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는 충북 진천군의 일부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자 반경 3km 내 농가의 오리 25만4천 여 마리와 닭 49만여 마리에 대한 살처분을 명했다. 이에 대해 진천군은 6일까지 오리만 살처분하고 닭 살처분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진천군 내 닭에서는 AI 증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7일 오전 위험지역 내 살처분은 자치단체장의 권한임에도 농림축산식품부의 권고로 닭 49만 마리도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예방적 살처분을 강하게 권고하는 정부 명령을 계속 거부할 경우 떠안게 될 부담감 때문에 닭도 살처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진천군이 닭에서는 AI 징후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보상금 지급과 살처분 인력•장비 확보, 매립에 대한 문제로 인해 닭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취한 것은 지금까지 AI 사태에 무자비한 살처분만을 강조한 중앙 정부의 대응보다 훨씬 논리적이며 신중한 선택이었다. 진천군에 방문해 살처분을 권고한 자리에서 주장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입장은 다른 지역 모두 위험지역 내 닭과 오리 모두를 살처분하고 있고, ‘경험상’ 모두 살처분해야 예방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논리뿐이다(유영훈 진천군수•농식품부 ‘매뉴얼’ 놓고 설전, 중부매일). 남들 다 하니 혼자 튀지 말라는 얘기며, 애꿎은 오리와 닭이 고통스럽게 죽는 것은 신경쓸 바 없다는 태도다.
더군다나 진천군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위험지역 내에는 지난 2012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하는 닭•돼지•소•오리 농장에 대해 인증한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은 산란계 농가가 2곳 포함되어 있어 더욱 안타깝다. 동물복지축산농장 인증을 받으려면 관행 사육 방식 보다 마리당 2배 이상 넓은 공간을 제공하고, 동물이 가진 본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횃대, 모래목욕 시설, 산란상자를 설치해줘야 한다. 따라서 관행 사육보다 필요한 부지, 노동력 등이 많게는 5~10배 이상 들어간다. 동물복지 인증 농가에서 자란 닭은 관행 사육 농가에서 자라는 닭보다 질병저항력이 우수한 것으로 정부 또한 홍보하고 있으면서 아직 병도 걸리지 않은 닭을 무조건 죽이라는 것은 정부의 무책임한 처사다.
EU의 경우 고병원성 AI 발생이 확인되면 해당 농가의 개체만 살처분하고, 감염농가 반경 3km는 예방구역으로, 반경 10km는 감찰구역으로 지정한다. 예방구역(반경 3km 내)에서는 구역 내 위치하는 농가를 주기적으로 방문해 가금류의 임상검사를 실시하고 필요 시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며, 해당 지역 농가의 닭과 오리, 사체, 운송수단 및 농가 종사자의 이동제한과 살균 소독을 실시한다. 감찰구역(반경 10km)에서는 마찬가지로 지역 내 가금류와 달걀을 이동을 제한할 뿐 아니라 처음 15일 동안은 지역 바깥으로의 가금류와 종란의 이동을 금지(지자체가 지정한 도계장과 부화장은 제외)하며 사용한 쓰레기와 오물의 구역 외 이동 제한과 가금류나 다른 조류 관련 품평회, 시장, 쇼의 개최를 금지한다. 또한 감찰구역 지정은 감염농가의 청소와 소독, 살균작업 이후 최소 30일 이상은 지속되도록 하고 있다. 예방적 살처분은 시행하지 않을 뿐더러, 살처분이 결코 방역을 위한 최선이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살처분 기준도 지켜지지 않아 동물들이 비참히 죽어가는 ‘생매장 왕국’이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커져가는 무차별 살처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고, 고병원성 발생 농가 주변 지역의 감시와 차단 방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해야 한다.
○ 동물자유연대의 주장
일. 현재 고병원성 발생 농가 반경 3km 내 예방적 살처분을 중단하라.
일. 차단 방역을 강화하면서 위험 지역 내 가금류는 임상검사와 시료 채취 후 실험을 통해 고병원성임이 확인됐을 때 살처분하는 것으로 전환하라.
2014년 2월 7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