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작성한 김*호 학생은 반려동물이 아닌 농장동물의 현실을 알려주는 ''돼지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우리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동물들이 겪는 탄생과 사육 그리고 죽음이라는 묵직한 내용들을 잘 요약했으며 돼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기특한 학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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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인간만큼이나 말 없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이것은 딜라이 라마가 남긴 명언이다. 나는 이 책을 보고 가장 먼저 이 명언이 생각났다.
돼지 이야기는 2010년 겨울에 일어난 구제역 살처분 사태를 그림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새끼돼지를 얻기 위해 길러지는 어미 돼지들은 좁은 공간에 돼지를 더 많이 기르기 위해 설치한 폭 60cm, 길이 2m쯤 되는 사육 시설인 사육 틀 속에서 지내며 1년에 2번 새끼를 낳을 때만 분만실로 옮겨진다고 한다. 돼지들을 이런 좁은 사육 틀에서 기르는 이유는 돼지들 사이의 먹이 싸움을 막고 운동량을 줄여 어미 뱃속의 새끼돼지들이 잘 크게 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하지만 분만실로 간다고 해서 어미 돼지가 새끼 돼지들을 낳고 자유롭게 새끼돼지들을 핥아 주거나 안아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분만실에서 역시 돼지들은 사육 틀 같은 분만 틀 속에 들어가 몸이 고정되어 새끼돼지들에게 젖만 겨우 주며 지낸다. 새끼돼지들은 태어나자마자 어미의 젖에 상처를 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이빨이 뽑히고 서로 꼬리 물어 뜯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꼬리도 잘린다. 이런 방법은 아기 돼지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준다고 한다. 새끼 돼지들은 3주 뒤 젖을 먹여준 어미 돼지와 헤어지고 두 달쯤 뒤에는 함께 태어난 형제들과 헤어진다. 새끼를 잘 낳을 만한 암컷은 번식 돼지 우리로 옮겨지고 나머지는 여섯 달쯤 살을 찌운 뒤 도축장으로 간다. 새끼들과 헤어져 사육 틀로 돌아온 어미 돼지는 다시 사육 틀로 들어가게 되고 인공수정으로 다시 임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모든 것이 반복된다고 한다.
당연하지만 이렇게 좋지 않은 환경에서 돼지들은 질병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사람들은 돼지들에게 예방주사를 맞히고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인다. 인간이 아무리 비타민을 먹고 예방주사를 맞아도 병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돼지들도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든 질병을 막을 수 없다. 특히 아직 특별한 치료약이 없는 구제역이라는 질병은 한 마리만 걸려도 근처의 모든 돼지들에게 옮기기 쉬운 무서운 전염병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구제역 같은 전염병 피해를 막기 위해 가축전염병예방법을 만들었다. 이 법에 의하면 어떤 곳에서 돼지가 한 마리라도 구제역에 걸리면 둘레의 모든 돼지들을 죽여 없애야만 한다.
그래서 2010년 겨울, 구제역이 퍼졌을 때 사람들은 커다란 구덩이를 파 놓고 돼지들을 몰고 갔다. 이것이 돼지들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 외출이었다고 한다. 원래 가축전염예방법에서는 가축을 살처분할 때 아주 조금이라도 고통을 줄여 주기 위해 동물들을 산채로 파묻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거의 지켜지지 않는다. 살처분 뒤 3년이 지나기 전에는 구덩이를 파헤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래서 구덩이 속과 바깥세상을 이어주는 것은 돼지들이 썩어 갈 때 생기는 가스를 뽑아내기 위해 설치한 플라스틱 관뿐이다.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모두 331만 8천 마리 돼지가 살처분 됐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돼지가 나오는 이야기겠지‘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읽고 난 후 작년에 우리나라를 뒤흔들었던 살충제 계란 사건이 생각나며 마음이 무거워졌다. 인터넷 기사를 찾아보면 살충제 계란 사건이 일어난 이유도 돼지들을 사육틀에 키웠던 것처럼 닭들을 A4용지정도의 크기인 사육 틀에서 키워서라고 한다. 스스로 모래 목욕을 할 수 없는 닭들이 사는 케이지 틀을 소독은 해줘야 하는데 그 많은 닭들을 모두 꺼낸 후 소독 할 수는 없으니 그냥 닭들이 케이지 틀에 들어있는 상태에서 케이지에 살충제를 뿌렸고 그 살충제가 알을 낳는 닭들에게, 그 닭들이 낳은 알에게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돼지가 도살장에서 잔인하게 도살되어 돼지고기가 되거나 평생 새끼만 낳게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돼지가 태어났을 때부터 꼬리, 이빨을 자르는 등 이렇게 끔찍하고 잔인하게 돼지를 키워 낼지는 몰랐다. 이 책을 한번 다 읽고 그림을 조금 더 자세히 보며 다시 한번 더 읽어봤다. 그림은 흑백이었는데 엄마돼지와 아기돼지가 나올 때만 그 부분이 하얀색이었다. 책 속 그림에서는 엄마 돼지가 새끼돼지에게서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않는다. 새끼 돼지들과 헤어질 때도, 구덩이로 떨어지려 할 때도, 심지어는 구덩이에 떨어지면서까지. 아마 엄마 돼지는 그 새끼돼지가 아니더라도 이때까지 제대로 안아주지도 못해본 수많은 새끼돼지들과 헤어졌었을 것이다. 자신 말고도 다른 돼지들도 바글바글한 깊은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이 무서웠을 텐데 그래도 엄마 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새끼를 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이렇게 사육되는 우리나라의 많은 돼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고 인터넷 검색도 해봤다. 하지만 솔직히 내가 지금 당장 직접해줄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대신 나는 돼지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다 돼지 같은 농장동물의 처우 개선을 위해 모금활동을 하는 것을 보았다. 직접적으로 당장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어도 조금씩 기부를 하며 간접적으로라도 농장동물들을 도우면 그래도 농장동물들의 삶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 용돈이 생기면 조금씩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