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도그-온 캠페인 '30일간의 기적' ③ 동물들의 우렁각시가 되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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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온 캠페인 '30일간의 기적' ③ 동물들의 우렁각시가 되어주세요.

  •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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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3.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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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그온 캠페인’을 위해 살살이네 집에 첫 방문했을 때 주인아저씨 설득에 실패했습니다. 아저씨는 완강히 도움을 거부하면서 “쟤네들은 원래 저렇게 살아.” “좋은 것을 해줘도 다 물어뜯고 난리 칠거야.”란 반응이었죠. 낯선 사람이 찾아와 갑자기 키우는 개에게 도움을 준다니 미심쩍게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긴 했습니다.
 
주인을 다시 설득하기 위해 며칠 뒤 살살이네 집을 또 찾아갔습니다. 살살이네 주인 가족은 집 옆에 꽃농장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화원에서 일하고 계시던 주인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미리 준비해간 동물용 구충제를 선물로 드리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아주머니는 다행히 호의적이었습니다. 아저씨에게 우리가 왔다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무래도 요즘 이상한 사람들이 많고 일이 바쁜데 귀찮게 할까봐 거절했다고 합니다. 차근차근 캠페인 소개를 드리고, 집 바꿔주는 것을 허락만 해주시면 나머지는 우리가 다 알아서 하고 갈 테니 걱정 말라며 안심을 시켰습니다.
 

 
<누렁이와 누렁이의 새끼인 탱고>
 
살살이 옆에는 2살 된 누렁이도 있고, 화원 안쪽에는 누렁이가 낳은 새끼 강아지도 있었습니다. 누렁이의 집도 4계절 내내 밖에서 보내는 동물에게 비바람을 막아주기엔 많이 부족해보였습니다. 새끼 강아지는 집 없이 박스 하나만 놓인 채 그 옆에 묶여있었습니다. 주말엔 비가 내리고 기온이 더 떨어진다는 날씨예보에 활동가들의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살살이와 누렁이 집을 바꾸는 김에 강아지의 집도 마련해 주겠다고 약속을 드리고 다음 날 캠페인 물품들을 챙겨 다시 찾아갔습니다.

아주머니가 아저씨를 잘 설득한 덕인지 다시 만난 주인아저씨의 표정은 의심의 기운이 사라지고 한결 부드러워졌습니다. 일을 하시며 바쁜 걸음으로 우리를 지나치면서는 “어린 손자들이 개를 좋아해서 탱고의 이름만 3개가 넘는다”는 얘기부터 개들 각각의 성격이 어떤지 한마디씩 던지셨는데,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아저씨의 마음이 많이 열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렁각시가 된 활동가들>
도움이 필요한 개들을 본다면 직접 환경을 개선해주고,
필요한 것을 직접 구비해주는 것이 가장 빠르게 동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바쁜 시간에 누군가 와서 간섭하는 것이 귀찮게 여겨질 수 있기에 활동가들은 최대한 작업에 필요한 것들을 세심하게 준비해 갔습니다. (펜치, 망치, 케이블타이 등 개선작업에 필요할 수 있는 작업도구들) 집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의 개선도 설득해야 하고, 추후 잘 관리될 수 있도록 하려면 결국 주인들에게 개들에 대한 배려가 어렵거나 성가신 일로 느껴지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커피가 궁금한 탱고>
 
작업이 끝나갈 무렵 바빠서 차 한 잔도 못줬다며 아주머니께서 우렁각시들에게 커피를 타주셨습니다. 이때가 기회다 싶어, 차를 마시며 개를 키울 때 필요한 것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눴습니다. 개들이 사료를 먹지 않아 쌀과 야채를 끓여주거나 사람이 먹는 음식을 줘야 했는데, 활동가들이 준비해 간 사료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시고는 앞으로 사료를 바꾸겠다고 하셨고, 물을 줘도 자꾸 그릇을 엎는다 해서 잘 엎어지지 않는 그릇도 알려드렸습니다.
 
 
<새집 구경 중인 살살이와 누렁이>

살살이와 누렁이는 차도 근처에 있어 사고의 위험 때문에 목줄을 늘려주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강아지 탱고의 목줄이라도 늘려줄 수 있도록 설득을 시도했는데요, 주변 물건을 물어뜯거나 망쳐 놓는다는 우려 때문에 처음에는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모니터링을 위해 다시 방문해 주변을 정리해주면서, 몸집이 금방 커질 테니 미리 바꾸자고 설득해 탱고의 목줄을 늘려주는데 성공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하루에 2번씩 목줄을 풀어주고 놀 수 있게 해준다는 말씀도 해주셨지요.
 

 
<긴 목줄로 바꿔주자 신난 탱고>
 
우리에게는 고작 플라스틱 집에 조금 더 긴 목줄일 뿐인데, 작은 변화에도 좋아하는 동물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치 기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주인들의 변화된 모습이야말로 우리에게 정말 기적과 같았습니다. 단 30일 동안 싱싱이와 황구, 백구삼총사, 살살이네 가족에게 일어난 이 기적은 거창하거나 엄청난 노력을 통해 이룬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를 통해 이룰 수 있었습니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본다면 할 수 있는 것부터 시도해보세요. 동물과 사람이 함께 행복한 사회는 작은 기적들이 모일 때 앞당길 수 있습니다.
 

 
 

 
 
 
* 캠페인에 사용한 3M 와이어줄과 목줄 등 물품을 협찬해 주신 (주)펫트코리아에 감사드립니다.
 






댓글


김은숙 2015-03-29 20:41 | 삭제

아 정말 마음에 확 와 닿는 훌륭한 캠페인입니다! 주변에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는 멍이들을 도울 수 있는 좋은 팁 잘 배워갑니다. 기회 있을 때 마다 실행하겠습니다.


홍소영 2015-03-31 10:29 | 삭제

나부터 한 걸음씩! 주위에 주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안타까운 개를 본다면 도그온 캠페인의 팁을 활용하여 도움을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나가 열이 되고 열이 백이 되지 않을까요? 그와 동시에 바깥 개들의 처우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점차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