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동물자유연대는 수원의 한 아파트의 지하층 환기 시설에 고양이가 갇혀 있어서 제보자가 3개월째 밥을 주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현장에 달려가 제보자가 안내한 시설 안에서 고양이의 모습을 확인 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앉아있는 지점으로부터 지상까지의 높이(노란색 선)가 1.5m 정도에 불과 했습니다. 자기 몸의 5~6배를 뛰어 오를 수 있다고 알려진 고양이에게는 계단 한 칸과 다름없는 높이입니다. 실제로 제보자는 활동가와 대화 중에 다른 고양이가 들어와서 함께 있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내부에 제보자가 사료를 담아 던져준 봉지들만 가득할 뿐 분변의 흔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육식 동물인 고양이 특유의 대소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미루어보면 제보자가 밥을 주는 낮 동안은 안에 머물고, 그 외 시간 대에 외출하여 볼일을 보며 생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습니다.
제보자의 애타는 심정과 반대로 고양이는 시설 내부를 따뜻하고, 안전하며, 충분한 먹이 공급이 이루어지는 안락한 공간으로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를 강제로 꺼내 외부에 방사해도 스스로 다시 들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이에 우리 활동가는 제보자에게 고양이가 고립된 상황이 아닐 가능성이 높으니 안심할 것과 시설 내부로 밥을 던져 넣지 말고, 외부에 급식하며 관찰해 줄 것을 당부하고 현장에서 철수 했습니다.
다른 사례입니다. 얼마전 우리는 서울 서대문구에서 아파트 옆 산 절벽에 고양이가 갇혀 울고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상담한 활동가는 제보자에게 발 디딜 곳만 있다면 못 다니는 곳이 없고, 높은 곳을 두려워하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을 설명했습니다. 발정이나 영역 다툼 등의 이유로 스스로 올라갔을 가능성이 높음을 조언했습니다.
많은 상담 사례에서 제보자들은 자신이 현장에 머물거나 지나가는 일정한 시간대에만 상황을 목격하는 경우가 많고, 몇차례 같은 상황을 목격하게 되면 그 상황이 하루 종일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담 활동가는 제보자에게 평소에 목격한 시간대 말고 저녁 또는, 새벽에도 고양이가 절벽 위에 있는지 관찰해 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바로 아래와 같은 연락이 왔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하다보면 기상천외한 곳에 올라가 있는 고양이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주변에서 사람 키 높이의 담장 위를 자유롭게 오가는 길고양이를 흔하게 봅니다. 고양이는 대단한 점프력과 균형 감각을 가진 동물입니다. 뛰어난 신체 능력과 조심스러운 성격이 습성인 고양이는 대부분의 경우 스스로 들어간 곳이라면 스스로 나올 수 있습니다.
고양이가 어딘가에 갇혀있는 것 같은 상황을 발견하면 당황하여 조급하게 꺼내 주려 하기 전에 정말 고립된 상황이 맞는지 살펴주세요. 상황에 따라 물과 사료를 급여해주면 구조(또는 탈출)할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기적인 먹이 공급이 지속되면 오히려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눌러 앉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밖으로 나와서 먹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먹이만 급여해 주세요. 그리고 고양이가 들어갔을 법한 곳을 찾아주세요. 고양이가 드나들고 있는 상황이라면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문제 없습니다. 다만, 움직임을 관찰해서 고양이가 자리를 비웠을 때 들어간 곳을 막는다면 재발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단!! 막기 전에 반드시 육아 중인 어미가 홀로 외출한 것은 아닌지 살펴주세요.
<벽 틈에 빠진 새끼 고양이 구조기 - https://animals.or.kr/sponsor/house/28799>
고양이가 잘 나가지 않거나, 고양이가 너무 어리거나, 너무 깊어서 탈출이 힘들어 보이는 곳이라면 탈출로를 만들어 주세요. 주변 목재상에서 긴 나무를 구해 다리를 만들어주거나, 박스 등 부피 큰 물건을 넣어서 걷거나 뛰어오를 발판이 되도록 해주세요.
길고양이는 대부분 매우 민감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에 의해 강제로 꺼내지는 과정에서 고양이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스스로 탈출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구조 방법입니다.
<안쓰는 실외 화장실 파이프에 빠진 새끼 고양이 구조>
<구멍을 뚫고 자리를 비켜주자 어미가 새끼를 물고 갑니다.>
주변에 어미가 새끼를 애타게 찾으며 서성대고 있다면, 어미가 들어가서 새끼를 꺼내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어미가 접근할 수 있을만한 곳에 통로를 만들고 어미에게 새끼의 구조를 맡겨주세요. 가장 안전한 구조 방법입니다. 단, 이미 어미가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라면 사람의 개입은 오히려 어미 고양이의 육아를 방해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고양이 스스로 혹은 어미가 도와 나오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실패하면 고양이 포획틀을 이용해서 구조하는 방법을 고려해주세요. 가까운 지자체(시/군/구청)에 TNR용 포획틀을 빌리거나, 동물보호단체에서 대여해주는 포획틀을 이용하세요.
위에 설명한 모든 방법들은 동물을 구조해주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일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방법이 소용없는 상황이라면 관할 지자체(가까운 시/군/구청)의 동물 보호 담당관, 또는 동물 보호 단체의 도움을 요청해 주세요.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이 어려움에 처한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