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부고] 맑음아, 안녕......

온 이야기

[부고] 맑음아, 안녕......

  • 온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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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8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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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5일 새벽, 맑음이가 별이 되었습니다.


 온 센터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2016년, 맑음이를 처음 만났습니다. 처음 만났던 그 순간부터 왠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맑음이에겐 항상 후광이 비치는 듯했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렇게 예쁜 동물이 존재할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맑음이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기로 다짐했습니다.




 2015년 크게 화제가 되었던 강아지공장에서 구조된 77마리 친구들 중 하나인 맑음이는 사람의 손길을 무척 무서워했습니다. 만지려고만 해도 멀찌감치 도망가 버리는데, 미용하거나 발톱을 깎거나 귀 청소 하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안거나 붙잡아야 해서 맑음이가 무척 견디기 어려워하는 부분들이었습니다. 어쩔 땐 혀가 보라색으로 변할 정도로 겁에 질려서 시도하다 포기하기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맑음이에게 믿음을 주고 싶었습니다. 강아지 공장에서 널 괴롭혔던 사람들과 우리는 다르다는 걸 꼭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맑음이에게 스킨쉽을 시도하고 시선을 맞추고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골라 주었습니다. 손만 내밀어도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가고, 안으려는 시도만 해도 너무 무서워 대변을 보고 혀가 새파래지던 맑음이는 아주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 항상 멀찌감치 떨어져 지켜보던 맑음이



△ 언제부턴가 맑음이가 먼저 다가왔습니다.


 발톱을 깎으면서도 간식을 받아먹고 조금씩 미용도 하고 쓰다듬는 손길에 가만히 있었습니다. 변화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산책도 시도해보았습니다. 안전하게 가슴줄을 매고 이름표 목걸이를 하고 온 센터 앞마당에 나와 보았습니다. 처음엔 무서워서 걷지도 못하고 얼음이 되어 있더니, 로봇처럼 어색한 발걸음으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컨디션이 좋아 보일 때를 골라 온 센터 주변을 열심히 산책했습니다.



△ 좋아하는 간식으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맑음이에게 넓은 세상과 즐거운 일들과 다양하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사람 때문에 잃어버리고 빼앗겨 버린 평범한 일상과 행복을 어떻게든 찾아줘야 했습니다. 입맛이 까다로운 맑음이가 후원 들어온 간식캔을 먹지 않으면 이것저것 다른 간식을 사서 먹여보고 계란 노른자도 삶아 오고 황태죽도 만들어 왔습니다. 맑음이가 잘 먹어 주기만 하면 세상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불안했습니다. 맑음이가 먹지 않을까 봐, 아파할까 봐, 숨을 쉬지 못할까 봐. 맑음이는 구조 당시 심하게 돌출되어있던 오른쪽 안구를 적출하고 배에 커다란 종양을 제거하는 큰 수술까지 했습니다. 종양은 악성이었습니다. 전이가 시작되었고 서서히 폐 전체에 퍼졌습니다. 손쓸 방법이 없었습니다. 시한부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기관지 협착도 있고 수시로 기침을 심하게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대부모님의 지원으로 열심히 치료도 받고 약도 먹었습니다. 호전은 되지 않더라도, 맑음이 마음에 깊게 남은 상처를 준 강아지 공장에서 살아 온 시간보다 우리와 맛있는 간식 실컷 먹으며 편안한 삶을 사는 시간이 더 길 수 있도록 간절히 바랐습니다.


△ 구조 당시 맑음이의 상태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맑음이와 한 번도 떨어져 있어 본 적이 없습니다. 하늘나라로 떠나버린 맑음이와 처음으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떨어져 있는 공간만큼 이 순간이 많이 아픕니다. 끊임없이 다른 생각을 하고 맑음이 생각이 나면 잠시 치료받으러 병원에 입원한 건 아닐까 상상하기도 합니다. 맑음이가 하늘에서 저를 잊지 않고 기다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모님, 회원님, 맑음이를 위해 많은 응원과 지원 보내주신 덕분에 우리 맑음이 잘 보살필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맑음이처럼 사람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평생 상처 입고 살아가는 많은 동물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습니다. 맑음이를 꼭 기억해주세요. 


- 맑음이를 너무나 사랑했던 조은희 선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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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차난영 2020-07-08 13:41 | 삭제

얼마안되는 금액인데 그것도 후원자랍시고... 큰 도움 못드린거 같아서 미안하고 그러네요. 맑음이 안녕. 편히 쉬고 있어.


하성은 2020-07-08 13:43 | 삭제

맑음아 많이 애써줘서 고마워. 미안해..


정정란 2020-07-08 13:44 | 삭제

맑음아~~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렴^^


풀잎 2020-07-08 13:56 | 삭제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고 그저 후원으로만 알고있던 친구인데 소식 받고 눈물이 나네요
맑음이가 이세상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마음 따뜻한 사람도 있다는걸 활동가님을 통해 알고가서 다행이에요
맑음이가 잊지 않고 기다려주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한 마지막 사진이 동화같이 너무 예쁘네요

맑음이의 가장 가까운 친구였기에 가장 힘드실것같아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황유경 2020-07-08 14:00 | 삭제

우리 맑음이.. 이곳에서 힘들었던 모든 기억 내려놓고 하늘 나라에선 우리 맑음이의 모든 것들이 행복하길 온 마음으로 기도해줄께.. ♥
고생많았고..대견해 울맑음이♥♥


김제겸 2020-07-08 14:12 | 삭제

맑음이가 편히 쉴수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활동가님 감사합니다.


이원주 2020-07-08 14:14 | 삭제

맑음아 ~그곳에서는 더 행복하렴~!!
활동가님의 보살핌으로 저리도 해맑은 미소를 보여주지 않았나싶네요
상심이 크시겠지만 다른아이들위해서 수고해주세요...마음이 너무아프네요


윤경선 2020-07-08 15:31 | 삭제

좋은 활동가분들이 곁에 계셔서 맑음이도 행복했을 겁니다. 하늘에서 편히 쉬기를 기도합니다


스타베lee 2020-07-08 16:24 | 삭제

사진속의 맑음이는 행복해보여서 보고있는 저에게도 따뜻함이 전해져 왔습니다. 언제나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합니다. 맑음이가 강아지 천국에서는 아프지 않고 마음껏 뛰놀며 배불리 먹고 푹신한 구름위에서 잠들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작은힘 보탤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맑음아 고마워.


이민경 2020-07-08 17:45 | 삭제

수고 많으셨습니다. 맑음이가 활동가님의 관심과 사랑을 기억하며 외롭지 않게 떠났을 거라 생각해요. 맑음이를 위해, 애써 주신 활동가님을 위해 기도합니다. 맑음아, 고생했어. 편히 쉬렴.


트레바일 2020-07-08 17:49 | 삭제

마지막 글 애틋하네요.
" 맑음이를 너무나 사랑했던 "
그동안 맑음이 곁에서 함께 해 주신분들, 그리고 마음이랑 함께 생활했던 동물들,
모두 항상 맑음이 이름처럼 살아가는동안 맑은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송지은 2020-07-09 00:22 | 삭제

작은 금액이지만 맑음이를 처음 보고 제 인생 첫 후원을 시작했었습니다. 한번쯤은 보러갈걸, 보면 울 것 같다는 하찮은 핑계만 대다가 이제와 뒤늦게 후회하네요.
그래도 활동가님 덕에 맑음이가 좋은 기억만 잔뜩 안고 편히 갔을 것 같아요.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