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고] 10월 24일 오전, 우리 하철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온 이야기

[부고] 10월 24일 오전, 우리 하철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 온센터
  • /
  • 2020.10.29 10:03
  • /
  • 1418
  • /
  • 2





2020년 10월 24일 오전 11시 40분, 우리 하철이가 눈을 감았습니다. 하철이의 부고를 당일에 알려드려야 하는 것이 하철이 생전 아껴주시고 함께 걱정해 주셨던 대부모님, 회원님들에 대한 도리인것을 알지만 떠나 보낸 큰 슬픔에 늦은 부고를 알림을 이해해 주십시오. 





하철이는 어느날부터 목안쪽에 여러 개의 작은 멍울이 생겼고 2019년 12월, 임파선 악성종양을 진단 받아 투병해 왔습니다. 15살 이상 고령이어서 수술도 함암치료도 비관적인 상태였습니다. 짧으면 2개월, 길어도 6개월을 넘기기 힘들거라 했었는데 우리 하철이 장수했죠 ^^ 투병 기간 중 아픔을 호소하는 일 없이 편안했고 식사를 거르는 일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풍성했던 털이 듬성듬성 해지고 몸도 말라갔지만 하루 4끼의 식사를 단 한번도 거르지 않고 잘 먹었습니다. 

악성종양 말기의 고통을 알기에 늘 기도했습니다. 사는날까지 잘 먹고 곡끼 끊는 날 가자.. 아주 짧게만 아프자.. 우리 효자 하철이 약속을 지켰습니다. 최선을 다해 병마와 싸우고 살고자 노력했고 큰 아픔 없이 곱게 떠났습니다.




하철이를 처음 만난 곳은 2013년 6월, 지금의 온센터가 서울 행당동에서 이전하기 직전 경춘선 상봉역이었습니다. 온센터로 발령받아 이미 집은 남양주로 이사했지만 센터 건립이 늦어지며  남양주에서 서울 행당동으로 출퇴근 하던 시기였죠. 하철이라는 이름이 지하철에서 구조하여 붙인 이름입니다 ^^;; 

퇴근 무렵, 환승역인 상봉역은 몹시 분비는데 역무원 두 분이 까만 시추를 안고 가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직업정신이 발동하여 조용히 뒤를 따라가며 역무원 분들의 대화를 엿들었습니다. 여러번의 환승을 거쳐 상봉역까지 왔다는 믿기지 않는 하철이의 모험기였습니다. 심지어 은평구에서부터 목격이 되었다는 말까지요. 지하철에 버려진 것 같은데 시보호소로 보내야 함을 안타까워하는 말도 들려왔습니다. 역무원에게 안긴 시추의 눈은 뒤따라오는 저를 향해 있었지만 초점 없이 상하좌우 정신 없이 움직이며 불안감이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주인을 잃었거나 버려진 것 같은데 저희가 보호하며 주인을 찾아주겠습니다. 중랑구 구청에도 연락해서 유기동물 공고  진행할게요." 당시 행당동에 작은 개 한마리 정도의 보호공간은 있었기에 동물자유연대라 말씀드리고 까만 시추를 품에 안았습니다. 




구조 당시부터 하철이의 시력은 좋지 않았고 2015년경 시력을 거의 상실했습니다. 많은 동물들이 생활하는 온센터에서 여기저기 부딪히다 다른 동물들에게 괴롭힘을 당해  예민해 진 하철이를 2016년 1월, 집으로 데려와 임시보호를 시작 하였습니다. 하철이는 처음부터 남편을 무척이나 잘 따라 늘 옆에 있었고 무릎을 차지했습니다.  




하철이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남편 옆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함을 느꼈던 모습이 많습니다. 떠나던 날도 그랬고요.  이름에 '똥'자가 붙으면 오래산다고  투병기간 내내 '똥철이'를 남발하던 남편과 그 바램대로 오래 곁에 있어준 고마운 하철이. 가장 평화로왔던 하철이의 모습을 대부모님들께 전하며 떠나 보낸 아픔을 위로합니다. 그 동안 하철이의 삶이 평온하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대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2020년 10월 29일.

상봉역에서 만난 작은 생명으로 늘 고맙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윤정임센터장이 부고를 알립니다. 


 




댓글 달기


댓글


hisugy 2020-10-29 15:24 | 삭제

그동안 행복하게 있어줘서 고마워
하늘에서 우리 애들과 즐겁게 지내주렴


하철이를 사랑하는 대부모 2020-10-29 15:29 | 삭제

하철아 널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어릴적 키웠던 강아지와 닮아 취업하자마자 후원을 시작했었어. 어릴적 키우던 강아지에게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을 갚고자 시작했던 후원이지만 가끔이나마 소식을 접하며 하철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또한 행복했던것같아. 착한 천사 하철이가 무지개다리 넘어 저세상에서도 항상 행복할수있도록 기도할께, 사랑해 하철아~


송지영 2020-10-29 17:28 | 삭제

그곳에선 아프지말고 마음껏 뛰어다녀 하철아!! 우리 장수하고 친구도 해줘.


보름이 2020-10-30 09:09 | 삭제

하철아 그래도 큰 아픔 없이 가서 다행이다... 친구들이랑 신나고 재밌게 놀아


김보현 2020-11-02 15:48 | 삭제

하양이를 보내고 아직까지도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를 보내는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느끼고 있어서, 제가 받은 위로의 마음 그대로 진심을 다해 보내드립니다.
하철아 편안한 마음으로 떠났길, 그곳에서도 늘 행복만 하길, 먼저간 친구들하고 만나서 웃으면서 지내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