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쓰담쓰담]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아롱이

위기동물

[쓰담쓰담] 다 나은 줄 알았는데... 아롱이

  • 동물자유연대
  • /
  • 2025.05.23 13:11
  • /
  • 101
  • /
  • 3

구조자는 직장 근처에 살고 있는 길고양이들에게 꾸준히 사료도 주고 TNR도 해주고 살뜰하게 보살폈습니다. 올해도 지자체에 TNR을 접수하고 길고양이들을 포획하는데 그중 두 마리는 중성화 수술을 하기에는 너무 작았습니다.

그래서 그 두 마리는 수술하지 않고 살던 곳에 풀어 주었습니다. 그 중 한 마리는 이틀 정도 보이지 않아 어딘가에서 죽은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나타난 고양이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고 병원에 데려가니 파보 바이러스 감염이었습니다. TNR을 위해 포획하고 병원에 가고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병원에서 다른 고양이들에게 전염된 건지 알 수 없었습니다. 다행히 범백과 같은 다른 전염병에는 걸리지 않았습니다.

 눈을 잘 뜨지 못하고 밥도 먹지 않아서 심각한 것 같아 입원하고 치료를 했습니다. 치료 후에는 보살필 곳을 찾다가 쉼터를 알게 되어 쉼터로 보냈습니다. 쉼터에서 잘 지내고 병도 나아 중성화 수술도 했습니다. 그러나 또다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혈변과 노란 구토, 심한 기침을 하고 피를 토하기도 했습니다. 급성폐렴과 파보 바이러스 장염 재발이었습니다. 전날까지도 괜찮아 보였고 구조자의 어깨 위에까지 올라가던 아이였는데 다음날 급격하게 상태가 나빠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치료 후 방사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부모님이 길고양이에 대해 부정적인 말씀을 많이 하셨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 동의 없이 아이들을 무작정 데려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쉼터에서 지내면서 다 나은 줄 알았던 아이가 피를 토하고 설사를 하니 더 이상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롱이와 그 자매는 구조자의 집으로 왔습니다. 열흘 정도 지나자 부모님은 아이들에게 마음이 열렸고 지금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구조자는 곧 독립할 예정입니다.

 고양이 집사님들은 다 공감하시겠지만, 집에 들이니 내 자식 같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평생을 책임질 것입니다.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묘연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입양 보내려고 노력했지만, 마음속에는 누구에게도 선뜻 보낼 수 없는 애틋함이 있었어요. 밥 주는 16마리 중 저에게 마음을 열어준 이쁜 친구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구조 후에 곧바로 좋은 환경으로 데려오지 못한 것이 미안하지만, 지금이라도 아이들과 잘 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