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기사]범고래의 반란

사랑방

[기사]범고래의 반란

  • 홍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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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2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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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국 놀이공원서 16년 벗 조련사 물어 숨지게

자연상태선 사람 공격 안해…스트레스로 폭주

인간들의 사육에 대한 야생 범고래의 '반란'인가?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놀이공원 '시월드'에서 범고래가 조련사를 공격해 사망케 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시월드쪽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놀이공원을 폐쇄했고, 샌디에이고 시월드의 범고래쇼도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 wkmg-tv > 등 현지 언론이 전한 목격담은 끔찍하다. 당시 일부 조련사들은 시월드의 최고 인기쇼인 범고래의 '샤무쇼'에 대해 50여명의 관객들에게 설명해주고, 일부 관객들은 유리창으로 비친 범고래를 구경하고 있었다. 갑자기 '틸리쿰'(치누크 인디언 말로 친구라는 뜻)이라는 이름의 범고래가 수조 위로 튀어올라 옆에서 있던 여성 조련사 다운 브랜쇼(40)의 옆구리를 물어 물속으로 내동이쳤고, 조련사의 신발이 벗겨질 정도였다는 것이다. 9살때 놀이공원에 놀러왔다가 범고래쇼를 보고 조련사의 길을 걷게 된 22년의 최고경력의 브랜쇼는 16년동안 절친한 동료였던 범고래에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몸무게 6t, 길이 8m의 초대형 고래인 '틸리쿰'은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과거에도 두차례나 인명사고에 연루된 적이 있다. 1983년 아이슬랜드 근해에서 2살때 포획된 틸리쿰은 처음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시월드에 보내졌다. 1992년 수조에 미끄러진 여성 조련사(20)를 다른 범고래 두마리와 함께 놀이기구를 다루듯 물어서 서로 튕기는 바람에 사망케 한 사건에 연루됐다. 사고 직후, 틸리쿰은 보다 큰 수조가 있는 올랜도의 시월드로 옮겨졌다. 두번째 사건은 1999년 7월6일 밤 틸리쿰의 수조에 몰래 숨어든 27살의 관객이 익사체로 발견된 사건이다. 검시결과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으로 밝혀졌지만, 틸리쿰에게 물리고 수영복은 찢겨나간 채였다. 유일한 숫컷으로 '종자 고래'인 틸리쿰은 거대한 몸집과 공격성 때문에 수조 안에서 조련사들과 함께 한 적이 없고, 쇼를 시작할 때 관객들이 소리를 지르면 관객들에게 물을 뿜어올리는 역할만을 해왔다.

시월드쪽은 전례없는 사고라고 밝혔다. 그러나 범고래가 1964년 처음 수족관에서 사육되기 시작한 이래 20건이 넘게 사람을 공격한 사례가 있고, 지난 1월 시월드에서 조련사를 물어 물에 빠뜨린 적이 있다.

돌고래 중 가장 크고, 먹이사슬의 최고포식자인 범고래는 '킬러 고래'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사람을 공격하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종류의 고래나 바다사자 같은 젖먹이 동물들을 사냥하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범고래가 자연상태에서 사람을 공격한 적은 없다. 범고래는 지능이 높고 길들이기 싶다는 이유로 전세계 수족관에서 쇼를 하는 돈벌이 고래로 사육되어 왔다.

그러나 야생 범고래의 평균수명이 50~60년인 반면, 사육되는 범고래의 평균수명은 25년이 안다. 인공사육은 범고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야생에 비해 턱없이 작은 수조, 기형적인 사회 구조, 화학적으로 처리된 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등지느러미가 붕괴되고 자해하거나 다른 범고래나 심지어 사람에게 공격하기도 한다. 사육되는 고래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위장약을 달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데이비드 필리스 국제해양포유류프로젝트 소장은 "스트레스를 받은 범고래가 사람을 공격한 것은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고 경고했다. 그는 '틸리쿰'처럼 아이슬랜드 해상에서 포획된 범고래를 야생으로 돌려준다는 이야기의 영화 < 프리윌리 > 의 실제 주인공이다. 그는 "해양놀이공원들은 범고래 쇼로 돈을 버는 사업을 그만두고 야생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래보호론자들은 고래를 볼려면 수족관이 아니라 알래스카의 앞바다로 갈 것을 권한다.

류재훈 기자 hooni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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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타오 2010-02-26 16:54 | 삭제

휴~ 글 다 읽고 사진을 다시보니 행복해 하는건 사람뿐인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합니다..


민수홍 2010-02-27 01:23 | 삭제

균형잡힌 기사를 송고하고 지면화한 한겨레신문 편집진께 감사합니다.
"친구"의 행복과 평안을 아울러 기원합니다.


장지은 2010-02-27 02:38 | 삭제

조련사도 범고래도 안타까울뿐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