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 입법

[동물 법을 묻다] 친구를 쓰레기봉투에 버리라고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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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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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은 대부분 사람보다 훨씬 짧은 수명을 가졌기에, 슬프지만 반려인들은 언젠가 반려동물의 죽음을 마주할 수 밖에 없는데요.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일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입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맞이한 반려인들은 장례업체를 통해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안치하거나 유골로 메모리얼 스톤을 만들어 간직하기도 합니다. 반면 여전히 집 주변이나 산 등에 반려동물을 직접 묻어 주는 반려인도 있습니다. 문제는 현행법상 죽은 반려동물을 땅에 묻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인데요. 

이번 사연의 주인공, 춘천 사는 고양이씨도 최근 무지개다리를 건넌 친구를 집 마당에 묻어 주려다 불법이라는 이웃의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우리 법에서는 어떻게 반려동물을 떠나 보낼 것을 정하고 있는지, 또 그 내용에 문제는 없는지 고양이씨의 사례를 통해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춘천에 사는 고양이입니다.

어제 함께 살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반려인이 친구를 마당에 묻어 주려고 했는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그러면 불법이라고 하시네요. 함께 뛰어놀던 마당에 무덤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안되는 건가요?


👩‍💼춘천의 고양이씨 안녕하세요.

친구분을 잃은 상실감에 마음이 안좋으실텐데, 무덤을 만들어주는 것도 안 된다고 하니 많이 답답하시겠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옆집 아주머니 말씀대로 현행법상으로는 죽은 동물의 사체를 마당이나 산에 묻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현재 법에서 허용되어 있는 반려동물의 사체처리방법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 동물병원에 위탁하여 의료폐기물 전용용기에 밀봉해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 동물보호법에 따른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는 방법 정도가 가능하답니다. 불법매립이나 무단투기를 하면 폐기물관리법 제68조에 의해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가족이 죽으면 땅에 묻는 것이 사람들의 관습인데 법에서는 땅에 묻지 말고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라니 매우 충격이실 거에요. 

실제로 2018 반려동물 보유현황 및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반려동물의 죽음(안락사 포함)을 경험한 반려인의 사체 처리 방법은 개의 경우 직접 땅에 묻은 경우가 47.1% 동물병원에 의뢰하여 처리한 경우가 27.9% 장묘업체를 이용한 경우가 24.3%이고, 고양이의 경우 직접 땅에 묻은 경우가 52% 장묘업체를 이용한 경우가 32% 동물병원에 의뢰하여 처리한 경우가 15%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법에서 허용하지 않더라도 반려동물의 절반 정도가 반려인에 의해 직접 땅에 묻히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요즘은 정부에서도 가급적 동물장묘시설을 이용하도록 권고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동물장묘시설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거든요. 전국에서 합법적으로 등록, 운영되고 있는 장묘업체는 전국에 40여곳 뿐인데다, 현재 화장시설의 규모로는 한 해 발생하는 반려동물 사체의 15% 정도밖에 감당을 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지역간의 편차도 매우 커서 장묘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멀리까지 이동을 해야 하지요. 그렇다고 미등록업체를 이용하자니, 이동식 화장차 등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는다거나, 여러 동물사체를 동시에 화장하여 동물이 서로 뒤바뀐다거나, 많은 비용을 청구하면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고요. 따라서 올바른 동물장묘시설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여러 지역에 있어야 하고, 비용문제도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습니다. 최근 동물장묘시설은 혐오시설로 인지되고 있어, 지역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장묘시설을 설치하려고 해도 지자체의 허가를 얻기가 어렵고, 이것이 종종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하거든요. 법원에서는 대체로 “동물장례식장이 환경오염이나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고, 다소 부정적 영향이 있더라도 환경오염 및 토사 유출 방지 조치, 차폐 시설 설치 등을 요구해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반려동물 장례문화에 대한 인식개선과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계속해서 갈등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전북 임실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공설 동물장묘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33조의2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공설 동물장묘시설을 설치, 운영할 수 있고, 국가는 경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두고 있는데요. 공공에서 동물장묘시설을 운영할 경우 민간 업체에 비해 접근성은 높이고, 비용은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미등록업체의 난립도 막을 수 있겠지요. 제주의 경우 혐오시설이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장묘시설 뿐만 아니라 동물보호센터와 반려견 놀이터, 공원 등을 결합해 동물복지복합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춘천의 고양이씨도, 죽은 친구분의 반려인도 오롯이 죽음을 애도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동물장묘시설이 기피시설이 아닌 지역주민 모두를 위한 편의시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공설 동물장묘시설이 전국적으로 확충되어야 하겠습니다.  


🔎관련사례

죽은 반려동물 땅에 묻어주려는데…매장이 불법? (뉴스1 2019.12.07)

제주도에 거주하는 A씨는 얼마 전 사랑으로 기르던 반려견을 하늘나라로 보냈다. 땅에 묻어줄까도 생각했지만, 그건 엄연한 불법이라는 말이 기억나 장묘시설을 알아봤다. 그런데 제주도 내에 동물이 죽었을 때 화장할 수 있는 장묘시설이 없다는 걸 알고 A씨는 난감했다. 결국 A씨는 큰마음을 먹고 경기도로 원정 장례를 갈 수밖에 없었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장묘시설은 지난해 27개소에서 1년 만에 41곳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인천·제주 등지에서는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찾아볼 수 없어 반려인들의 고충은 여전하다.

특히 숫자는 늘었지만 일부 지역에 편중돼 있어 반려인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여전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정식 등록된 전국의 동물장묘업체 41곳 가운데 경기도에 18곳이 몰려 있다. 김포와 광주에만 각각 5개소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 인천, 제주, 대전, 울산, 전남 등의 지역에는 단 한 곳도 없다. 제주는 장묘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배를 타고 육지로 나와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합법적인 방법은 3가지다.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담아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위탁해 의료폐기물로 다른 동물들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동물장묘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매장은 불법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역시 "죽은 반려동물을 생활 쓰레기와 함께 버리거나 몰래 매장하면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공중위생에 큰 해를 끼친다"며 "비용이 들더라도 동물 사체는 전용 화장장을 이용해 깨끗하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동물, 법을 묻다 시리즈]

📂13탄 : 하루아침에 밥자리가 사라졌어요

📂15탄 : 길거리에서 강아지를 팔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