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병원 진료를 받으러 가던 길, 어디선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둘러보는데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가 보였습니다. 주차장 구석에 말라비틀어진 단풍잎들이 있었는데 그 모여진 잎들에 배변을 보았는지 열심히 흔적을 덮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잎들을 덮으려는 한쪽 다리가 덜렁덜렁해서 덮히기는커녕 한번 덮어보고는 통증 때문에 다리를 파르르 떨며 웅크렸고, 그런데도 본능으로 다시 배변을 덮어보려 절뚝이고 있었습니다.
너무 안타까워 치료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으나 돌보는 아이들이 여럿 있었기에 단풍이를 구조하는 것은 부담이었습니다. ‘진료받고 나왔을 때는 제발 보이지 않기를’이라고 생각하며 미안하지만 못 본 척하고 싶었습니다. 세 시간여 진료를 받고 나오는 길,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내 몸 상태만으로도 마음이 무너지는데, 단풍이가 마음에 남아 신경이 쓰였습니다. 설마있을까 하는 마음과 제발 보이지 않기를 하는 마음이 뒤섞인 채로 주차장 쪽으로 갔는데, 단풍이는 그 장소 그 자세 그대로 꼼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제가 못 본 척 지나간다면, 이 작은 고양이는 분명 다리가 부러진 고통과 배고픈 기억만 안고 죽어갈것이 뻔했기에 구조를 결심했습니다. 마음먹고 나니 포획틀을 가지러 가는 길이 다급하기만 했습니다. 이젠 그사이 어디로 갈까 봐서 걱정이었죠. 다행히 단풍이는 제가 돌아올 때까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포획틀에 간식 하나 넣어두고 비켜있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곧바로 덜렁이는 다리를 끌고는 포획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구조하고 동물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았습니다. 단풍이의 골절 부위는 꽤 시간이 지나보였고, 으스러진 잔뼈들이 많아 그 뼈를 제거하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거라고 하셨습니다. 대신 부러진 다리 사이를 이어주는 철심을 넣어 고정하는 수술을 해주면 단풍이가 다리를 딛고 생활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각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 앞이 캄캄했지만, 그래도 수술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수술을 잘 끝났고, 현재 단풍이는 앞다리로 땅을 딛고 사료와 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른 고양이들처럼 편하게 걷고 뛰어놀지는 못하게 된다고 할지라도 조금씩이라도 힘을 주어서 살살 걷고 화장실도 다니기에, 저는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아직은 저희 집에 있는 다른 고양이들과의 합사 문제도 있고, 많이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어서 격리장에서 보호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단풍이도 다른 아이들과 인사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햇볕도 쬐고 그렇게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