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을 처음 만난 건 작년(2011년) 7월이다. 2011년 1월 갑자기 떠나 보낸 토토에 대한 상실감으로 여전히 힘들어하며 저녁이면 한 시간씩 산책 나와 공원이며 동네를 줄줄 울며 배회하던 시절…. 우연히 음식물 쓰레기 처리통과 내 차 사이에서 어린 노랑냥이 두 마리를 만났다.
그날 이후 매일 저녁마다 한 시간 가량을 차 뒤 돌 턱에 쪼그리고 앉아 두 녀석에게 캔사료와 건사료를 섞어서 먹이고 먹고 난 후에는 녀석들 쳐다보고 잠깐씩 화양목을 사이에 두고 장난을 치며 보냈었다.
갓 2개월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아이들이었고 어두운데다 두 마리가 너무 똑같이 생겨서 처음에는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차츰 두 녀석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걸로 구분이 됐다. 임시로 지은 이름은 마오와 노마. 중국어로 한 녀석은 고양이, 다른 녀석은 노랑고양이라는 의미. 원래는 황마오여야 하지만 그건 좀 이상해서^^
마오는 노마보다 약간 작은데 끊임없이 잘 먹고 경계가 덜해서 사료를 먹을 때 살살 쓰다듬어도 개의치 않고 다 먹고 난 후에는 내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장난도 치고.. 노마는 가슴 부위에 하얀털이 마오보다는 조금 더 예쁘게 나있고 입은 짧아 적당히 먹으면 더 이상 먹지 않고 경계심이 많아서 마오처럼 다가오지도 않고 쓰다듬을 수는 없지만 장난은 치는 아이다. 초반엔 손등에 온통 녀석들과의 손장난으로 생긴 긁힌 상처투성이여서 따꼼거리고 쓰라렸는데도 오히려 기분은 좋았었다. 모임에 어떤 분이 그걸 보고 나더러 어떤 조직에 있냐고 한적도 있는…^^
그리고 얼마 후에 나타난 삼색냥이. 녀석들의 어미는 아닌 것 같았는데 저녁이면 두 녀석과 거의 같이 나타났고 사료에 다가 올 때 만 하악~하고 다른 때는 아그들과 부딪히거나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사료를 성묘와 자묘로 구분해서 주기 시작했지만 못 만날 때는 어쩔 수 없이 지들이 알아서 먹는 수 밖엔 없었다. 여전히 내겐 거리를 두고 하악~ 거렸지만 어린 두 녀석과 같이 다녀줘서 괜찮은 녀석 같고 그냥 고맙고 그랬다.
그 뒤로 그 자리에 사료가 늘 있다는 소식을 들은겐지.. 카오스모양의 까칠한 녀석도 가끔 나타났고 이 녀석이 나타나면 어린 두 녀석은 쏜살같이 사라져버려서 좀 얄미웠던 녀석이지만, 역시나 배고픈 아이라 사료를 좀 더 두둑하게 둬서 다른 아이들이 시간차를 두고 와서 먹어주기만을 바랬다. 녀석은 밤에만 보였고 너무 금방 사라져서 사진이 없다.
고등어무늬 녀석은 지난번에 한번 블로그에 올리긴 했는데 올해 초에 만난 녀석이고 경계는 심한데 가끔 사람들 다 보이는 화단 낙엽에 혼자 또아리틀고 누워있어서 희한했던 녀석이다. 사료를 먹는 건 보지 못했지만 사료 놓아주는 부근에서 자주 만나고 있다. 어젯밤에도 혼자 돌아다니는 걸 발견하고 살살 좇아가봤는데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여전히 혼자 다니고 있었다. 혼자 다니는 아이들이 많지만 왠지 친구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녀석이다.
그리고 노랑이라기보단 약간 바랜 색인데 좋게 말해 크림색? 이번 겨울, 어느 날 저녁 내려갔다가 음식물쓰레기통 주변에 앉아있길래 마오나 노마인줄 알고 너무 반가워서 다가갔더니 슬슬 피하는데 멀리는 안 가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처음 보는 녀석이고 사료를 꺼내 주었더니 눈치를 보며 조금 먹었었다. 그 뒤로 고등어녀석 사료그릇 부근에서 또 마주쳤는데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꾸준히 밥은 먹고 가는 것 같았다.
봄이 오긴 왔나 보다. 겨우내 찔끔찔끔 밖에 만나지지 않던 녀석들을 3월 들어서는 교대로 몇 번 만났고.. 햇볕 좋은 날은 8층베란다에서 내다보면 내 차 뒤 화단 화양목 아래서 햇볕 쪼이는 모습도 여러 번 봤다. 어제는 낮에 잠깐 외출하러 내려왔다가 운 좋게 삼색냥이와 노마를 만났다. 마오같으면 냥냥 거리며 다가와서 내 주변을 맴돌며 부비부비를 했을텐데 좀 떨어져 쳐다보는 것만 보니 노마가 맞다. 만질수는 없지만 먼발치서 고양이 키스를 보내면 잠시후 두녀석 모두 깜빡깜빡 해준다는..ㅠ.ㅠ 피하거나 하악거리지 않는 것만도 너무 고마울 뿐이지.
걱정 많았던 추운 겨울이 지나갔다.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더이상 겨울바람은 아니고 낮에 잠깐 햇볕은 참 따뜻하다. 그 겨울을 잘 이겨내 주어서 고맙고 매일 똑같은 사료인데도 늘 깨끗히 먹고 비워주어 다시 채우는 기쁨을 줘서 또 고맙다. 견뎌야 할 여름이 또 머지 않을지 모른다. 그때까지 따스한 봄 햇살 많이 쪼이고 건강하게 여름 보내고 가을, 겨울까지 함께 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고맙다 냐옹~
2012년 3월 27일
1년이 또 지난 지금, 저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깝지만 여전히 내 밥을 먹어주는 길냥이 아이들 덕분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힘이 되고 웃게 된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은 나의 최고의 힐링 패밀리다.^^
김수정 2013-07-31 16:12 | 삭제
눈물 나네요..토토멍멍님께 토토를먼저 보낸 아픔이 있는줄 미처 몰랐어요...
정진아 2013-08-07 10:36 | 삭제
'1년이 지난 지금 저 아이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는 구절에서 금세 고양이별로 떠나가는 길고양이들의 현실이 느껴져 마음이 아프네요. 모두가 토토멍멍님처럼 길고양이를 힐링 패밀리로 여기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홍소영 2013-08-07 09:58 | 삭제
덤덤하게 써내려간 글 같지만 깊은 사랑이 느껴집니다.
토토멍멍님~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