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휩쓸고 간 경북 산불 현장, 한 작은 개가 잿더미와 타버린 나무들 사이에서 웅크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산과 건물은 모두 전소되어 사람의 발길조차 끊겼던 곳에서 이 개를 발견한 것은 기적이었습니다. 당시 구조견은 코와 옆구리, 엉덩이와 꼬리 등 곳곳에 화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코 위로 탄내가 가득했을 구조견에게 새로운 숨을 쉬고 새로운 냄새를 맡길 바라는 마음으로 '새숨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구조되어 병원에 입원했을 때, 새숨이의 눈빛은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낯선 환경과 사람들, 그리고 몸 곳곳의 화상의 고통이 새숨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늘 구석에 웅크린 채 경계의 눈빛으로 주변을 살폈고, 누군가 다가가면 몸을 더욱 작게 만들었습니다. 처음 며칠 동안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작은 소리와 움직임에도 경계하는 새숨이의 모습은 산불 현장에서 겪었을 공포가 얼마나 컸는지를 짐작케 했습니다.
피하고 도망갔다가
다시 되돌아 와 고개를 내미는 새숨이
하지만 새숨이의 두려움 뒤에는 커다란 호기심이 숨어 있었습니다. 새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주변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멀리서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점차 가까이 다가와 냄새를 맡고 손끝을 조심스레 핥아보기도 했습니다. 무서워서 피하고 도망갔다가도 다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사람에게 다가오고 싶어 했습니다.
그렇게 새숨이는 세상을 다시 배워갑니다. 산책의 기쁨을 알아가며 창밖을 구경하기도 하고, 다른 개와 함께 지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갔습니다. 특히 새숨이가 보인 가장 큰 변화는 사람들과의 관계였습니다. 처음에는 무서워하고 경계했던 사람들을 이제는 반갑게 맞이하며 애정을 표현합니다. 낯설거나 살짝 겁을 먹었을 때는 멀리 도망가기도 하지만, 금세 다시 돌아와 궁금함을 내비치며 인사를 건넵니다.
새숨이가 마음을 여는 것처럼 날이 갈수록 몸의 상처도 조금씩 아물어갔습니다. 타버린 피부 위로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고, 눈빛에는 점점 생기가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화상 치료는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었습니다.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는 매 순간이 새숨이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숨이는 치료 시간이 되면 마치 이해하고 있다는 듯이 활동가에게 가만히 몸을 맡겼습니다. 때로는 아픔에 몸을 떨기도 했지만, 사람의 손길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는지 단 한번도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새숨이는 온센터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고, 더욱 활발하게 주변 환경을 탐색합니다. 처음에는 짧은 산책도 두려워했지만, 이제는 길을 따라 신나게 달리기도 하고 다른 개들과 놀이를 즐기기도 합니다.

산불 잔해 속에서 발견된 새숨이는 '새로운 숨'이라는 이름처럼, 이제 제2의 삶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새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새로운 세상을 알아가는 새숨이와 함께해주세요. 결연후원을 통해 새숨이가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 보호소에서의 생활을 든든하게 지원해주세요.
