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법을 묻다] 세번째 주제는 개물림 사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개물림 사고는 매년 약 2천여 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맹견 뿐 아니라 소형견까지 견종에 관계없이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공존을 위해서는 서로 간의 배려와 충분한 예방조치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법은 개물림 사고의 예방을 위해 어떤 안전조치를 규율하고 있을까요? 충분한 안전조치의 기준은 무엇인지, 사고 발생 시 견주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되는지 풍산이의 사례를 통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서초동 사는 강아지 '풍산이'입니다.
제가 반려인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가 친구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뛰어갔는데, 친구네 반려인이 제가 친구를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해하고 말리다 넘어졌습니다. 저도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놀라 친구네 반려인을 물어버렸는데 그 분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무조건 제가 잘못한 것이긴 하지만, 제 반려인이 이 사건으로 인해 벌금을 물게 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제가 '입마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저는 풍산개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상 입마개 착용 의무대상인 '맹견'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 잘못은 맞지만 법을 어긴 것도 아닌데 벌금을 내야하는 건가요?
📜관련법규
형법 제266조
①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해에 이르게 한 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②제1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관련사례
입마개 않은 풍산개…'맹견아냐' 항변에도 벌금형 (뉴시스 2020.01.05)
생후 7년생의 풍산개를 키우는 이모(32)씨는 지난 2018년 7월7일 오후 10시께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풍산개에 목줄은 했지만 입마개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중대형견인 풍산개는 골목길에서 마주친 애완견 비숑프리제에게 달려들었고, 이를 말리려다 넘어진 비숑프리제 주인 A씨의 옆구리를 물었다. A씨는 이 사고로 전치 3주의 상처를 입었다. 조사 결과 이씨의 풍산개는 이 사고 수개월 전에도 이씨를 물어 엄지손가락에 구멍이 날 정도의 상처를 입게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의 풍산개는 산책을 나갈 경우 다른 사람을 물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며 "이씨는 입마개를 하고 목줄을 단단히 잡는 등 철저히 통제해 (풍산개가) 사람을 무는 것을 미리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과실치상 혐의로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법원도 벌금 200만원에 약식명령을 내렸지만, 이에 불복한 이씨가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이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풍산개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의 '맹견'에 해당하지 않아 입마개를 할 의무가 없다"면서 "개를 통제하지 못한 데에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물보호법 제13조2(맹견의 관리)는 '맹견의 소유자 등은 생후 3개월 이상 맹견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 목줄 및 입마개 등 안전장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이 정한 맹견의 종류는 ▲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탠퍼드셔 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트와일러다. 이씨는 풍산개가 동물보호법이 규정한 맹견이 아니기 때문에 입마개를 착용할 의무가 없고, 미착용에 따른 과실 책임도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장두봉 판사는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이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장 판사는 동물보호법상 맹견이 아니더라도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의 관리자는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과실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장 판사는 "개를 데리고 산책할 때는 자신이 관리하는 개의 습성을 파악하고, 공공장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상해 목줄 내지 입마개 착용 등 개의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개의 관리자는 자신의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주의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에서 정한 조치를 모두 취했다고 해 곧바로 형법상 과실치상죄에 있어 개의 관리자로서의 과실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법은 입마개를 해야 하는 맹견의 종류로 '그 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를 규정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에서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씨의 과실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이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련판례
의정부지방법원 2018. 6. 27.
입마개를 하지 않은 개가 초등학생을 물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
과실치상죄로 견주에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 선고
수원지방법원 2019. 1. 11.
목줄만 착용한 진돗개가 사람을 물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사건
과실치상죄로 견주에 200만 원의 벌금 선고
[동물, 법을 묻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