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계열기업인 사조에 동물복지 개선에 대한 책임을 촉구한다.
6월 26일 언론보도를 통해 사조그룹의 오리계열회사에서 이동제한이 걸린 AI 경계지역 안의 도축장으로 외부 농장의 오리를 몰래 반입하다 적발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현행법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 전염병이 발생한 지역으로부터 10km를 경계지역으로 설정해 경계지역 내 가금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도축장에서도 외부의 가금류를 반입해 도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가 차단방역에 촌각을 다투던 와중, 사조그룹의 계열회사인 사조화인코리아가 도축 물량이 모자라자 경계지역 밖에 있는 오리들을 경계지역 안에 위치한 도축장으로 몰래 들여와 도축하려 했던 것이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오리 농장에서 최초 발생했을 뿐 아니라, 발생 농가 중 76.2%가 오리 농장에서 발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조는 축산대기업으로써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에 앞장서지는 못할망정, 경제적 이윤만 추구하다 오히려 전염병 확산의 위험을 초래한 것이다. 이기적인 자본주의 탐욕의 극치를 보여준 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무엇보다 이번 고병원성 AI가 오리농가에서 주로 발생한 이유로는 열악한 오리 사육환경이 문제로 꼽힌바 있다. 오리는 물새로써 물을 이용해 날개와 깃털을 단장하고, 머리를 물에 담그는 습성이 있는 동물로, 자연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물가에서 보낸다. 이에 유럽의회의 경우 사육시설에 오리들이 머리를 담그고 깃털을 절식 수 있는 형태로 물을 제공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세계 동물보호단체들도 오리농가에 물과 관련된 오리의 습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설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태적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스트레스 증가로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유엔환경계획(UNEF),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같은 국제기구는 이미 공장식 축산이 AI 같은 전염병 발생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부분의 오리농가는 물을 이용하는 오리의 습성을 충족할 시설을 제공하지 않으며, 거대한 창고형 농장 안, 분변이 쌓인 비위생적인 환경에 통풍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밀집 사육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오리농가의 경우 비닐 하우스형 축사 비율(68%)이 높고, 전반적으로 시설이 낙후된 것이 확인됐다. 동물의 대량사육 시스템은 축산업의 계열화로 가속화됐으며, 현재 오리 계열화율은 약 90%에 달한다. 즉, 사조와 같은 축산대기업이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위반한 문제 이전에, 가축전염병의 발생과 확산에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방역체계 개선방안의 하나로 열악한 오리농가의 시설 개선을 위해 축사 리모델링을 지원할 것으로 밝힌 바 있지만, 이는 주로 방역시설에 집중되어 있을뿐더러,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열악한 오리 복지를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축산기업 스스로 위탁농가에 현실적인 지원 및 개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더 이상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를 국민들의 세금으로 메울 순 없다.
이번 가축전염병예방법을 위반한 사조화인코리아는 단 5일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으로 끝이 났다. 그러나 동물을 대량 사육하며 동물에게 고통을 야기하고, 그 대가로 이익을 취득하고 있는 축산기업은 더 큰 사회적 책임이 부과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반복해서 AI가 발생하고, 여름이 왔음에도 끝나지 않고 있다. 사조는 축산 대기업으로써 가축전염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축산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임을 인지하고, 하루빨리 동물복지 개선에 앞장 서기를 요청한다.
2014년 6월 27일
동물자유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