 채로 잠도 잔다. 첫째 백두와도 서열싸움 없이 정말 잘지낸다. 지금은 커다란 뼈다귀 간식을 해맑은 얼굴로 뜯어 먹지만, 막 데려왔을 때는 고기를 줘도 뭔지 몰라 먹지 못했고, 산책을 하면 풀을 뜯어 먹기 바빴다. 아마도 유기견 생활이 남긴 흔적인 것 같다. 지금은 너무 평화로워서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꼬박 1년이 걸렸다. 



첫째 백두와 사이좋게 하루하루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공주

내가 사랑하는 믹스견, 공주

사랑스럽고 영리한 공주는 흔히 말하는 ‘믹스견’이다. 나는 보호소에서도 믹스견이 품종견 보다 먼저 안락사된다고 들었다. 믹스견이든, 품종견이든 주인에 대한 사랑은 다르지 않다. 믹스견도, 품종견도 모두 소중한 생명임도 다르지 않다. 공주가 만약 내 사랑의 크기를 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져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강아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공주가 모른대도 상관없다. 피부염 때문에 빨갛게 패여 있던 공주 얼굴이 복슬복슬한 황금색 털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보는 것,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앙상했던 공주가 이제는 포동포동해져서 임신한 것 아니냐고 가족들에게 놀림을 받는 것으로도 만족한다. 며칠 전 공주의 포인핸드 공고를 다시 보니, ‘입양’이 아니고 ‘귀가’로 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 공주는 입양된 것이 아니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공주는 보호소를 탈출해 우리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입양 1년 후 찾아본 공주의 입양공고에는 묘한 우연인 듯 '입양'이 아니라 집으로 돌아갔다는 '귀가'로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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