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보상 노린 '동물 알박기', 재개발 지역 동물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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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6.14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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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한 시설을 정비하고 개선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재개발 공사. 사람들에게는 깨끗하고 편리한 주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과정이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동물들의 고통과 희생이 뒤따릅니다. 하루 아침에 영역에서 쫓겨나 갈 곳을 잃어버리는 길고양이, 가족이 이사를 가며 버려지는 유기동물, 사람들에게 위험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마구잡이식 포획의 대상이 되어버린 떠돌이개 등. 이렇듯 인간의 편의를 위한 재개발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동물 문제 중 하나로 ‘동물 알박기’가 있습니다. 

‘동물 알박기’란 보상금을 위해 공사 예정 지역에 동물을 데려다놓고 사육하는 행태를 뜻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재개발 지역에 방치된 동물들은 어떠한 보살핌도 받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갑니다. 현행법상 축산보상은 영업손실보상을 준용해 휴업손실액, 시설이전비, 가축운반비 등을 보상하는데, 기준마리수 이하인 경우 시설 및 가축 이전비만 지급합니다. 이 때문에 휴업손실액을 보상받기 위해 많은 수의 개들을 데려다놓고 보상금을 받을 때까지 방치하는 ‘동물 알박기’ 행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동물자유연대가 구조한 파주시 동패동 뜬장 사육견들 역시 알박기로 이용되던 개들이었습니다. 



파주 동패동 재개발 지역 '동물 알박기' 현장


최근에도 동물자유연대에 이와 관련한 제보가 접수되었습니다. 과천시 재개발 지역에 살던 떠돌이개 중 한 마리가 지자체 보호소 포획업자의 마취총을 맞고 사망했다며, 나머지 다른 개들을 도와달라는 제보였습니다. 개들에게 밥을 챙겨주며 돌봐주시던 지역 주민들의 말에 따르면 해당 지역은 원래 불법 개농장을 운영하던 곳으로, 농장주는 재개발이 예정되자 개농장에서 사육하는 개들의 수를 더욱 늘렸고 보상이 완료된 후 사육하던 개들을 전부 처분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부 개들이 농장을 탈출했고, 누군가 기르던 개들을 유기까지 하면서 떠돌이개가 점점 더 늘었습니다. 개들에 대한 민원이 제기되자 시에서는 마취총까지 사용하며 무리하게 포획을 시도했고, 결국 그 과정에서 개가 죽는 일까지 발생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뒤 시에서 손을 놓고 있는 동안 지자체 포획업자가 아닌 사람이 드나들며 농약이 든 미끼나 낚시바늘을 집어 넣은 고깃덩어리 등을 이용해 개들을 해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렸습니다. 





현장에 살던 개들. 이들 중 상당수가 포획 중 사고, 불법 포획 등으로 사라졌습니다


다급한 상황에 서둘러 도착한 현장, 철거가 완료된 드넓은 공터를 둘러보며 포획틀 설치에 적합한 위치와 개들이 지내는 장소를 살펴보았습니다. 구조물 하나 없는 허허벌판 위에서 경계가 심한 개들을 구조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버려진 노상화장실까지 샅샅이 수색하며 절박한 마음으로 구조를 시도한 끝에 출산 직후 새끼 다섯마리와 어미 한 마리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새끼 다섯 중 하나는 구조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몇 차례나 현장에 나가 구조를 시도했으나 현장에는 아직 떠돌이개 세 마리가 남아있습니다. 거의 매일같이 가족과 친구들의 죽음을 보고 겪은 탓인지 개들의 경계심이 극도로 높아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간을 두고 계속 시도해나갈 예정입니다. 


식용을 위한 불법 개농장과 보상금을 노린 방치 사육, 재개발 지역에서 발생하는 동물 유기와 지자체 포획 과정에서의 안타까운 죽음, 여전히 진행 중인 개장수들의 학대까지. 이 모든 불법과 불행이 한 장소에서 일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재개발 지역에서는 이와 비슷한 참극이 지금도 반복되고 있을 것입니다. 재개발 지역 동물 복지 정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입니다.


‘동물 알박기’는 우리 사회의 생명 경시 풍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행태로, 동물을 물건으로 보는 사회 인식에서 기인합니다. 동물을 사유 재산으로 취급하는 인식은 숨쉬고 살아있는 생명이 어떤 처지에 놓였는지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머릿수에 따른 보상금으로 환산하게 만듭니다. 보상금을 노리고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정성을 기울일리는 만무하기에 ‘동물 알박기’에 이용되는 동물들은 죽느니만 못한 생을 고통스럽게 이어가고 있습니다. 


재개발은 온전히 인간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며, 모든 절차와 결정도 오로지 인간의 사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건물을 부수고 땅을 뒤엎는, 동물에게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변화의 과정 그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잃고 위기 상황에 내몰리게 될 동물에 대한 존중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도 전국의 수 없이 많은 지역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많은 동물들이 쫓겨나거나 죽고 다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물 알박기’를 포함해 재개발로 인해 고통받고 희생당하는 동물의 안전과 복지를 담보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물자유연대는 재개발 지역에서 위험에 처한 동물에게 구조의 손길을 내미는 한편 동물 복지를 고려하는 재개발 정책 마련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