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벌이는 수원 개 도살장에서 구조되었습니다. 까맣게 그을린 채 죽은 개와 목에 매달려 죽은 개. 바로 그 옆에서 도살 직전 살아남은 개들과 뜬장에서 죽음을 기다리던 개들. 구조견들은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마냥 좋아했습니다.
왕벌이는 구조 당시 뜬장 안에서 엎드린 채 사람의 시선을 피했습니다. 곁눈질로 활동가들을 쳐다보기는 했지만, 두려운지 뜬장 구석에 얼굴을 박은 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면 꼬리를 흔드는 왕벌이
온센터에서 입소하고 나서도 왕벌이는 사람 앞에서 바짝 엎드린 채 얼음처럼 몸이 굳었지만, 꼬리는 흔들었습니다. 이름을 불러주면 더 세차게 꼬리를 흔들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과 맹목적인 믿음을 동시에 품었던 왕벌이. 이제는 뜬장을 벗어나 온센터에서 마음껏 달립니다.
다른 개와 만나는 것도 처음이었을 왕벌이는 마냥 신나는 기분을 느낍니다. 다른 개에게 놀자는 몸짓으로 다가가고, 아직 계단이 무서워 가지 못하는 곳으로 친구가 가버리고 나면 자기도 데려가라는 듯 왕왕 짖습니다. 나뭇가지 하나로도 혼자서 잘 놀고, 꼬리가 위로 향하고 다리를 넓게 뻗으며 자유롭게 달립니다.
이 평범한 일상을 갖기까지 뜬장 안에서 얼마나 큰 두려움을 품어야 했을까요. 아직 왕벌이의 두려움이 완전히 허물어지지 않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왕벌이가 보호소가 아닌, 가족의 품에서 가족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름만 불러줘도 꼬리를 세차게 흔드는 순둥이 왕벌이의 가족이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