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5월3일, 경기도의 한 반려동물 미용실에 방치되어있던 13마리 개를 구조했습니다.
제보 받은 영상과 사진으로 보았을 때, 피부 상태와 건강이 매우 나빠 보이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개들도 있는 등 걱정스러운 마음이 컸었습니다. 구조 당일, 현장에 도착해 미용실을 운영하는 개들의 보호자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보호자도 의도치 않게 순식간에 피부병이 번져 버려 상황이 악화되었다고 했습니다.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글썽이는 보호자의 모습에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개들을 잘 챙겨준 듯, 현장은 깨끗했고 물과 사료도 넉넉히 채워져 있었습니다. 몇몇 개들은 구조팀을 보고 반가워하며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피부병의 증상이 피부 기생충인 옴 진드기가 원인인 것으로 파악되어, 외부 기생충 약을 바르는 것으로 구조를 시작했습니다. 피부병이 심한 개들은 온 몸의 털이 다 빠져있을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지쳐 있는 얼굴 표정만 봐도 얼마나 고단하고 괴로운지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개들은 보호자의 말대로 모두 순한 성격이었습니다. 낯선 구조팀이 안아도 아무런 저항없이 몸을 맡깁니다. 어찌보면 기운없이 모든 걸 내려놓은 듯한 모습이 가족에게 차갑게 외면당하고 병까지 얻게 된 후에 굳어버린 마음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더 안쪽으로는 몸 상태가 제일 안 좋은 친구들이 이불 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습니다. 구조팀이 다가가자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애처롭게 쳐다보네요.
아래 사진 속의 스피츠는 펜스를 뛰어넘어 다니다가 다리를 삔 것 같다고 합니다. 오른쪽 앞다리를 땅에 디디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었습니다.
퍼그는 피부병으로 온 몸이 까맣게 변하다 못해 욕창까지 생겨 피부가 딱딱하게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프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구조를 이어갔습니다.
수월하게 구조가 끝나는 듯 했으나, 한 마리가 구석으로 숨어 버렸습니다. 경계심이 너무 심해, 이불을 덮어 안전하게 구조했습니다.
이 친구를 마지막으로 시츄, 푸들, 스피츠, 퍼그, 말티즈 등 13마리를 무사히 구조 완료 했습니다. 이제 서둘러 병원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출발하기 직전, 보호자가 손 글씨가 빼곡히 적힌 종이 한장을 내밀었습니다. 종이에는 개들의 이름과 종, 성별, 중성화 여부와 특징을 적은 내용이 가득 적혀 있었습니다. 메모만 보더라도 이 친구들을 나름대로 잘 보살피려 애쓰고 있었다는 걸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구조된 친구들이 괴로운지 차 안에서도 연신 몸을 긁고 또 긁고 있었습니다.
구조된 개들은 총 3 곳의 협력병원으로 나누어 입원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약욕을 진행한 후, 자세한 검사를 받고 검진 결과에 따른 치료를 할 예정입니다. 장기간의 힘든 치료가 이어지겠지만, 건강해지고 나면 이제 다시는 버림받지 않을 진짜 가족을 만날 수 있겠죠?
많이 괴로울텐데도 보채지 않고 원망하지도 않는 듯 끝까지 가만히 아련하게 바라만 보는 이 친구의 눈빛에서 속상함과 미안함이 교차합니다.
고통 속에 살고 있는 세상의 모든 동물을 전부 구할 수는 없겠지만, 동물자유연대가 13마리 친구들의 구조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구조는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아픈 몸을 치료한 이후에 제대로 된 보호 공간이 없어서 다시 열악한 환경 속에 빠진다면 이 모든 과정은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동물자유연대는 반려동물복지센터가 존재하는 한 위기에 처하고 고통 속에 살고 있는 동물을 최선을 다해 도울 것입니다.
이 작은 천사들의 아픈 몸과 마음을 우리의 노력과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으로 치유해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새롭게 내딛는 밝은 세상으로의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이어갈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봐 주세요.
엄마, 아빠
나는 날 놓아둔 그곳에 그대로 있었어.
예쁘게 단장을 하고 집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무도 날 다시 찾지 않았어.
그렇게 이곳에서 다시는 오지 않을 엄마, 아빠를 기다렸어.
기약 없는 기다림에
내 마음의 병이 퍼지고 퍼져 몸까지 번졌어.
나는 나의 엄마를, 아빠를, 우리 가족을
정말 많이 사랑했는데
내 가족은 더는 날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더 날 아프게 해.
엄마, 아빠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있어.
다시는 나와 같은 친구들을 만들지 말아줘.
김중동 2019-05-07 20:40 | 삭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아가들이 이젠 행복한 일들만 가득 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소민 2019-05-08 02:26 | 삭제
천사같은 아가들아.. 남은생은 부디 꽃길만 걸으며 행복하게 살길..너희들을 좀 더 도와줄수있게 힘을내 살아야겠다..
신여진 2019-05-09 19:13 | 삭제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글을 읽다보니 눈물이 나네요ㅠ
최예진 2019-05-16 22:28 | 삭제
너무 가슴이 아파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