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습관처럼 가는 산행길에 아침에 산에 오를 준비를 하고 이웃을 기다린다,,
그런데 오늘은 매번 가는 코스를 바꾸어 멀리 대관령 옛길로 산행을 정했다.
매일 다니는 산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흰둥이가 마음에 걸렸지만 어제 보고 왔으니 하루쯤은 이탈을 해도 흰둥이도 이해하겠지 생각하고 대관령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가는길에 바로 앞에서 너무 어처구니 없는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트럭 뒤 짐칸에 조금도 움직일 수 없도록 짧은 줄에 묶였다기 보다 매달려 있다는 표현이 적합한 누렁이를 보는순간 그 아이의 애처로운 눈이 내 눈과 정면으로 딱 마주치고 말았다.
어떡하나 어떡하나 입속에서는 중얼거리면서 딱히 행동으로 옮기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가 탄 차가 출발하는데 그 트럭이 바로 뒤에 따라 붙었다.
마침 신호대기에 걸리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동승했던 동생과 차에서 급히 뛰어 내려서 그 차를 가로막았다.
차주가 무서운 개장수인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여자 둘이 타고있다.
"저기요 저 뒤에있는 개 지금 어디로 가는건가요?"
"팔러 가는건데요"
물론 팔려가는 거라 짐작은 했었지만 여자들은 너무 태연하게 대답을 해 준다.
"키우시던 개인가요?"
네~
"얼마나 키웠어요?"
"1년키웠어요"
"얼마에 팔건가요"
"12만원이요"
"그럼 저희한테 파실래요?"
12만원짜리 누렁이는 갑자기 15만원으로 값이 올라간다....
어디로 가는 중이냐고 물어 보았더니 그냥 농장이라고 말 할 뿐 자세한 설명을 해 주지 않는 두 여자에게 제발 팔지 말고 좋은 일 한번 하시라고 아이를 달라고 사정했더니 전화를 주겠다고 하며 차를 몰고 가 버린다.
"꼭! 꼭! 좋은일 하신다 생각하시고 전화주세요 기다릴께요..."
너무 불쌍해서 눈을 피하고 싶은 아이는 마치 자기가 처해진 상황을 직시하는건지 체념한 눈빛이었고 오금이 저렸었는지 바닥엔 오줌이 흥건했다.
오늘의 산행길은 마냥 즐거울 수가 없었다. 산을 오르면서 내 눈에 보이는 건 평소에 보았던 맑은 물 푸른산이 아닌 트럭뒤에 매달려서 공포에 떨고 있었던 팔려가던 누렁이의 천진스러운 맑은 눈이 자꾸 아른거린다.
혹시라도 산속이라 핸드폰이 안 터지면 어떡하나 주머니에서 꺼내어 보고 또 보는데 정상에 다다르자 낯선 번호의 벨이 울린다.
그 여자들이다.. 헤어진 옛사랑에게 전화가 와도 이렇게 반갑지는 않았을것이다.
"이 개 팔테니까 17만원을 주세요 아니면 농장에 팔겠어요"
그 말은 듣는 순간 열이 뻗혀서 더러운 욕이라도 해 주고 싶었지만 애써 꾹 참고 알았다고 일단 만나자고 했다.
함께 했던 이웃들과 산을 내려오는데 평소에는 힘들어서 헐떡거렸던 저질체력이 어디에서 그렇게 힘이 솟구치는지 훨 훨 날라서 총알처럼 하산을 했다.
협력병원 앞에서 다시 만난 누렁이는 모든 걸 체념한 듯 표정까지 멍해보였다.
사진을 찍으려니 그 여자들이 하는 말..
"사진찍어서 우리에게 피해주는 건 아니죠?"
무슨피해? 니그들이 죄 짖는 건 아냐? 이 나쁜 개장수들아~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돈을 송금할것이니 계좌번호를 대라 했더니 나를 어떡해 믿냐면서 지금 당장 달란다..ㅠㅠ
갖고 있던 돈이 부족해서 원장님께 빌리고 잔돈까지 모아서 15만원 만들어 주니 더 달라고 투덜대는 두여자에게 법이 없다면 죽통이라도 날리고 싶을 정도로 울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고 또 참았다.
돈을 건네 주자 차에 묶여있던 아이를 풀어주는 여자를 반기며 그것도 주인이라고 누렁이는 팔짝팔짝 뛰면서 꼬리를 친다...
모든것이 끝나고 여자들에게 물어 보았다.
"저 아이 어디로 팔려가는 중이었나요? 다 이해하니까 말해보세요"
누렁이는 오늘 도살장으로 가는 길이었다고 도살장에서 3만원을 주면 개를 잡아준다고 그리고 그 걸 먹겠다는 사람에게 팔려고 했다고....
이 모든 광경을 보고 계시던 원장님께서 한마디 하신다.
저 사람들 빨리 보내라고 보기도 싫다고....
그래도 1년을 함께 했으면 정이라도 들었을텐데 아이에게 잘가라고
좋은데 가라고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건네받은 돈이 좋아서 히죽거리는
일말에 양심도 아이에 대한 미안함도 모르는 이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헤어지면서 다시는 개 키우지 말라는 부탁을 드렸더니
또 한여자가 하는 말..
"우리집에 개 한마리 있는데 못 키우겠으니 그것도 사가실래요"
잘 가세요 인사도 하고싶지 않고 인간이 싫어서 원장님과 병원문을 닫아버렸다.
극적으로 구조된 황구이야기는 검사와 입양 후에 이어집니다.
글/사진 : 동물자유연대 강릉지부 최정란 팀장
이경숙 2012-06-08 10:54 | 삭제
1년이나 키웠으면 가족인데 ㅠㅠ 참 야멸찬 사람들이네요 ㅠㅠ
글을 읽을수록 부아가 치밀어오릅니다
장지은 2012-06-08 11:28 | 삭제
헉!!
가슴이 철렁한 모습.. 예측되는 생각..
녀석 그래도 운이 좋은 아이네요..
그 운으로 따뜻한 가족까지 꼭 만나서 쭈~욱~ 행복해라^^
아이 구조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__)
저런 인정머리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몹쓸 xxx~~
아흑~
김시내 2012-06-08 08:15 | 삭제
멀쩡하게 생긴 여자들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도살장에 넘긴다고 하니..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들.. 참 안타깝다.. 그래.. 그렇게 매몰차게 살다 한생 마감하겠지..
정서영 2012-06-08 08:52 | 삭제
이 글과 바로 아래의 글에 사진이 안보입니다.보고싶은데요,,
강릉지부 2012-06-08 09:01 | 삭제
수정했습니다..
돌돌맘 2012-06-08 09:42 | 삭제
천백년 이래로 고깃국 그릇 속에는
원한이 바다와 같이 깊어 그 한을 평정하기 어렵구나
세상의 도병겁의 원인을 알고자 하면
깊은 밤 도살장의 문에서 들러오는 소리를 들어보게나...
다래뿌꾸언니 2012-06-08 13:15 | 삭제
ㅠ.ㅠ 첫번째 사진 무서워서 박스 깔아 놓은 곳에 쉬야 했네요.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김수희 2012-06-12 11:26 | 삭제
아휴..읽는내내 마음이 어찌나 조급해지던지.....아휴...그래도 저 아이는 정말 하늘이 도왔네요. 감사드립니다. ㅠㅠ
김진주 2012-06-22 20:43 | 삭제
그것도 주인이라고 꼬리쳤단 얘기네.. 어쩜 저리
1년이란 시간 짧다면 짧지만.. 꽤 긴 시간 함께 했을텐데..
저런 사람들은 동물 못키우도록 하는 그런 법은 없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