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고양이 급식소는 음식물쓰레기, 소음 등의 길고양이 관련 문제 해결과 안정적인 TNR 시행을 위해 꼭 필요합니다. 최근 국회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의 구청과 주민센터에도 하나둘씩 마련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서는 동네고양이 급식소를 둘러싼 갈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몰래 밥그릇을 엎어놓거나 치워버리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합니다.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는 동네고양이씨도 관리인이 밥자리를 치우라고 해서 걱정이 많다고 하는데요.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행위가 정말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건지 이번 사연을 통해 함께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 용산구 아파트단지에 사는 2살 삼색 동네고양이입니다.
동네에 저와 친구들에게 밥을 주는 분이 있는데 며칠 전 아파트 관리인이 그 분께 이러면 안된다며 밥그릇을 당장 치우라고 하셨어요. 저희에게 밥을 주는 게 정말 그렇게 큰 잘못인가요?
👩💼안녕하세요, 용산구 삼색 동네고양이씨.
힘든 길 생활에서 운 좋게 마음씨 좋은 이웃을 만나 잠시나마 배고픔을 잊고 살 수 있었는데, 아파트 관리인 때문에 상심이 크시겠어요. 동네고양이도 생명을 가진 존재인 만큼 더불어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배척하는 분이 있다니, 앞으로 동네고양이씨나 동네고양이씨를 돌보시는 분이 그런 사람들에게 당당해질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함께 알아봐요.
먼저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가 위법행위인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는데요.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크게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에서 보장되는 헌법상 권리에 해당한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현행 동물보호법의 제정 목적이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ㆍ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는 점, 동물보호법에서는 직접적으로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뿐만 아니라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까지도 동물학대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ㆍ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 소유자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ㆍ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종합하면,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는 위법한 행위가 아닌 오히려 법에서 그와 같은 권리를 보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정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밥을 주는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확인해 봐야할 것 같은데요. 내 집, 또는 남의 집으로 명백히 구분지어 지는 공간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 해당한다고 보아 비록 아파트 단지 내 일지라도 밥을 주는 것을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할 것입니다. 즉, 동물보호법 상 동네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이 위법이 아닌 이상 공공장소에 밥자리를 두는 것 역시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일례로 현재 국회 내는 물론이거니와 일부 지자체 구청 앞 또는 주민센터 앞 공공장소에도 공공연히 밥자리를 설정하고 이를 장려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알 수 있겠지요.
다만, 밥을 주는 것이 위법이 아니라고 해서 단순히 밥을 주지 못하게 하는 사람을 신고하거나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동물보호법 제3조가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ㆍ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는 처벌 규정이 없는 훈시규정에 불과하고, 나아가 위 규정이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한 의무를 부담시키는 규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적극적인 학대행위 등을 처벌하는 것이지 소극적인 부작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법은 아니라는 것이죠(보호의무자가 적극적으로 방치하여 학대에 이르게 하는 것과는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유의해주세요).
앞으로 이와 같은 불필요한 이웃 간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농림부나 지자체에서 고양이는 유해동물이 아니므로 학대하지 말고 밥을 주는 행위에 대해 상호 협조하여 달라는 포스터 등을 제작한 후 아파트 등에서 공문이나 안내문 등으로 게시한다면 동네고양이씨도, 돌봐주시는 분도 조금은 편안하고 안전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그런 더불어 사는 세상이 더 빨리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우리 동물자유연대도 늘 노력하겠습니다.
📜관련법규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헌법 제37조 ①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동물보호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의 방지 등 동물을 적정하게 보호ㆍ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동물의 생명보호, 안전 보장 및 복지 증진을 꾀하고, 건전하고 책임 있는 사육문화를 조성하여,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의 정서를 함양하고 사람과 동물의 조화로운 공존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동물보호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동물"이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동물을 말한다.
가. 포유류
나. 조류
다. 파충류ㆍ양서류ㆍ어류 중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동물
1의2. "동물학대"란 동물을 대상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하거나 피할 수 있는 신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 및 굶주림, 질병 등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게을리하거나 방치하는 행위를 말한다.
3. "소유자등"이란 동물의 소유자와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동물을 사육ㆍ관리 또는 보호하는 사람을 말한다.
동물보호법 제3조(동물보호의 기본원칙)
누구든지 동물을 사육ㆍ관리 또는 보호할 때에는 다음 각 호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한다. <개정 2017. 3. 21.>
1. 동물이 본래의 습성과 신체의 원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할 것
2. 동물이 갈증 및 굶주림을 겪거나 영양이 결핍되지 아니하도록 할 것
3. 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현할 수 있고 불편함을 겪지 아니하도록 할 것
4. 동물이 고통ㆍ상해 및 질병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할 것
5. 동물이 공포와 스트레스를 받지 아니하도록 할 것
동물보호법 제7조(적정한 사육ㆍ관리)
① 소유자등은 동물에게 적합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고, 운동ㆍ휴식 및 수면이 보장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관련사례
길고양이 퇴치하겠다?..인천 아파트 공지문 논란 (노트펫 2017.06.20)
인천의 한 아파트에 붙은 길고양이 퇴치 긴급공지가 고양이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SNS 상에서 인천 부평구의 한 아파트에 붙은 빨간색 제목으로 붙은 긴급공지문이 회자됐다. 100세대 이상이 거주하는 공동 주택인 아파트 단지가 ‘도둑고양이’ 서식지가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으니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을 금지’하며 길고양이 퇴치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 외에 강아지를 키우는 입주민들에게는 개 울음소리나 배변 등으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내용도 덧붙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을 금지하여 논란이 되는 사례는 기존에도 여러 차례 있어 왔다. 올초에는 아파트입주자대표 선거에서 길고양이 퇴치 공약이 올라온 것이 대표적이다. 길고양이에게 밥 주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 먹이 금지 및 퇴치’를 주장하는 안내 벽보가 또다시 등장하자 많은 네티즌들이 재차 분개했다. 해당 안내문에는 ‘길고양이는 병균을 옮기는 주범’이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길고양이가 실제로 사람에게 어떠한 병균이나 질병을 옮겼다는 사례는 없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캣맘들이 동네에서 핍박받거나 눈치 봐야 할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가 병균을 옮긴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공지하거나 길고양이 밥 주는 걸 ‘금지’한다는 안내문 때문에 일부 캣맘들은 밥 주는 행위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해당 아파트의 ‘긴급공지’ 안내문이 붙은 후, 그 내용이 SNS상에서 수백 차례 공유되며 많은 네티즌들이 담당 구청에 ‘길고양이 퇴치’는 동물 학대에 해당한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민원이 쏟아지자 구청에서는 19일 오후, 직접 아파트에 내용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길고양이 퇴치는 동물 학대에 해당하여 처벌을 받을 수 있으며, 쥐약을 놓는 것도 안 된다’고 알렸고, ‘긴급 공지’ 안내문 역시 다 떼기로 했다는 것. 관리실 측에서는 아파트 내에 놓아준 캔이 더운 날씨에 파리가 꼬인다고 하여, 캣맘과 의논해 밥 주는 시간 등을 조율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물, 법을 묻다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