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할머니가 치매로 더는 나를 알아볼 수도, 돌볼 수 없게 되었어요..
강원도 태백, 고령 독거노인의 집에 개 한 마리가 방치되어 생명이 위급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장시간 차를 달려 현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착해보니 방치되었던 개는 다행히도 태백시 길고양이보호협회의 신속한 대처로 동물병원에 이송되어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임시로 ‘배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태백시 길고양이보호협회의 자세한 설명으로 구조 당시 배달이가 처해있던 안타까운 사연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가 살던 곳과 먹던 잔반]
배달이는 배달이의 모견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의 치매증상이 점점 심해지자 두 마리 개들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어둠 속에서 숨어지내야만 했습니다. 결국 모견은 안타깝게도 구더기가 꼬여있는 채로 생을 마감하였고, 옆에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배달이에게도 구더기들이 달라붙어 피부병을 겪고 있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진행해보니 배달이는 자궁 축농증과 유선종양이 심해 급히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하루]
배달이는 6~7살(추정)이 되도록 사람이 먹고 남긴 잔반을 먹고 살았습니다. 사람과 소통한 경험이 많지 않아 동물병원에서도 배달이를 대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으셨다고 합니다. 다행히 사료는 점차 먹기 시작했지만, 사람에 대한 두려움. 다른 개들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커 다른 개와 어울려 뛰어놀거나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는, 우리가 아는 개의 모습을 대부분 잃어버렸습니다. 눈앞에서 유일한 의지 대상이었던 어미가 눈앞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야 했던 트라우마에서 오는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것입니다.
[치료를 마친 하루]
보호자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밖에 나가 향기로운 풀냄새와 꽃냄새를 맡고, 동네 친구들과 즐겁게 인사하며 뛰어놀아야 할 기회도 없이 이 좁은 곳 어두운 틈에 갇혀 그렇게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며 고달픈 생을 보내야 했을지 너무나 안타깝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배달이가 떠나야 할 때가 오자 동물병원 직원분들과 길고양이 협회 회원분들도 그간 배달이와 정이 많이 드셨는지 크게 아쉬워하시며 배달이에게 가서 행복하고 즐겁게 잘 살라는 이야기를 해주시는 목소리와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시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장시간 이동하는 차량과 창문에 비가 떨어지는 소리가 스트레스가 됐을 법도 한데 배달이는 한번 낑낑거리는 것도 없이 긴 시간을 너무나 잘 참아주어 기특하기만 했습니다.
하루는 오랜 시간을 열악한 환경에서 외롭게 보낸 만큼, 상처받은 마음이 치유되고 친구들과 노는 법을 배우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그래서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이제는 우리와 온종일 함께하고 너의 하루가 사랑으로 가득하길 바란다는 뜻에서 배달이에게 "하루"라는 예쁜 새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하루가 시련과 상처를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으며 따뜻한 가족을 만나는 그 날까지 사랑과 애정을 쏟으며 최선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여러분도 하루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