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영문도 모른 채 하염없이 주인을 기다렸던 희망이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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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2.0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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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말 수원에 있는 한 민가에서 월세를 내고 있던 사람이 실종되었고, 그로인해 개 한마리가 15일 동안 굶주리고 방치되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은 상황이 위급하다고 판단하여 즉시 현장으로 출발하였고, 도착하자마자 지자체 관계자와 건물주인의 협조로 어렵지 않게 집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왕래한 흔적이 없다고 판단 될 정도로 방치된 집 그 한켠에는 검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희망이가 허름한 이불 위에 숨 죽인 채 움크리며 앉아 있었습니다.

제일 먼저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희망이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처음 본 사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희망이는 다소 심한 경계심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이가 이렇게 경계심이 심했던 이유는 단순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희망이에 등에 있는 피부병 때문이었습니다. 상처로 보아 오랜 시간 방치되었던 것 같았습니다. 피부병으로 인해 피부탈락증세가 심해지고 있었음에도 아무런 치료도 받지 못했고, 게다가 장기간 굶주리고 있었기에 희망이는 매우 민감한 상태일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희망이를 도와주려는 활동가들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희망이는 먼저 경계심을 풀고 활동가들 품에 다가와 애정표시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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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의 안타까운 사연

처음에는 희망이를 버리고 실종된 주인을 찾아 장기간 개를 방치해 굶기고, 유기한 죄로 고발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주인이 실종되기 전 희망이와 지냈던 사연을 이웃들을 통해 들어본 결과 참 안타깝다라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힘들고 열악한 환경속에서 생활고에 지쳤던 견주는 희망이를 하나 밖에 없는 가족같이 여기고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구조 당시에도 희망이가 유난히 남자활동가들에게 애정을 표현했던 모습을 보면 주인과 희망이의 유대가 얼마나 끈끈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견주는 심한 알콜중독으로 인한 치매증상을 겪고 있었고 안타깝게도 희망이를 남기고 집을 나섰다가 실종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견주의 친구는 견주를 찾기 위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였고, 결국 희망이의 견주는 서울에서 도로에 쓰러져 119구급대에 구조되어 인근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미 병원에서는 결핵, 알콜성치매, 뇌혈관질환 등 중증 진단을 내린 상태였다고 합니다. 장기 입원치료를 하더라도 회생이 불가능 할것이라는 슬픈 소식을 전해들은 동물자유연대는 더 이상 견주가 희망이를 보살필 수 없다고 판단, 관할 지자체에 협조 구해 희망이를 구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희망이 사연으로 잠시 들여다보는 사육포기동물 인수제

희망이처럼 주인이 더 이상 돌봐줄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반려동물은 어떻게 될까요? 일부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에 놓인 반려동물을 위해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란? 사육포기동물 인수제는 불법 유기 사전차단과 보호동물처리비용 절감을 위해 2012년 ‘서울시 2020 동물복지계획’과 2014년 ‘농식품부 동물복지 5개년 종합계획’에도 추진과제로 선정된 제도입니다. 반려동물 사육을 포기하는 사람이 일정 비용을 내고 동물보호소에 위탁하면 지자체에서 해당 동물을 관리해 입양처를 연결해주고 사육포기를 하는 양육권자가 50% 정도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예산으로 충당하게 됩니다.

매년 늘어가는 유기동물 수는 증가하지만 처벌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불법 유기를 막을 수가 없고 희망이의 사연처럼 견주의 장기간 부재, 경제적 곤란 등의 상황에서 반려동물을 받아 줄 사람이 없으면 억지로 키우기를 강제하기 어렵습니다. 실질적으로도 2016년 7월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동물복지 지원시설 도입방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육 시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31%), 반려동물을 포기하게 하는 요인은 장기간 부재(25.9%), 개인 사정(11.6%), 경제적인 문제(11.6%)가 꼽혔습니다. 사육포기동물인수제는 이같은 요인으로부터 유기되는 반려동물을 감소시키고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사육포기동물 인수제가 도입되면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유기가 합법화되면 동물 유기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는 등 여러가지 부작용들도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사육포기동물인수제 시행은 반려동물 등록을 의무화하고 동물판매업, 동물 번식업 등에 대한 규제와 유기동물 보호소의 체계적 운영과 같은 제도적 장치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사진]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 복지센터에 입소 후 희망이 모습

희망이의 가족이 되어주세요~

희망이는 구조 후 협력병원으로 이송되어 오랜 방치로 악화된 피부병과 심장사상충 치료를 받았습니다. 현재는 동물자유연대 반려동물복지센터로 입소하여 돌봄활동가들의 애정과 사랑을 듬뿍받고 있습니다. 희망이는 차차 건강을 되찾고 마음의 상처도 치유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희망이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일 것입니다. 희망이에게 다시 가족의 따뜻한 품을 선물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