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자유연대 : 음식혁명(블로그 글 퍼옴)

사랑방

음식혁명(블로그 글 퍼옴)

  • 이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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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11.03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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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본격적으로 얘기를 하기 전에 간단한 퀴즈를 하나 내 보자. 현재 지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음식업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Baskin Robins 31'의 창업자의 아들은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호화로운 개인 요트에 올라탄 채 32번 째의 매혹적인 아이스크림을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안타깝지만 완전히 틀렸다. 그 누구보다도 호화로운 삶을 살 수 있었던 '존 로빈스'는 생뚱맞게도(?)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이윤에만 눈이 먼 육류업체와 생명공학업체들을 비판하는 사회운동가이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으리으리한 대저택이 아니라 조그만 섬에 지은 오두막이다.

 

존 로빈스가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표준적인 '성공'의 길을 내버리고, 이 같은 어려운 삶의 방식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은 인간을 병들게 하고 자연을 황폐하게 만들며, 굶주리는 인간과 비만으로 고생하는 인간을 갈라놓는 현대사회의 삶의 방식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에게 의지하며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서만 살아갈 수 있다는 생태학적 믿음, 그리고 인간이 생태계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이러한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서, 존 로빈스가 특히 관심을 집중하는 것이 바로 '식습관'이다.

 

'나는 인간과 식품, 지구의 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것을 하나의 역사적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정확히 말해서, 그가 중점을 두고 비판하는 식습관이란 육식 위주의 현대 미국식 식습관이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주제냐고 물을 수 있다. 이미 많은 미디어에서는 육식 위주의 서양식(미국식) 식습관을 고지방-고칼로리라며 비판하고 있으니까. 그냥 적당히 편식하지 않고 과식하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걸 가지고 무슨 거창하게 지구니 환경이니 사회니 하는 것들을 바꿀 수 있단 말인가?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일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왜냐하면 현대사회는 너무나 거대하고 복잡해졌으며, 동시에 개인들은 세세한 전문 영역들로 나눠진 작은 부분들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현대 사회의 중요한 특징을 자주 쉽사리 잊는 경향이 있다.

 

 

 

1. 우리가 일상 속에서 하고 있는 별 것 아닌 일들조차 다른 많은 사회들 혹은 사람들,

   그리고 생태계의 영향 속에서만 가능하다.

 

2. 역으로,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들이 다른 많은 사회들 혹은 사람들, 그리고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육식 위주의 현대 미국식 식습관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먹는 행위를 보자. K는 일을 마치고 거리로 나와 아무거나 편하게 먹을 것을 찾다가 마침 세일하고 있는 맥도널드 햄버거를 사 먹는다. 이것만으로 그가 비만에 걸리거나 심각한 영향불균형으로 고통 받게 될 일은 당연히 없다. 그는 다음 끼니 때는 매우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점은 K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는다는 데 있다. 그럼 이 수많은 'K'가 먹은 햄버거는 어떤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가? 우선 세계적인 다국적기업 맥도널드 회사가 이 과정에서 엄청난 돈을 쓰고 또 그 이상의 돈을 벌 것이다. 그 덕분에 또 세계 곳곳에 새로운 맥도널드가 생기고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이 고용될 것이다.

 

 

하지만 파급력은 경제적인 영역에서 그치질 않는다. 맥도널드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햄버거의 주 재료인 '고기'를 가장 효율적으로(즉 최소한의 안전과 맛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장 싸게) 공급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방대한 목축업과 육류가공업의 발달은 필수적이다. 문제는 맥도널드에 고기를 공급하는 이 목축업자들 혹은 육류가공회사들이 고기를 만드는 방식에 있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농장이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오직 고기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싸게 생산하기 위해 존재한다. 언뜻 보기엔 당연한 사고방식 같지만, 동물이 화학제품과 달리 하나의 생명체이며 결국 우리 입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공장식 축산농장은 우리가 순진하게 생각하는 대관령의 넓은 초목지대에 소들을 풀어놓는 목가적인 방식이 절대 아니다.

 

이 방식에서 소는 태어나자마자 작은 우리에 가둬진 채, 곧 조금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는다. 그럼 몸도 움직이지 못하는 이 소가 눈 똥과 오줌은? 당연히 이 소의 온 몸에 묻는다. 이로 인해 E. coli균(이전에 한국에서도 롯데리아 등에서 발견되어 문제를 일으킨 그 균이다)이나 광우병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들이 퍼져나가는 환경이 조성된다. 잠복기간이 대단히 길어서-심지어 세대를 넘는다-발견하기 힘든 광우병이라든가, 최근 전 세계에 끔찍한 참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조류독감과 같은 병들 말이다.

 

 

물론 공장식 축산농장의 운영자들도 바보는 아니다. 이대로 내놓으면 세균 덩어리를 출시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막대한 양의 항생제를 투입하는 것이다. 항생제는 쉽게 말해 우리가 병원에서 맞는 감기예방주사 같은 거다. 문제는 이것이 지나치게 쓰이면,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 세균들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항생제의 발명 덕에 인간은 지금과 같이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었다. 만약 가장 강력한 항생제조차 듣지 않는 세균-소위 슈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이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그 결과는 중세의 유명한 흑사병보다 끔찍할 것이다.(애석하게도 내가 최근에 본 뉴스에 따르면 한국축산업 역시 엄청난 양의 항생제를 쓰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와 같은 고기 공급은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진다. 맥도널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고기가 미국산이냐 호주산이냐가 아니라, 어느 나라의 고기가 가장 싼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미산 고기는 맥도널드로선 탐이 날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남미산 고기가 더 저렴할 것이란 점은 당연하다. 문제는 맥도널드와 같은 미국식 레스토랑들 혹은 식품업체에 고기를 공급하기 위해 중남미의 방대한 열대우림-우리가 교과서에서 그렇게 소중하다고 배웠던 브라질 열대우림 같은-이 불태워지고 그곳이 방목지로 바뀐다는 데 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지고 지구의 허파는 잘려 나간다.

 

'햄버거 4분의 1 파운드가 브라질 열대우림 0.5 톤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이 너무 적게, 너무 늦게 제시되어 이미 아마존의 소중한 열대우림과 환경을 지키기 힘든 지경이 되어 버렸다..'(by 가축 사육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 엔스밍거 박사) - 본문 324p 중에서.

 

 

환경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 내에서도 큰 문제가 발생한다. 앞서 말했듯이 공장식 축산농장에서는 고기를 최대한 많이 얻기 위해 엄청난 양의 사료를 먹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사료의 상당 부분은 '곡물'이다. 그리고 인간이 아주 아주 오래 전부터 곡물로부터 주 영영원을 섭취해왔음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원래 인간이 먹는 곡물을 경작하던 땅이 가축사료용 곡물을 재배하는 땅으로 바뀌면 어떻게 될지도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 결과는 누군가가 먹을 곡물이 사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만들어진 고기는 에너지 면에서도 매우 비효율적이다. 수십명(더 될지도 모른다)이 먹을 양의 곡물을 먹여서 키운 소고기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몇 사람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특히 피해를 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 싼 가격에 공급될 수 있는 곡물이 사료용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엘살바도르의 소고기 수출량은 1960년부터 1980년 사이에 무려 6배나 늘었다. ... 오늘날 엘살바도르 어린이 중 72%가 영양실조 상태에 처해 있다.' - 본문 362p 중에서.

 

정말이지 K가 사먹은 맥도널드 햄버거 하나로 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아직 이야기는 끝난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K 자신이 위생적이지 못한 고기를 먹게 될 수 있다는 사실, 이미 맥도널드 햄버거로 인해 지방 섭취가 많은 상태에서 다음 끼니도 육식 위주로 짜게 될 경우 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햄버거를 사먹는 아주 일상적인 행동은 다국적기업, 노동자들, 공장식 축산농장, 항생제남용, 환경파괴, 기아문제 등 전 지구적인 요소들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K에겐 지극히 일상적인 하루 일과에 지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밝혀두어야 할 점은, 이 책이 결코 '안티 맥도널드'를 주제로 삼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맥도널드는 다만 앞에서 말한 이 책의 핵심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자주 언급될 뿐이다. K의 이야기는 내가 이 책의 방대한 내용을 최대한 간략하게 정리하기 위해 구성한 것이다. 존 로빈스는 단순히 '맥도널드를 반대하자' 라던가 '육식을 무조건 먹지말라'같은 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의 이야기는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육류 위주의 식습관이 현대사회와 생태계의 광범위한 연결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잘 알려준다. 바로 이것이 존 로빈스가 식습관을 문제 삼은 그의 책에 무려 '음식혁명'이란 제목을 붙인 이유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혁명'이란 그것을 의식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 때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기업부터 열대우림문제와 기아까지, 너무나 광범위한 연결 구조 속에서 K와 같은 작은 개개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말로 있을까?

 

여기서 다시 위에 언급했던 현대사회의 특징들을 상기하자. 지금까지 말한 건 주로 1번의 측면이다. 거꾸로 본다면, K의 사소한 일상적인 행동 하나가 대단히 광범위하고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 역시 사실이다. 그리고 인간은 무엇이 옳은지를 알게 되면 그쪽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어디까지나 경향이다. 안다고 그대로 행동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기계적인 사고는 피하자.) 인간에 대한 이러한 믿음이 없다면, 우리는 더 나은 사회를 결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반복컨데, 존 로빈스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이런 신념을 품고 있다. 실제로 그의 책에는 식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생활양식을 바꾼 많은 사람들의 예가 나온다.

 

따라서 존 로빈스는 자신감을 갖고서 K와 같은 사람들이 채식 위주의-그가 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이지만, 그는 이를 강요하진 않는다.-식습관으로 바꾸고 조금이라도 이 문제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더 나은 사회와 지구를 향한 희망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가 정말로 분개하고 비판하는 대상은 K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고 육식 위주의 식습관이 갖는 폐해를 은폐하려는 기업 및 기업과 결탁해서 이를 부추기는 국가다.

 

그러나..역시 가장 큰 문제는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육식 위주의 식습관은 한국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불과 수십년의 경제성장만으로 이제 고기는 더 이상 사치의 대상이 아니다. 학교에 가면 점심엔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거나 음식점에서 제육덮밥을 시켜 먹고, 저녁 때는 고기집에 가거나 혹은 집에 돌아가 어머니가 해주신 불고기를 먹는다. 한 번 주의를 기울여 자신이 얼마나 자주 고기를 먹는지 체크해보라. 아마 그 높은 빈도에 놀랄 것이다.

 

이러한 식습관은 마치 언어처럼 어릴 때부터 매우 자연스럽게 습득되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고치기가 쉽지 않다. 단순한 편식이나 과식조차 고치기 어려운데, 하물며 존 로빈스가 말한 채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바꾸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당장 얼마 전만 해도 친한 사촌-그는 치킨과 햄버거를 좋아하며 어릴 때부터 나는 줄곧 그와 어울려 패스트푸드를 먹었다-이 군대 휴가를 나와서 그가 좋아하는 치킨을 같이 먹었던 나로서는, 이럴 때마다 존 로빈스의 책을 읽은 것이 나에게 얼마나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는지 느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인들이라면 거의 사족을 못쓰는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삼겹살을 포기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른다! ㅡ.,ㅡ

 

바로 이점이 내가 글의 제목으로 '가볍고도 무거운 이야기'라고 붙인 이유다. 하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이상 조금이라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가령 식당에 가서 제육덮밥이 아니라 돌솥비빔밥을 시킨다든지, 어머니께 고기 먹는 빈도를 약간 줄이자고 말하든지와 같은 일들. 정말 사소한 일들이고 그 횟수도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적어도 이렇게라도 하면서 조금씩 더 나은 방도를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존 로빈스는 말한다. '죄책감 따위는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바꾸려는 노력이다.'

 

 

마지막으로 또 한 번 말하지만, 여기서 내가 언급한 내용은 이 방대한 책-470p-의 핵심 주제에만 국한된 것이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육식과 채식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숱한 오해들, 유전자 식품의 위험성, 동물복지 문제와 같은 여러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어있다.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쉽게 알려주는 느낌이라 두꺼운 책이지만 빨리 읽힌다.

 

가령 우유에 대한 우리의 오해를 지적하는 부분은 약간 화(?)가 나면서도(하긴 난 우유는 안 먹지만 --ㅋ) 비밀을 아는 데서 오는 유쾌함이 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우유를 많이 먹어야한다는 말을 듣는 이유 중 하나는 '우유에 칼슘이 많아서'이다. 바로 이점때문에 우유는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고 낙농업자들과 우유기업들은 줄기차게 선전한다. 그러나 존 로빈스는 수많은 과학적 조사결과를 통해서 이러한 주장이 근거 없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 끝에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다.

 

'당신은 낙농업계가 우유가 골다공증 예방에 필요한 식품이라는 광고는 내보내면서 정작 제품에는 그런 주장을 적지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챈 적 있는가? 당신은 왜 그 사람들이 우유  종이 상자에 그런 문구를 인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미 식품의약국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는 상대적으로 조심성이 없는 연방 거래위훤회(FTC)의 규제를 받는 반면, 식품 종이 상자는 진실이 아닌 내용은 포장에 붙이지 못하게 하는 미 식품의약국의 규제를 받는다.'

 




댓글


홍현진 2008-11-03 23:15 | 삭제

저두 음식혁명 아직 안읽은거 같아요.. 죽음의 밥상도 같이 주문해야겠어요,,


이현숙 2008-11-03 12:31 | 삭제

음식혁명을 이제야 읽고있는데요. 내용도 좋지만 쉽고 잘 읽힙니다. 우리가 알고있었지만 막연하게만 전해듣던 것들...참 많은 부분에 대한 생각을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유익한 책이랍니다. 저자의 다른 책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도 꼭 읽어봐야겠어요~


이경숙 2008-11-03 16:26 | 삭제

현숙님...즐감요....ㅎ~.....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