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공간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그렇지는 않습니다. 5살 반려견 네티에게도 그렇습니다. 네티는 2년 전 아버지, 어머니, 아들 세 가족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의 행복한 삶은 사치였을까요?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로 인해 네티를 포함한 가족들은 늘 살얼음판을 걷는 듯 긴장해야 했으며, 집은 더 이상 이들의 안식처가 될 수 없었습니다.
떠도는 가정폭력 피해 반려동물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한 셋은 안식처가 되어야 할 집을 빠져나와 몸을 숨겨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가정폭력 피해생존자 보호시설(이하 쉼터)에서 이들을 받아주었습니다. 단, 동물인 네티는 빼고요. 또다시 갈 곳을 잃은 네티가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은 지자체 동물보호센터가 유일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안도의 순간도 길지 못 했습니다. 동물보호센터에서는 가족들에게 네티의 퇴소를 독촉했습니다. 현행 동물보호법 제14조에는 동물의 구조와 보호에 관해 규정하고 있으나 그 대상이 유실·유기 동물과 피학대 동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학대를 당하지 않은 네티는 보호 및 구조 대상이 아닙니다. 자신의 안전조차 지키기 어려운 가정폭력 피해자가 반려동물의 안전과 보호까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은 너무나도 가혹합니다.
늘어나는 제2, 제3의 네티
전국에 가정폭력으로 갈 곳을 잃은 동물이 네티가 유일할까요? 이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여성가족부에 따르면(여성가족부 정책 뉴스,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2019년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50,277건으로 ’11년 대비 7.3배 수준으로 증가하였으며, 전년 대비 20% 증가했습니다. 또한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체 가구의 15%가 반려 가구이며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제2, 제3의 네티가 점차 늘고 있다고 추정됩니다.
가정폭력 피해 반려동물 안전망 구축 시급
네티는 그나마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네티의 사정을 접한 동물자유연대가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로부터 데려와 돌보며 새로운 가족을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모든 가정폭력 피해 반려동물이 이러한 행운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가정폭력 피해 반려동물의 보호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어떠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적절한 보호처가 제공되지 않을 경우 피해자 택할 수 있는 선택지란 반려동물을 가해자에게 남겨 놓거나, 제3자에게 위탁 혹은 유기 등에 불과합니다. 간혹 반려동물이 눈에 밟혀 피신 자체를 포기해 지속적인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까지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려동물 뿐 아니라 가정폭력 피해 반려인을 위해서라도 안전망 구축이 시급합니다.
미국의 경우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가 가능한 쉼터를 운영하며 가정폭력 피해생존자와 동물을 보호 및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의 경우는 경기도에서 가정폭력 피해생존자들이 걱정 없이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도록 ‘가정폭력 피해자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장기적으로 반려동물과 함께 입소할 수 있는 쉼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네티는 지금..
활동가 품을 좋아하던 무릎 강아지 네티는 지난 7월22일, 따뜻한 가족의 품에 안겨 평온하고 즐거운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 사랑하는 가족들이 학대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두려움에 떠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네티는 이제 무서웠던 날을 뒤로 하고 평생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네티의 빛나는 미래를 함께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