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씨월드에서 돌고래가 또 죽었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이번에 사망한 돌고래가 태어난 지 열흘 남짓한 새끼였다는 사실이다. 지난 8월 28일, 거제씨월드에서 새끼돌고래가 태어났다는 사실을 확인한 동물자유연대는 9월 4일 성명을 발표하여 정부에 해당 개체에 대한 몰수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몰수 방안을 제대로 찾아볼 새도 없이 9월 8일 새끼돌고래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이다.
이제 더는 두고볼 수가 없다. 지난 2월 25일과 28일 쇼에 이용되던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가 연달아 죽은 데 이어 이번까지, 올해만 해도 거제씨월드에서 벌써 세번째 사망 소식이다. 2014년 거제씨월드가 개장한 이후 10년 간 이곳에서 죽은 고래류는 이제 15마리에 달한다.
10년 간 15마리의 고래류가 죽어나간 ‘고래무덤’ 거제씨월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버젓이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오로지 비윤리적인 기업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거제씨월드의 악행을 막아세우기 위해 우리 사회는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민단체들의 오랜 노력 끝에 2023년 12월 14일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됐다. 고래목 동물이 전시에 부적합한 종이라는 점을 법으로 명확히 했고, 신규 개체 보유를 금지함으로써 향후 국내 수족관에서 고래류 전시를 중단할 토대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거제씨월드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곳에서는 여전히 고래를 이용해 매일 쇼를 펼치고, 작년에 태어난 새끼까지 돈벌이에 동원하는 등 후안무치한 영업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어디 이 뿐인가. 올해 2월 거제씨월드에서 사망한 큰돌고래 ‘줄라이’와 ‘노바’가 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와중에도 쇼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특히 ‘노바’는 죽기 나흘 전까지도 쇼를 했던 것으로 드러나 공분이 일었다. 이에 전국 전∙현직 수의사들로 구성된 한국동물원∙수족관수의사회(KAZAV)가 거제씨월드의 영업 행태를 지적하며, 건강에 문제가 있는 동물은 치료 기회를 제공하고 전시를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쯤 되었는데도 지자체와 해양수산부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 시행 이후인 올해 상반기에도 거제씨월드 점검 결과 개선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동물원수족관법 제23조에 따라 필요한 경우 허가권자는 수족관에 대한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명할 수 있으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영업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거제씨월드는 올해 4월 시설 내에서 출산한 새끼돌고래를 보유함으로써 동법 제15조 고래목 신규 개체 보유 금지 조항을 위반하였으므로 시정명령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새롭게 도입한 전문 검사관 제도를 이용하는 등 지자체와 해양수산부는 적극적 행정을 통해 거제씨월드 영업 제재 방안을 찾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한다.
10년 전 거제시는 고래 감금 및 전시가 동물학대라는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유지를 무상으로 대여해주며 거제씨월드의 건립을 강행했다. 동물학대 및 국제적 멸종위기종 무단 반입, 불법 신규 개체 보유 등 거제씨월드에서 발생한 수많은 위법 사항에도 수족관 허가권자인 경상남도와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영업장을 폐쇄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태어난 지 열흘 된 새끼돌고래를 비롯해 지난 10년 간 거제씨월드에서 일어난 고래들의 죽음 앞에서 해양수산부와 경상남도, 거제시 모두 유죄다.
해양수산부와 지자체는 거제씨월드를 대상으로 더 이상 형식적인 점검과 권고를 반복하지 말라. 규제할 법이 없다는 핑계도 더는 통하지 않는다. 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거제씨월드와 같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부적절한 동물전시체험시설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긴 시간 노력 끝에 만들어낸 법안이 해묵은 폐해를 도려낼 칼날로 쓰일 것인가, 쓸모없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것인가. 이제 해양수산부와 지자체의 선택에 달렸다.
2024년 9월 10일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