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용기를 내던 여주 개농장 구조견 효공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온 이야기

[부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용기를 내던 여주 개농장 구조견 효공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 온센터
  • /
  • 2025.05.26 16:57
  • /
  • 56
  • /
  • 2




여주 개농장에서 구조된 효공이가

위염전증후군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매순간 두려움을 이겨내 왔던 효공이를 함께 기억해주세요. 효공의 평안을 바라며 이민주 활동가의 부고를 전합니다.



2017년 여주 개농장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준 동물학대 사건이었습니다. 비좁은 뜬장 속에서 수많은 도사견들이 굶어 죽어간 참혹한 현장에서, 효공이와 몇몇 친구들이 아사 직전의 상황에서 간신히 구조되었습니다. 당시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로 발견된 효공이의 모습은 그 자체로 기적과 같았습니다.



구조 초기 효공이에게는 사람의 손길 하나하나가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개농장에서의 끔찍한 기억들이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 인지, 누군가 다가오기만 해도 온몸이 굳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효공이는 그토록 무서워하면서도 단 한 번도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늘 두려움에 떨면서도 가만히 사람의 손길을 받아들여주었습니다.



효공이는 구조되어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람이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갔습니다. 여전히 사람을 무서워하긴 했지만, 때로는 궁금한 눈빛으로 눈을 맞추기도 하고, 먼저 다가와 간식을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을지, 얼마나 많은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을지 생각하면 효공이의 노력과 변화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효공이에게

커다란 덩치에 커다란 두려움을 안고 살았던 효공아. 겁이 너무 많아서 눈치 보기 바쁘던 너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아.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항상 다른 친구들 곁이나 구석 자리를 찾아갔잖아. 어떻게 그렇게 커다란 발로 늘 조용조용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을까. 네가 평생을 눈치를 보며 살았던 것 같아서 그 조용한 발걸음이 슬프게 남아.


그런데 세상과 사람을 무서워 하면서도 너는 늘 간식을 잘 받아 먹어주었고, 사람의 손길을 단 한번도 거부한 적이 없었어. 특히 처음엔 멀찌감치 떨어져서 눈치만 보던 네가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던 그 변화는 정말 소중했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너의 마음이 아주 조금씩 열리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거든. 무서우면서도 궁금해 하던 네 마음이 너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다 담겨 있었어.


효공아, 너는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정말 많은 것들과 싸워 왔을거야.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 사람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세상에 대한 불안감까지. 그 모든 것들을 이겨내며 매일매일 작은 용기를 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어. 비록 사는 동안 두려움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람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잖아.


개농장에서 끔찍한 나날들을 견뎌내고, 긴 시간 동안 두려움과 싸우며 살아온 너의 모든 순간이 대견하고 고마워. 이제는 더 이상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곳에서 커다란 발로 커다랗게 뛰어다니면 좋겠다. 좋아하는 간식도 마음껏 먹고, 머뭇거리던 그 발걸음 대신에 자유로운 뛰놀음을 가지길 바라. 안녕, 효공아








댓글 달기


댓글


이예지 2025-05-26 18:00 | 삭제

효공아 고생 많았어 구조 후 8년동안 행복했길 바래..효공이가 도착한 별에서는 아무 근심 없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만 하길 바랄게!


효공이 2025-05-26 19:16 | 삭제

이제는 편히 쉬어 효공아, 고생 많았어


예삐언니 2025-05-27 11:49 | 삭제

효공이에게서 욕심 없는 너른 마음과 깊고 평화로운 고운 심성이 보여. 태어나 자란 곳이 너를 옭아매어 마음껏 표현하고 누리지 못했음이 안타깝고 슬프구나. 천국이 있다면 반드시 다다랐을 그곳에서 효공이가 편하고 행복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