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조선족 교포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키우던 강아지 2마리를 사정상 키우지 못하니 받아달라고 센터로 방문하였습니다. 3개월령 형제로 추정되는 어린 강아지 중 한 마리는 앞다리 한쪽에 붕대를 감고 있었고 두 마리 모두 조그마한 박스 안에서 미동조차 없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조카가 데리고 나갔다가 다쳐서 들어왔는데 병원에 가니 2~3일에 1번씩 와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일을 해서 치료를 못 한다고 하다 갑자기 중국으로 곧 들어가야 한다니 횡설수설 대는 모습은 모두 거짓말이란 걸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모두 받아주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강아지들 상태로 보아 여기서 돌려보낸다면 적절한 치료·보호를 받기보다 또 다른 어딘가에 짐짝처럼 버려질 수 있고 시급히 치료를 받아야 할 상태 같아 인수인계 과정을 최소한으로 하고 바로 협력병원으로 향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여러 가지 전염병 검사 및 혈액검사를 받았습니다. 두 마리 모두 파보나 홍역 등의 질병은 아니지만, 혈액검사 결과가 좋지 않습니다. 앞다리에 붕대를 감은 강아지는 빈혈도 무척 심하고 염증 수치도 엄청 높아 원인을 찾다 다친 다리의 붕대를 풀어보고 모두 경악했습니다. 이미 괴사가 진행되어 뼈가 드러나 있는 상태는 단기간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꽤 오래전에 다친 후 방치되어온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다른 강아지는 좌측 뒷다리의 골절이 발견되었습니다.
도대체 이렇게 작고 어린 강아지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버림받아 몸의 고통과 마음의 공포에 휩싸여 세상의 벼랑 끝으로 몰려있던 어린 강아지 형제들에게 흑치. 상지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뒷다리가 골절되었던 흑치는 그나마 상태가 많이 호전되고 있어 곧 골절 수술 예정입니다. 다리 상태가 좋지 못한 상지는 아직 생명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한 상태입니다. 빈혈과 염증 수치가 높아 떨어지지 않는다면 수혈을 진행해야 합니다. 현재 기력을 끌어올리며 다리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치료를 진행 중이지만 최악의 경우 절단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오랫동안 그저 집 지키고, 잔반처리 하는 동물로 인식되어 온 대한민국의 시골 개들은 물리적인 폭력에 의한 학대보다 지속적인 방치 학대가 훨씬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의 돌봄이나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최소한의 생명체로서 대하는 자세, 그 자체의 기본도 모르는 인간들이 많아서 속상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들에게 참 미안합니다.
비록 녀석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가한 장본인을 찾아 복수해주지는 못했지만, 사랑으로 감싸준 사람들을 만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앞으로 행복 가득한 일만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흑치, 상지가 상처받은 몸과 마음을 따뜻한 손길로 치유하고 같이 공존하는 세상을 향한 힘찬 첫걸음을 디딜 수 있도록 동물자유연대와 함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