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익명의 제보자가 학대제보 게시판에 불법 강아지공장으로 의심되는 곳을 제보해주셨습니다. 연탄봉사를 하러 갔던 제보자는 봉사 장소에서 수상한 비닐하우스를 발견, 그곳에 소형견들이 뜬장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동물자유연대에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지자체 사회복지 담당자와 연락 후 정확한 주소를 알아내어 동물보호담당자, 동물보호명예감시원과 동행하여 현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사진1. 번식장 외부사진
사진2. 번식장 내부로 진입하는 동물자유연대, 동물보호담당자, 동물보호명예감시원
현장은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가도 찾아내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주위가 온통 비닐하우스였기 때문에 한 바퀴를 돌고 나서야 해당 비닐하우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번식장 내부 확인을 위해 문을 열자 그제야 짖는 소리가 났고, 환기가 되지 않아 지독한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방문한 활동가들이 두통을 호소할 만큼 악취가 났습니다. 말티즈, 요크셔테리어, 푸들, 시츄 등 인기 많은 소형견이 있었고, 모두 작은 나무상자가 들어있는 뜬장에 사육되고 있었습니다. 뜬장을 통과한 배설물들은 며칠은 치우지 않은 듯 쌓여 있었습니다. 환경에 비해 개들의 상태는 외견상으론 양호해 보이는 편이었는데, 이는 번식판매를 위해 최소한의 관리를 했기 때문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번식장의 모견, 종견들을 보면 대다수가 자궁계 질환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내과, 순환계 질환을 고질적으로 겪고 있었던 바, 이 개들의 건강도 자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총 54마리의 개가 있었고, 이중 성견이 47마리, 자견이 7마리였습니다. 새끼들 중에는 이제 갓 태어난 듯 손바닥보다 작은 아이도 있었습니다. 번식장 내부에는 미용의 흔적도 있었고, 간단한 자가 진료를 한 것으로 보이는 의약품도 발견이 되었습니다. 중간 중간 케이지의 문이 열려 있는 데도 케이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꼬리를 흔들고 짖고 있는 모습, 또는 겁에 잔뜩 질려 서로 엉겨 붙어 바라보는 모습에 발길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사진3. 좁은 케이지 안의 개들
사진4. 어린 새끼와 불안한 어미
사진5.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설물, 미용흔적, 약품, 주사기 사진
동물보호담당자가 번식장 주에게 시설을 갖추지 않고 미신고 생산, 미등록 판매는 불법임을 알리고 자세한 내용을 묻자 취미로 키우는 것이라고 변명만 늘어놓았습니다. 하지만 동물자유연대의 추궁 끝에 생산, 판매업을 인정했습니다. 지자체 미신고 생산, 미등록 판매업은 형사고발의 대상이 됩니다. 하지만 불법과는 별개로, 번식장 개들의 소유권은 번식장 주에게 있기 때문에 소유권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구조와 입양이 어렵습니다. 번식주와의 실랑이 끝에 2주 동안 개체 수를 줄이고 이후 남은 개체에 대해서는 중성화 수술을 하여 더 이상 생산, 판매업을 지속하지 못하도록 폐업을 유도했습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약속된 2주와 그 이후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남겨진 개들의 입양 등의 도움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번식장은 비닐하우스로 지어진 가건물이기 때문에 동물자유연대는 해당 지자체에 불법건물인지의 여부를 요청하였고 확인 중에 있습니다.
사진6. 번식장 가장 구석에 위치한 겁에 질린 시츄
서울시 내에 약 50마리 규모의 번식장이 있다는 점은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작년 강아지공장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불법 번식장이 버젓이 운영된다는 것은 동물생산업 및 판매업의 규제, 감시가 현행 동물보호법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현행법상 등록제로 되어있는 생산업과 판매업은 허가제로 강화되어야 합니다. 생산업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하였고,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있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번식으로 이용되는 동물들의 처우 개선을 바라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꼭 개정안이 통과되어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 또한 실질적인 동물복지를 다루는 하위규칙 개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