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글이는 구조자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기도 하는 애교 많은 길고양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겨울 저녁 배가 불룩한 채로 걷지 못하고 뒷다리와 엉덩이를 질질 끌면서 대소변이 묻은 채로 급식소 주변에 있는 동글이를 발견했습니다.
상태는 심각해 보였고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측됐지만 병원비 걱정에 구조하기가 망설여졌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동글이를 그냥 두고 보자니 마음이 너무 힘들어 다음 날 구조했습니다. 병원에서 동글이는 탈장과 천장골 탈구로 진단받았습니다. 몸을 움직이면 장기들이 더 빠져나올 수도 있고 생명에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탈구도 수술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장애와 정상적인 배변활동이 어려울 것이라고 해서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약 2시간 정도 걸려 수술을 마쳤습니다. 탈장 수술은 배를 10cm 정도 절개하여 빠져나온 지방이나 장기를 제자리에 넣고, 탈구 수술은 뼈를 제자리로 맞추고 피부를 약간 절개하여 스크류를 박았습니다. 수술이 끝나면 통증이 무척 심할 것이라고 해 통증 처치와 예후 관찰을 위해 최소한 이틀은 입원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퇴원 후에는 수술 부위가 안정될 때까지 한 달 정도는 뛰어내리기와 같이 무리를 주는 동작을 하지 않도록 케이지에서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했습니다.
동글이는 이틀 정도 입원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수술 후 생각보다 회복이 빠르고 또 항체 검사 결과 범백 항체가 없는 것으로 나와서 아픈 동물들이 오가는 병원에 있는 것보다 퇴원해 집에서 돌보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수의사 선생님 소견으로 다음날 퇴원하여 구조자의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 있는 반려묘들과 분리하기 위해 방 한 칸을 내어주고 케이지에 화장실을 넣고 돌봐 주었습니다. 동글이는 다행히 밥도 잘 먹고 약도 잘 먹었습니다. 서투르지만 일어나 걷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묽은 변을 보기 시작해서 환부에도 묻고 항문도 엉망이 되었고, 통증이 있는지 건드리지 못하게 해서 병원에 가서 항문 주변 털을 제거하고 소독도 했습니다. 혹시 몰라 파보 검사를 해보니 다행히 음성이었습니다.
일주일 뒤에 병원으로 가 엑스레이로 스크류 박은 부위가 자리를 잘 잡은 것을 확인하고 탈장 수술한 곳의 실밥도 풀었습니다. 지금 동글이는 정상적인 배변활동도 가능하고 구조자의 집에서 뛰어다니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수술을 안 해줬다면 어땠을지... 수술만 받으면 이렇게 잘 지낼 수 있는데 병원비 때문에 망설였던 게 너무 미안했습니다. 동글이와 함께 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지금 반려묘가 4마리이고, 제 상황에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라서 제가 임시보호하는 동안 백신 접종해 주고, 좋은 평생 가족을 찾아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