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Stray Cats
많은 사람들이 길고양이 모두가 사람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길고양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길에서 태어나 살아온 동물입니다. 물론 그중에는 사람에게 키워지다 집을 나오거나 버려진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처음부터 길에서 나고 살아온 경우가 많습니다.
[길고양이와의 동행] 고양이 이야기 5편 - 삼순이의 고향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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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7.2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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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골목길은 어디를 가도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때문에 굳이 애쓰지 않아도 도시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술술 골목길 풍경을 그려낼 수 있다. 도미노처럼 빼곡하게 줄을 선 주택 건물은 쌍둥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고, 그 사이를 쌩쌩 달리는 자동차는 항상 바쁜 발걸음의 사람들과 뒤섞여 움직인다. 잿빛의 딱딱한 아스팔트는 며칠만 비가 안와도 가물은 땅처럼 건조해지고. 생활 쓰레기를 내 놓는 주 3일 중 하루가 되면 전봇대나 담벼락엔 크고 작은 종량제 봉투가 몇 개씩 쌓인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슬금슬금 모여드는 길고양이들이 드디어 익숙한 도시풍경을 완성시킨다. 길고양이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도시의 한 조각이 되었다.
우리 집 반려묘 “삼순이”도 새끼 때 길에서 구조된 도시의 길고양이이다. 같은 곳에서 구조된 노란색 태비 아기 고양이(이하 ‘아깽이’) 5마리 사이에서 단연 튈 수밖에 없는 얼룩덜룩한 묘한 털의 카오스냥이였다. 아깽이 임시보호 소식에 그렇잖아도 동물병원을 제 집인 냥 드나들던 동생은 하루에도 몇 번씩 그곳 문턱을 넘었고,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 카오스냥이를 가슴에 품고 집으로 처 들어 왔다.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어머니 때문에 그날 저녁 우리 집은 전에 없던 냉전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동생은 한사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우리의 가족이 된 삼순이는 예쁘기보다는 어딘지 좀 희한한 생김새의 아깽이였다. 나중에서야 동생은, 노란색 예쁜 털을 가진 태비 아깽이들은 갈 때마다 가족을 만나 떠나느라 한 마리 두 마리 수가 줄어드는데도, 한 구석의 희한한 털을 가진 아깽이는 아무도 탐을 내지 않길래 덜컥 품에 안고 와버렸다고 고백했다. “데려오려면 좀 잘생긴 놈으로 데려오던가.” 낯선 환경에 바들바들 떠는 삼순이를 정면으로 본 어머니의 첫마디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삼순이가 우리 집에 온지 어느덧 만 3년이 넘었다. 그런데도 삼순이는 아직까지 현관문 밖 발소리에 겁을 집어 먹고 장롱 위로 숨어든다. 그 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성인 남자의 목소리를 무서워 해 아버지 재채기 소리에도 꼬리가 배 밑으로 말려 들어간다. 가끔 들리는 자동차 경적소리에는 돌처럼 굳어 온몸의 털이 바짝 서고, 이동가방에 넣어 병원에라도 다녀 온 날이면 장롱 위에 올라가 한참을 내려오지 않는다. 애가 타게 이름을 부르며 어르고 달래도 냉정하게 등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처음 집에 온 직후에는 어찌나 식탐이 강한지 헛구역질을 할 만큼 사료를 먹고 또 먹었었다. 우리 집 막내 삼순이의 고향이 도시의 골목이라는 걸 어쩔 수 없이 실감하는 순간들이다.
햇볕이 좋은 날이면 삼순이는 종종 창틀에 앉아 골목어귀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그럼 나는 괜히 가슴 한 구석이 묵직해져 조용히 다가가 삼순이를 꼭 안아 준다. 골목길을 내려다보며 삼순이가 어떤 생각을 할까 싶어 슬퍼지기 때문이다. 물론 구조되기 전 아깽이 삼순이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는 추측밖에 할 수 없지만, 동물병원 의사선생님 말로는 겁이 많고 예민한 삼순이의 성향이 아마도 그 시절 기억에서 비롯되었을 거라고 하셨다. 도시의 고양이로 사는 것은 온통 낯설고 모든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다시 한 번 도시의 골목을 떠올려 본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와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이 고양이들에겐 얼마나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을까. 가뜩이나 늘 목이 마른 놈들인데, 딱딱하고 건조한 도시의 아스팔트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악취가 나는 쓰레기봉투를 뒤적이는 녀석들은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보기는 했을까. 생존의 문턱에서 내는 절박한 울음소리에도 돌아오는 거라곤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해코지뿐이었을 텐데 어떻게 참아 낸 것일까. 이 도시에서 고양이로 태어난 죄가 이런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야 할 만큼 중죄인 것일까.
골목에서 자동차를 몰지 말고, 까치발로 걸어 다니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스팔트를 드러내고 물웅덩이가 있는 흙 밭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아니다. 앞서 말했듯 도시풍경의 한 조각으로 자리 잡은 길 위의 생명들에게도 도시에서 살아갈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뿐이다. 우리 동네 골목에서 살고 있는 삼순이를 꼭 닮은 길냥이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은 무언가 잘못된 모습이다.
삼순이를 막내로 들이고 나서부터 어머니는 부쩍 골목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자주 하게 되셨다. 길냥이 생김새의 기준은 언제나 삼순이이다. “크기가 꼭 우리 삼순이 처음 왔을 때 만해.” “우리 삼순이처럼 털 색깔이 3개가 섞였더라고.” “우리 삼순이는 통통하니 살이 쪘는데, 그 녀석은 삐쩍 말랐더라...” “가만히 쳐다보니까 지 먹을 거라도 줄줄 아는지 입맛을 다시는 거야. 우리 삼순이 배고플 때 그러잖니.” 그리고 이 계절이면 늘상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에도 자연스레 나를 불러 “배고파서 저러나 보다. 얼른 사료랑 물 좀 내다 줘라.” 하시면서 삼순이 사료를 덜어 챙겨 주신다. 그럼 나는 어머니가 챙겨준 사료와 물을 내다주며 정말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만다. ‘동생이 삼순이를 데려와줘서 참 다행이다. 우리 삼순이가 이 도시의 길고양이로 남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라고.
댓글
김수정 2013-07-24 16:25 | 삭제
이기적인 생각이라뇨..저도 그러는데..제가 키우고 있는 강아지 아서도 유기견이었죠..우리집에 막내로 들어온지 4년째..얼마나 이쁘고 이쁜지.저도 그런 생각한답니다..그전에 주인은 누구였을까? 어떻게 지냈을까..버려졌을때 얼마나 슬펐을까..생각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온답니다..삼순이랑 영원히 행복하시길..^^
정진아 2013-07-26 10:28 | 삭제
저 역시 한때는 길고양이였던 우리집 고양이들을 볼때마다 나에게 오게 되어 참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길 위에 살고 있는 수많은 길고양이들의 험난한 삶에 마음이 아파옵니다.
이동은님 글처럼 길고양이 또한 여러 도시 풍경들 중 하나로 인정받는 날이 언젠가는 오겠죠? 조금 더 빨리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다 함께 힘을 모아 주세요.
이경숙 2013-07-26 13:56 | 삭제
길냥이들의 서글픈 삶...제가 밥을 챙겨주면서 늘 느끼는 겁니다
삼순이와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고맙습니다
김현정 2013-07-26 14:23 | 삭제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오늘도 또 한번 반성합니다.
저 또한 길고양이들에게 마음만이 아닌 행동으로 도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