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 Home Essay>
12년지기 갑돌이와 함께 한 첫 펜션 여행
한 세상 열심히 살아보자. 영끌하여 사랑한다.
-글. 윤정임 센터장
2021년 3월 19일, 갑돌이와 처음으로 간 펜션여행. 온센터에 기부된 중고옷 중 가장 잘 어울리는 옷으로 한껏 멋내기^^
3월 19일 금요일, 우리
갑돌이와 처음으로 애견펜션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마도 갑돌이 견생 처음으로 즐겨보는 1박2일 소풍인 것 같습니다.
온센터와 가까운 곳에 살아 저희 집에 발을 걸치고 있는 개님들이 몇 있습니다. 주말이나 명절, 춥고 더울 때 등 수시로 온센터와 저희 집을 오고 가며 지내지요. 갑돌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왔다갔다 사는 요 녀석들을 위해 일년에 한두 번 애견펜션을 가는데 갑돌이는 늘 후보순위에서 밀려 났습니다.
첫번째는 애견펜션의 마릿 수 제한입니다. 성인 2명에 개님 4마리가 한계였죠. 건강이 더 안좋아 이번 여행이 마지막일 것 같은 개님들에게 늘 밀려나는 비운의 사나이였죠.
두번째는 갑돌이의 과도하게 높은 텐션입니다. 낯선 애견펜션에서 흥분하여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는 점프 실력과 재빠른 탈출 본능입니다. 요즘은 애견펜션의 울타리가 높아졌지만 예전에는 낮아서 너무 불안했거든요.
그런데 시간은 흘러흘러 우리 갑돌이의 애견펜션행을 막을 어떤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정확히 이번 소풍은 갑돌이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2009년 구조 직후 갑돌이. 1m50cm까지 가볍게 넘어다니던 점프의 왕이자 평소에도 높은데서 지내셨죠 ㅋ
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로 가득 찼던 갑돌이에게 지난해
겨울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갑자기 목이 돌아가고 몸을 가누지 못하고 눈동자가 의지와 다르게 계속 움직이는
신경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원인을 알 수 없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강한 경련으로 약물치료를 한지도
9년이라 그에 더하여 몸의 마비가 생긴 것은 굉장히 위험한 징조였습니다. 그 동안 갑돌이의 그 수많은 오두방정과 식탐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표현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었어요.
갑돌이이게 경련이 찾아온 것은 2012년 지금의 온센터가 서울 행당동에 있을 때였습니다. 온 몸이 솟구칠 정도로 강한 경련이 1~2분간 지속되며 대소변을 방출하고 혀를 깨물기도 하는 등 위험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MRI를 찍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한달에 1~2회 찾아오던 경련은 시간이 지나며 더 강해졌고 하루 4~5회로 잦아지며 갑돌이를 힘들게 했습니다. 일시적으로 먹던 항경련제를 매일 먹게 되었습니다.
경련이 심해지기 전 총명했던 갑돌이.
매일 약을 먹으며 갑돌이는 조금씩 변해갔습니다. 눈에 총기가 없어지고 정신이 산란해졌습니다. 식탐이 갑돌이를 지배하여
먹는 것 이외엔 관심이 사라져 갔습니다. 바닥을 핥으며 쓸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행당동에서 1m가 넘는 펜스를 기를 쓰고 넘어 오고 남양주로 이전한 후에도 생활하던 3층 견사에서 탈출하여 여러 개의 안전문을 뛰어 넘어 지하 사무국으로 달려오던 갑돌이. 갑돌이가 탈출할 때마다 활동가들이 식겁하여 쫓아오면 갑돌이는 항상 제 의자 위에 있었는데 갑돌이의 낙이자 목적이 희미해져 갔습니다.
2011년 행당동에서 갑돌이. 뒤통수가 따가워 쳐다보면 우리 갑돌이의 뜨거운 시선이 뙁~!
소풍은 늘 설레지만 이번엔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20살이 가까워지도록 제대로 된 소풍 한 번 못 가본 갑돌이기에 녀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결론은 글쎄요.. 그냥 무덤덤 했습니다. 잔디운동장 잠시 구경하고 집에서와 같이 전용자리인 침대에서 멍 때리기. 그래도 테라스에서 저녁을 먹을 때는 테이블 밑에 깔아준 이불 위에 내내 있었습니다. 먹을때는 늘 그렇지만요 ㅎㅎ
노견들과 함께하는 여행은 늘 그렇듯 조용하고 재미 없습니다~ 하하 ~ 그래도 신나하지는 않지만 조금의 셀렘은 느껴집니다. 이런 작은 설렘이 우리 노견들에게 활력소가 되어 줄 것이라 믿으며 4월에 또 돈 쓰러 갑니다. 앞으로 우리 갑돌이 돈으로 뫼셔야겠어요~ ㅎㅎ
천방지축 깝치기 대마왕 갑돌이의 노년은 무척 분위기 있는 세련된 신사의 모습입니다.
약한 개는 보호하고 못된 개는 응징하던 거침없고 똑똑하던 갑돌이. 충성스럽고 듬직하던 갑돌이는 이제 기억 속 과거지만 본능만 남은 갑돌이가 더 애틋하고 사랑스러워 하루하루가 아깝습니다. 그럴만두 한 것이 갑돌이와 저는 12년지기거든요. 니도 늙고 나도 늙고 우리의 황금기는 가고 여기저기 안 아픈데가 읍꼬~~~~
아무튼, 한 세상 열심히 살아보자! 영끌하여 사랑한다!
< 보너스 ~~~ 2010년 행당동 시절, 뜨거웠던 갑돌이의 사랑 ^^ >
김혜경 2021-03-29 15:55 | 삭제
갑돌이 후원자 중 한 사람입니다.
보내주신 갑돌이 사진은 잘 간직하고 있답니다
갑돌이를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이렇게 갑돌이 얘기듣고 모습보니 좋습니다
앞으로도 갑돌이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