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분의 일의 변화
늙은 개 마마 이야기
글. 이민주 활동가
마마 구조 당시
마마 구조 당시
한국의 황·백구는 식용 개로 이용되거나 1m 남짓한 목줄에 묶여 사계절의 모진 날씨를 견뎌내야 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은 이름 없이 떠나거나 이름이 있어도 불리지 않는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그냥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듯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삶. 한국의 황·백구가 처한 현실입니다. 진돗개은 집 안에서 반려 생활을 하기 어렵다거나 ‘집 지키는 개’로 일컬어지는 편견 속에서 이들의 삶은 참 외롭습니다. 운 좋게 구조되어도 평생 입양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대부분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또한 “Jindo is amazing!”, “Jindo is so gentle.” 등 해외 입양가정에서는 어떠한 편견 없이 진도 믹스견에 대한 감탄을 전해줍니다. 특히 진돗개의 총명함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종 특성 상 낯선 환경이나 낯선 사람에 대한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지만, 그만큼 한 번 관계를 맺으면 변화가 힘들 정도로 우직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온센터에는 평균 보호소 생활 10년 차인 늙은 진도 믹스견이 많습니다. 마마도 그중 한 마리입니다. 10년 동안 가족을 만나지 못했고 세상의 풍경도 여전하지만, 십 분의 일 정도의 변화가 있다면 세상의 구석에 있던 삶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닿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들의 ‘1m의 삶’이 이야기되고 10년 전이라면 방치된 사육 환경을 ‘방치’라 느끼지 않았던 감각도 달라졌습니다.
실제로 2019년 동물자유연대의 연간 위기동물 관련 상담 4,000여 건 중 열악한 사육 환경에 대한 제보가 가장 많은 제보 접수를 차지했습니다.
10년 전 한 시민의 방치, 학대 제보를 통해 마마가 보호소에서라도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동물에 대한 개개인의 사회적 감각을 넓혀가는 것은 십 분의 일의 변화라도 한 마리의 생명을 더 살릴 수 있는 일이 됩니다.
늙은 개 마마는 아기가 아장아장 걷듯 느릿하게 걷습니다. 요실금 때문에 자다가 일어서면 엉덩이와 다리가 축축하게 젖기도 합니다. 잠자는 시간이 많아지고 예전처럼 달리지도 못하지만, 불편하고 느릿한 몸으로 사람과 다른 개에게 늘 다정하게 사랑을 표현합니다. 처음 만난 개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하고 새끼 강아지에게는 아주 조심스럽게 다가가 얼굴을 핥아줍니다.
많은 이들이 십 분의 일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간다면 진도 믹스견의 1m 너머, 뜬장 너머, 보호소 너머 세상으로 가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