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운명은 누가 정하는 건가요?
글. 송영인 활동가
몰티즈는 제주에 여행을 왔고, 제주의 개들은 고단함에 매여 산다.
최근 제주에 갈 기회가
생겨 잠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만개한 꽃들 사이 여행 온 가족들이 보입니다. 가족 품에는 몰티즈 한 마리가 사랑스럽게 안겨 있습니다. 작고 예쁜
몰티즈는 누군가의 가족으로 제주 여행을 왔나 봅니다.
제주의 시골 주택가 곳곳에서는
진도혼혈견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들은 근사한
제주 바다를 근처에 두고도 작은 제집에 누워 기운 없이 축 처져 있기 일쑤입니다. 그들은 같은 자리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피고 짧은 줄에 매여 고단한 날들을 보냅니다.
얼굴이 풍선처럼 부푼 채 떠돌던 ‘백설이’
백설이에게는 주인이 있었습니다. 견주는 백설이의 안전을 바라며 사랑으로 목줄을 채웠지만, 짧은 목줄을
견디지 못한 백설이는 줄을 끊고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6개월가량 새끼일 때 집을 떠난 백설이는 자라며
목줄이 목을 조여와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었습니다. 수개월간 조여온 고통에 목은 벌건 속살이 보일 정도로
패여 있었습니다. 또 목줄에 달린 긴 쇠사슬을 밟으면 목이 더 조여오기에 제대로 걷지도 못했고, 목 주위 피부가 썩으며 계속되는 가려움에 한시도 편히 쉴 수 없었습니다.
백설이가 느끼는 고통의 크기만큼 잔뜩 날을 세운 경계심에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꼬박 10일을 쫓아 겨우 구조에 성공했습니다. 구조 후 목둘레 전체를 절제하는 대수술을 진행하고 건강을 회복했지만, 백설이는 갈 곳이 없었습니다. 진도혼혈견의 숙명일까요? 그들은 묵직한 고통을 견디고 간신히 살아내도 환영받을 수 없습니다. 받아줄 가족이 없으니 처치곤란 시골 개로 전락해버립니다. 그렇게 비통한 운명을 가진 백설이는 동물자유연대 온센터에서 생활하게 되었고 벌써 9년째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벌써 9년 전 일인데, 지금도 이런 일이 있나요?
백설이와 같은 사연을 가진 개들은 아직도 존재합니다. 현재 온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흰둥이, 재순이, 순희와 순길이도 목줄이 목을 파고들어 구조되었습니다. 새끼 때 채운 목줄을 바꿔주지 않고 방치해서, 아파트에서는 큰 개가 키우기 어렵다며 버리고 이사를 가버려서 등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진도혼혈견들은 아주 쉽게 사람들의 마음 밖으로 내쳐집니다. 동물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아직도 진도혼혈견들은 1m 남짓한 목줄에 묶여 집 지키는 개로 살아갑니다. 그들이 꼭 무언가를 지켜야만 함께할 수 있는 개가 아닌 가족으로 곁에 함께하는 세상이 되기를. 기지개도 마음껏 켤 수 없는 짧은 줄에 매여 매 순간이 평범한 비극이 되어 버린, 진도혼혈견들의 삶에도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 찾아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