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이야기

[Animal Home Essay]버려진 동물들에게도 봄의 온도계는 오른다

  • 반려동물복지센터 온
  • /
  • 2015.04.01 14:29
  • /
  • 2184
  • /
  • 136

 
ANIMAL SHELTER
 
버려진 동물들에게도
 
봄의 온도계는 오른다
 
 
글 · 반려동물복지센터 윤정임국장
 
 
 

 
 
 
한 식구가 되던 날
 
 
2013년에 남양주로 이전하기 전까지, 동물자유연대의 반려동물복지센터는 서울 행당동의 단독주택이었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터라 지붕이 삼각형으로 뾰족했다. 2004년 면접을 보기 위해 처음 동물자유연대를 찾아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도 빗장으로 여닫는, 칠이 벗겨진 큰 나무대문이었다. 조선시대 대갓집에서나 볼 법한 풍경. 오피스 분위기를 기대했던 바램이 무색하게 ''삐걱''소리를 내며 둔탁하게 열리는 나무대문을 마주하고는 적잖이 당황했다.
 
현관문을 열자 나를 마중 나온 것은 한 쪽 눈이 없는 늙은 시추와 앞다리가 꺾인 혼혈견, 그리고 추리닝 차림에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낀 여자 직원이었다. "서울 00구에서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출동~!"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활동가들을 상상했건만, 사무실은 상임대표 한 명과 직원 한 명으로 단출했다. 출근하자마자 추리닝으로 갈아입고 "똥 치우러 출동~!"이라는 현실 앞에 역시나 당황했다. 
 
그런데 대문 안쪽에 활짝 핀 목련 향기와 동물들의 변 냄새가 뒤섞인 그 향이 비릿하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코를 간지럽히는 듯 했다. 반갑다고 꼬리치며 매달리던 늙은 개들의 애정공세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동물자유연대 식구가 되었다.
 
 
고달픈 동물보호소
 
 
얼핏 낭만적으로 보이는 동물자유연대 사무실은 오래된 고택이라 추위와 더위에 약했다. 겨울에는 수도가 얼기 때문에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도록 수도꼭지를 틀어 놓고 퇴근을  해야 했다. 깜박 잊어버린 날은 오전 내내 뜨거운 물을 부어서 수도를 녹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기다렸다. 해질녘이면 한기 가득한 방에서 나를 올려다보던 외로운 눈동자들이 마음을 할퀴었다. 돌아보고 다시 또 돌아보고 차마 떨어지지 않은 발걸음을 애써 옮기며 퇴근을 하던 때가 엊그제 일처럼 선명하다. 동물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모두 다 따뜻한 자취방으로 데려가고픈 상상을 했을 정도로 동물보호소의 겨울은 춥고 외로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도 겨울만큼이나 힘들었다. 주택가 한복판에 있던 반려동물복지센터는 창문을 열어 놓고 생활하는 여름이 되면 극심한 민원에 시달렸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경찰차가 출동하고 이웃들과 과격한 언쟁이 벌어졌기 때문에 퇴근할 때는 동물들을 모두 방안으로 들여보낸 후 창문을 닫고 가야 했다.
 
2009년 당시 동물들의 돌봄을 맡아 주셨던 최계순 할머니는 낮 동안의 열기가 식으면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저녁이 되면 동물들을 위해 마당에 돗자리를 까셨다. 실내는 여전히 찜통 같으니 동물들이 조금이라도 더 늦게 방안에 들어가도록 배려해 주신 것이다. 어떤 날은 별이 참 예쁘게 반짝여서 무섭지 않았다고 하셨고 어떤 날은 술 취한 누군가가 담장 안으로 돌을 던져 개들이 엄청 짖었다며 흥분하셨다. 단편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만큼 동물보호소는 학대 받고 버려진 동물들의 안식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춥고, 덥고, 외롭고, 고달픈 곳이었다.
 
 
 

 
 
2015년의 동물보호소
 
 
2004년 사람 셋에 개 스무 마리였던 동물자유연대 식구는 2015년 사람 스물일곱에 개,고양이 이백 마리로 대식구가 되었다. 정책기획, 운영지원, 모금홍보, 반려동물복지센터, 부산지부로 조직이 체계화되었고 반려동물복지센터도 시설을 마련하여 이전했다.
 
동물들은 바닥 난방이 되는 곳에서 따뜻한 겨울을 나고 있으며 여름에는 창문을 열어 둔다. 물에 타서 억지로 먹여야 했던 쓰디 쓴 약은 이제 맛있는 고기 캔에 섞어 주면 게 눈 감추듯 먹어 치운다. 마땅한 장소가 없어 시끌벅적한 동물들의 방에서 진행했던 입양상담도 조용하고 쾌적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아주 조금은 나아지겠지.....''했던 동물보호소가 10년 동안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물론 아직은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에 국한된 상황이지만 앞으로 10년이 더 지나면 외롭고 소외된 대한민국 동물보호소에 진정 봄이 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글은 매거진P에 게재되었습니다.
 
 
 




댓글 달기


댓글


김지혜 2015-04-01 22:50 | 삭제

동물자유연대 활동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게 하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남양주 사진에 발라당 누운 아이는 백설이인가요? 백구가 많아서 긴가민가 하네요.ㅋㅋ


이현경 2015-04-02 21:54 | 삭제

발라당 누운 저 아이는 귀요미 백설이가 맞네요^^


민수홍 2015-04-03 10:26 | 삭제

아흘 정말이지... 윤정임 국장님, 원츄 b-_-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