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구조]민원 해결을 위한 묻지마 포획으로 삶의 기회를 빼앗긴 호린이

위기동물

[구조]민원 해결을 위한 묻지마 포획으로 삶의 기회를 빼앗긴 호린이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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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05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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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 사무실로 한 소방서로부터 ''새끼 고양이 구조 민원이 들어와 출동해서 데려왔는데, 동물자유연대가 데려가 줄 수 있느냐''는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소방대원의 뉘앙스가 동물자유연대를 다른 관공서 쯤으로 여기는 듯 했습니다.) 고양이의 건강상태와 포획할 때 주변에 어미가 있는가 살폈는지를 묻자, 해당 소방서는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데려온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3일전에 데려왔으며, 처음엔 건강했으나 지금은 밥을 안 먹는다고 했습니다.
 
어미로부터 독립을 하기 전까지는 새끼 고양이는 어미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포획 전에 주변을 살펴 정말 어미와 떨어져 혼자 된 개체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소방서에서 고양이의 습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민원 해결에만 급급해서 묻지마 포획을 했다는 사실이 당혹스러워 재차 확인했음에도, 별일 아니라는 듯 민원이 들어오면 무조건 포획하여 데려온다는 사실을 확인해 줄 뿐이었습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 보호의 의무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소방서라도 건강한 길고양이를 함부로 포획해서는 안됩니다. 해당 소방서는 동물 보호 의무와 권한이 있는 지방자치단체 담당자에게는 연락조차 해보지 않고 무조건 데려와서는 밥을 안 먹고 웅크리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의 새끼 고양이를 케이지에 넣어둔 채 3일이나 방치 했습니다.(그나마 한 직원이 아무것도 안 먹는 모습이 안쓰러워 사비를 들여 닭가슴살등을 사서 급여를 시도했다고 합니다.)
 
보통은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지방자치단체 동물보호 담당자에게 연락하여 조치할 것을 안내하지만, 새끼 고양이의 건강이 염려되어 즉시 동물자유연대 사무실로 데려다 줄 것을 요청 했습니다. 그러나 소방서 측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인지하지 못하고 훈련 중이라 당장에는 어렵다는 답변을 할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 걱정에 우리 활동가가 직접 찾아가 고양이를 데려 왔습니다.

 

즉시 병원으로 데려갔고 가장 걱정스런 범백(치사율 높은 고양이 전염병) 검사 결과 음성이었으며, 활동성도 남아 있었습니다만, 먹지 못한 시간이 길어 간 손상이 의심되며 심한 탈수 증상으로 입원 치료가 시작 되었고, 아기 호랑이를 닮은 무늬와 호랑이처럼 강하게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호린”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습니다. 범백 검사가 음성이었음에도 증상이 범백과 유사하고, 호전되지 않아 지속적으로 혈액 검사와 범백 검사를 하며 지켜보던 중 범백 감염이 확인되었고, 입원한지 8일째 되는 새벽에 호린이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동물을 구조할 때는 그 삶을 존중하는 배려가 필요합니다. 제기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무조건적인 포획은 결코 구조가 아닙니다. 정말 필요한 개입인지 충분히 따져보아야 하고, 구조 후에는 구조 이유에 맞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밥을 안 먹는 모습이 관찰된 즉시 병원 치료를 받았다면 호린이에게 다른 미래가 펼쳐졌을 수 있습니다. 피구조 동물의 습성을 고려하지 않고 법적,행정적 절차를 무시한 채 민원 해결에만 초점이 맞춰진 한 소방서의 대응이 새끼 고양이의 삶을 파괴하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골목을 누비며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 기회를 빼앗긴 호린이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