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아침 산책 가는데 베를린 배에서 천둥 소리가 마구 나는 거예요.
그래도 잘 놀고 잘 뛰기에 괜찮으려니 했는데 집에 와서 물도 안 먹고 그 좋아하는 간식도 안 먹고 눠 있는데 배에서 아주 난리가 났어요.
병원에 전화하니 데리고 와보래요. 아픈 아이 데리고 멀리 갈 수 없어 전에 눈 수술한 동네 병원으로 갔더니 이것저것 너무 먹어서 가스가 찼대요. 주사를 맞는데 울부짖고 수의사 쌤 발로 차고 발버둥을 쳐서, 제가 좀 잡아주려고 하니까 제가 잡으면 더 한다고 만지지 말래요. 발만 동동 구르며 지켜보는 동안 주사를 세 대나 맞고 병원 뒤 공원으로 나왔는데, 아 글쎄 요 녀석 아프게 그냥 뒀다고 무척 섭섭했나봐요.
안아주려고 해도 쏙 빠져 나가고, 벤치에서 곁에 가 앉으려고 하니 깡충 뛰어내리며 피하는 거 있죠.
아이고, 베를린, 우리 사이가 이런 게 아녔잖어. 너 엄마 외갓집 갔다 왔을 때 좋아서 엉덩이에 비비다 잠든 거 생각 안 나냐? 너랑 이 공원에 와서 비둘기 밥 뿌리며 놀게 해준 게 누구더냐, 럭셔리한 네 뒤태 아까워 살금살금 다가가 사진 박은게 누구더냐, 너 발라당 뒤집어서 잘 때 몰래 사진 찍어 여기저기 뿌린 게 엄마 아니었니?
한참 얘기하니 저절로 풀려 집에 와서 밥 잘 먹고 물 많이 마시고 놀다 잤어요.
갈수록 귀염이, 잠꼬대가, 엄살이 말도 못하게 늘고 눈치가 백단이라 산책 갈 때 몰래 안경 쓰려고 하면 어느새 와서 보고 있고 몰래 옷 입으려고 하면 꼬리치며 웃고 있고 뭘 몰래 못한다니까요.
저희 막내딸 이렇게 예쁘고 귀엽게 살고 있어요.
미니 2010-08-17 12:39 | 삭제
글이 넘 재밋어요. 베를린이 얼마나 행복하게 지내는지..눈에 선해요^^
윤정임 2010-08-17 14:00 | 삭제
ㅎㅎ 막내딸 베를린이 막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네요~
요 앙큼하고 귀여운 놈 ^^
깽이마리 2010-08-17 14:56 | 삭제
전에 짱아가 나무 젓가락인지... 뭔지를 먹고 아주 아펐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베를린... 식탐은 적당히!!!
이경숙 2010-08-17 16:17 | 삭제
ㅎㅎ~ 벨린 엄니...글솜씨...쥐~~깁니다욧!!!...ㅎ~...벨린...니는...차암...복도 많다 많아!!!
다래뿌꾸언니 2010-08-17 16:36 | 삭제
저희 다래양도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배에 가스가 차서 약 먹었는뎅 ㅋ.ㅋ
사랑 무지 받고 있는 베를린을 보니 저절로 웃음이 ^___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