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친 묘소에 다녀오면서 충남 둔포에 거주하는 지인과 통화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지인을 통해 작은 농장에 동물이 유기된 사실과 개 한 마리가 펜스 담장에 다리가 걸린 채 2주 이상 방치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현장을 둘러보니, 지인의 말대로 중형견 한 마리가 펜스 담장에 왼쪽 뒷다리가 걸려서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있었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기력을 완전히 상실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한파 소식이 계속되던 때이기에 이미 왼쪽 뒷다리는 동상에 걸린 듯 얼음덩어리처럼 굳어있었고, 개는 마치 구해달라는 듯 애처로운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저는 근처에 있던 도구들로 펜스를 절단하고 개를 구조했습니다. 그리고 인근에 있는 동물병원에 연락하여 응급 진찰을 요청하면서 병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진찰 결과 담장에 걸려있던 왼쪽 뒷다리는 신경 반응이 없었고, 도저히 회생은 불가능해 절단해야 한다는 소견이었습니다.
다리를 잃어야 한다는 것은 안타깝고 안쓰러웠지만, 사실 기력이 많이 쇠약해져 있었고 심장사상충까지 양성 판정을 받았던지라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라클은 큰 수술과 두려운 상황들로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잘 견뎌주고 이겨내 주었습니다. 밤에 낑낑거리면서 자는 것을 보면 아직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듯합니다. 세 발로 평지는 잘 다니지만, 허리 신경을 다쳐서 엎드리거나 누워있다가 일어서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들어하고요.
그래도 구조 당시 18.9kg였던 체중이 지금은 25kg를 유지할 만큼 식욕이 좋습니다. 덕분에 하루 4끼는 기본이고 중간에 간식까지 챙겨주고 있습니다. 온순한 성격이고, 마당이나 집 밖으로 산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라클과 함께해야 할 것들이 아직 많습니다. 중성화부터 예방접종을 시작해 심장사상충 치료까지요. 또, 요 며칠 전부터는 밤에 거실에서 쉬~야를 합니다. (헉! 왜??)
라클을 구조하고 치료하고, 현재 보호를 하면서 느낀 게 많습니다. 동물자유연대에서 애쓰는 여러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저도 작게나마 정기후원자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라클에게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드리며,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