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9일 조선일보는 “4~5층에 들어선 ‘실내 동물원’…미분양 상가가 살아났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시대를 거스르는 실내동물원을 광고하는 조선일보를 규탄한다.
부동산 광고를 위해 세운 조선일보 자회사의 기자가 쓴 기사에서는 실내 동물원이 입점해서 상권을 살렸다며 실내 동물원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주렁주렁’을 광고하고 있다. 해당 업체에서 운영하는 시설들의 열악한 동물복지 수준에 대해 시민사회들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다. 심지어 2020년에는 인수공통전염병(결핵)에 감염된 동물을 전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주렁주렁은 어떻게 성공했을까. 대개 동물원은 동물을 철창에 가둔 상태에서 일방적 관찰만 가능하다. 주렁주렁은 고객이 눈앞에서 동물과 교감할 수 있도록 울타리를 없앴다.” 며, 전시하는 야생동물을 직접 만지고 먹이를 먹이는 직접 접촉 방식이 동물복지에 대한 무지함의 극치를 보여준다는 것을 모른 채 찬양하고 있다. 그러나 ‘교감’과 ‘체험’이라는 말을 오염시키며 체험동물원에서 벌어지는 일은 ‘일방적 관찰’ 정도를 넘어 동물에 대한 일방적 희롱과 괴롭힘이다. 전시되는 동물은 실내 공간에 갇혀 죽지 않을 정도로, 때로는 죽을 정도로 관람객들에게 몸을 내어주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전락한다.
또 조선일보는 ‘수요동물원’이라는 연재 코너를 운용하며 “바람난 판다 부인, 푸바오 시어미 될 수 있을까?”와 같은 천박한 기사를 매주 쏟아내기도 한다. 동물을 의인화하다 못해 저속한 젠더의식을 드러내며 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강화한다. ‘푸바오’라는 동물원 판다의 인기에 어떻게든 한 마디라도 더해서 조회수를 올리려는 황색 언론의 한심한 작태다. 언론이 아니라 말초신경 자극에 몰두하는 광고 업체가 아닌가 싶다.
지금은 야생동물을 함부로 가두어 전시하고 돈벌이에 이용하는 시대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동물복지의 최저 기준을 사회 규범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전면개정된 취지는 바로 주렁주렁같은 시설에서 발생하는 동물복지와 안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올해 12월부터 개정된 법이 시행되면 주렁주렁같은 실내 시설은 동물의 전시가 대폭 제한되며, 앞으로 주어진 5년의 유예기간 안에 문을 닫거나 동물 종을 대폭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기사가 광고하는 것처럼 장밋빛 산업이 아니라는 뜻이다.
야생에 살아야 하는 야생동물이 산업에 이용될 때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이 코로나 대유행 등의 경험을 통해 자명해지고 있기 때문에, 야생동물 이용 산업을 갈수록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은 국제적 흐름이기도 하다. 언론사가 사라져가는 동물착취 산업을 부동산과 엮어 홍보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이며 동물에게 더 나은 삶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가 쏟은 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6월 김해 부경동물원의 ‘갈비뼈 사자’가 큰 관심을 받을 때 “인간의 이기심과 무관심으로 고통 속에 살았을 그들의 삶에 죄책감”이라는 시민의 글을 인용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인지부조화라는 말이 떠오른다. 2023년 대한민국의 상식적 언론이고자 한다면, 야생동물 착취 산업에 기생하며 대중을 현혹시키는 기사를 낼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의 건강한 관계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사를 내도록 주문한다.
2023년 9월 20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단체 하이,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을위한행동,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동물자유연대, 동물해방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